필요없는 무기 왜 사나/‘죽었던 사업’ 부활…방위산업 정책 갈팡질팡
  • 김당 기자 ()
  • 승인 1997.11.13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종 선택만 남은 경전투 헬기 도입

죽은 자식도 불알을 오래 만지면 살아나는 것일까. 무려 10년을 끌다가 사실상 ‘죽었던’ 경전투 헬리콥터(KLH) 사업이 특정 업체의 강력한 로비로 부활하고 잇다. 따라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할 방위산업마저 정권교체기를 맞아 갉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는 최근 그동안 노란을 빚어온 경전투 헬기 사업을 추진키로 확정하고 11월 초에 기종을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88년 육군이 처음 소요를 제기한 경전투 헬기 사업은 그 명칭대로 육군의 주력 전투 헬기인 코브라 헬기(AH 1S)의 경호 이무를 수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 헬기를 일명 스카우트(scout) 헬기라고 부르는 것도 그런 연유였다.

경제·기술적 효용성 없는 사업
 대우중공업이 주관 업체인 이 사업은 그동안△88년 소요 제기△89년 무기체계 선정(대상 기종:이탈리아 A 109, 독일 BO 105)△90년 주계약 업체 선정 △91년 획득 방법(기술 도입 생산) 결정 과정을 거쳐 진행되었다. 그러나 92년과 94년 1, 2차 시험 평가 결과 군 작전 요구성능(ROC)에 미달하는 등 장비의 신뢰성에 문제가 생겼다.

 그 이후 이 장비의 소요군(所要軍)인 육군이 △95년11월 정식으로 대한항공의 소형 다목적 헬기(500MD후속기종) 사업과 통합 추진할 것을 건의한 데 이어 △96년 2월 국방부에 사업 삭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국방부와 합참은 96년 5월 7차 무기 체계협의회에서 육군에 ROC를 하향 조정해 수정 건의하라고 의결했다. 육군이 사업을 백지화하자고 하는데 국방부와 합참은 필요없다는 무기를 굳이 사서 쓰라고 강요하는 꼴이었다.

 그러다 이 사업은 지난해 10월 ‘벼락’을 맞았다. 국회 국방위의 국방부 국감에서 정동영 의원의 폭로로 당시 이양호 국방부장관이 무기 중개상 권병호씨의 중개로 대우 그룹으로부터 거액의 로비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시사저널> 제366·367호 커버 스토리 참조). 권씨는 당시 총 12억달러 규모의 경전투 헬기 사업을 대우가 수주할 경우 대우가 리베이트로 20억원 및 부품 공급 대행업권을 이양호 장관과 자신에게 주기로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검찰은 이씨를 뇌물(1억5천만원) 수수혐의로 구속했으나 미국 시민권자인 권병호씨의 신병을 확보하는데 실패해 권씨가 건넸다는 13억5천만원 부분은 더 확인 하지 못했다.

 따라서 그동안 실효성을 둘러싸고 문제가 된 이 사업은 ‘그때 그 사건’으로 이미 죽은 사업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국방부는 올해 이 사업을 다시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기종 선택에 돌입한 것이다. 국방부는 천억원 규모(12대)인 이 사업의 예산일부(2백89억원)를 내년 국방예산에도 ‘태워’ 놓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이 사업은 논란이 예상된다. 우선 고작 12대(중기 게획)를 기술 도입(면허) 생산하는 것 자체가 경제·기술 면에서 전혀 효용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또 육군항공대에 독일·이탈리아 헬기가 전무한데도 이를 운용하는 데 필요한 정비 시설과 부수 장비를 갖춰야 하는 것도 문제이다. 그밖에 후속 물량이 없는 상황에서 신규 업체의 참여에 따른 사업자 난립도 문제이다.

국방부, 울며 겨자 먹기식 도입?
 따라서 업계 일부에서는 현재 반납 대기 중인 주한미군의 스카우트헬기(OH 58D)를 헐값으로 사는 방안을 제시한다. 주한미군은 주력 전투 헬기인 아파치와 함께 OH 58D 헬기를 운용해 왔으나, 개량된 아파치 헬기가 스카우트 임무까지 수행함에 따라 경전투 헬기를 운용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게다가 OH 58D 기종은 육군의 주력 전투 헬기인 코브라와 제작(미국 벨사)·정비(삼성항공) 회사가 같아 정비 기술 이전에서도 유리하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이처럼 실효·수익성이 없는데도 이 사업이 추진되는 배경은 합동전략목표 기획서(JSOP) 상의 소요 대수(36대)를 겨냥한 대우중공업의 ‘물 귀신 작전’에 국방부가 울며 겨자 먹기로 끌려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군 일각에서는 이 사업이 다시 살아난 속사정으로, 이 사업을 추진한 대우중공업 ㄱ전무와 군 고위층과의 ‘특수 관계’를 꼽고 있다. 육군항공사령관 출신인 ㄱ전무는 이 고위층의 육사 동기인 데다 천주교 대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