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뒤쫓는 이종찬·김윤환
  • 조용준 기자 ()
  • 승인 1991.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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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계 ‘경선’ 자신감, 자파 대권후보 옹립 추진…두 최고위원 적극 지원할 듯

차기 대통령후보를 향한 민자당 내 계파간 '힘겨루기'가 구체적 양상을띠기 시작했다. 민자당의 후계구도문제는 아직 상당 부분 불확실성에 가려 있다.
 
광역선거에서의 압승 분위기에 취해 잠시 유됐던 민정.민주계의 치열한 각축은 지난 27일 김영삼 대표의 실수롤 다시 촉발됐다.  이날 김대표는 당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지금부터 국무회를 열겠다”고 실언, 그의 마음이 어디에 가 있는지 명백히 드러냈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3계파 당무위원들은 모두 어색한 웃음으로 그 순간을 넘겨다.  그러나 민자당 구성원 모두가 ‘오      ‘의 입장에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광역의회 선거전이 한창이던 지난 6월 중순 서울에 지역구를 가지고 있는 민정계의한 중진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민자당 대통령훈보 결정에 있어 YS가 가장 유력한위치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오는 7, 8월쯤 민정계 대항후보 만들기 작업에 들어갈 것이다. 단 대항후보는 단일화한다."

 선언문을 낭독하듯 또박또박 말하는 그의어조는 상당히 자신감에 차 있었다. 이는민정계 의원들 사이에 이 문제에 대해 이미상당 부분 의견 접근이 이루어졌다는 반증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는 또 "을 11월과12월쯤에 임시전당대회가 열릴 수 있다"고한걸음 더 나아간 전망을 했다.

 차기 후보 결정 방식에 관한 민정계 입장은 그동안 김대표쪽으로 거리를 좁혀간 '신민주계' 의원들을 제외한다면 '완전 경선'한마디로 집약할 수 있다. 민정계의 이런태도는 청와대 분위기와 또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상당수 민정계 의원들이 "이제 내각제는 13대든 14대든 완전히 물건너갔다"고 판단하고 그 대안으로 경선제를 주목하고 있다면, 청와대쪽 공기는 개천을 가로막는 현실적 제약들을 인정하면서도 아직개헌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셈이다.

청와대는 아직 내각제에 집착
 내각제에 대한 청와대의 '집착'은 14대총선 결과가 나오고, 대통령 임기가 1년 미만으로 줄어드는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될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바로 이런 분위기가 료릊◎ 대통령으로 하여금 차기 후계구도에 관해 확실한 언급을 배제하게 만드는요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대통령은 최근 민자당의 후계구도와 관련 , 2차례에 걸쳐 주목할 만한 발언을 했다.

 첫번째는 지난 5월28일 청와대 확대당정 회의 자리서 4았다. 이날 노대통령은 "당내 중요 문제는 당당하고 공명정대찬 민주적 절차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고 '민주적 절차'를 강조했다. 두번째 발언은 앞의것보다 훨씬 구체적 내용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6월23일자 보도로 나타났다. 이 보도에 따르면, "노대통령은 차기선거의 대통령후보는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오는 93년 2뭘의 1년 쩐까지 민자당 당헌절차에 따라 지명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생각하며, 자신은 민자당의 대통령후보를지명하는 사람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돼 있다. 노대통령의 입장은 미국 방문에 앞서 6월27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시 한번 확인됐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보도가 나오면서 민주계도 경선에 적극 대비하지 않을 수없는 상황이 됐다. 이 신문에 실린 노대통령의 말은 광역의회 선거의 압승을 '후계자조기 가시화론'에 연결했던 민주계의 움직임에 쐐기를 박음과 동시에, 민정계가 김대표에 맞설 후보를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 되었다.

 민정계는 경선에 의해 대통령후보가 결정될 경우, 그 어떤 후보가 나와도 야권 후보와 맞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쥬올ff의원은 이에 대해 "준비 기간 3개월이면 충분하다. 우리가 후발주자이기는 하지만 전국을 누비면서 경선제의 당위성을역설하면 자연히 이에 대한 여론이 형성되고 지지도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추토곁 의원도 "대한민국 의정 사상 처음으로 여당이 먼저 대통령후보를 경선으로 선출할때, 그 의미는 대단하다. 이는 우리의 정치수준을 일약 몇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경선을 거치지 않은 야권 후보와 민주적 경선에 의한여권 후보가 경쟁한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고 진단했다.

 "청와대가 떠오르는 인물 돕고 있다"
대통령후보 선출 방식 못지않게 중요한또 하나의 문제는 후보선출 시기이다. 이문제의 핵심은 14대 총선 전에 대통령후보를 가시화할 것이냐, 아니면 총선을 치르고난 다음에 후계구도를 확정지을 것이냐 하는선택에 있다. 청와대 비서진과 민정계는 과연 어느쪽이 유리할 것인지 판단을 내리기위해 광범위한 여론을 수집하면서 지난 몇개월 동안 고심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 단계에서 이 문제는 총선 이전 대통령후보를 결정짓는 쪽으로 기울어질 것으로보인다.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오는 93년2월의 1년 전까지 당천 절차에 따라 차기대통령후보를 결정짓겠다"는 노대통령의말은 결국 92년 2월 이전에 대통령후보를결정짓는다는 뜻이고, 이는 총선 이전에'경선으로' 민자당의 후계구도를 왔정하겠다는 의미에 가깝다.

노대통령의 생각이 이렇게 구체적으로 나타난 것은 청와대 핵심 참모들과 민정계 중진의원들의 거듭된 '진언'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총선 이후에 후계구도를 결정할 경우 , 노대통령이 후계자 선정과관련해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즉 총선이 끝남과 동시에 민정계 의원들은 '공천의 사슬'에서 풀려나게 되고, 자신을 공천한 노대통령보다는 유력한 후계자로부터 보호를 받으려 할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노대통령의 어떠한구상도 먹혀들어가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청와대가 민정계 핵심인사들에 대해 전과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는것은 매우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민정계의한 정통한 소식통은 "청와대가 밑에서 솟아오르는 인물들을 무조건 억눌렀던 예전과는달리 적극적으로 도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는 가능성 있는 인물들의 활동에 제약을 주는 것은 노대통령과민정계 전체에 별 이익이 없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민자당 내 권력재편에 대한 논의가 이처럼 한 고비를 넘긴 상황이 되면서 민정계핵심의원들은 그 누구보다 바른 정치일정을마련하고 있다. 현재 민정 ·공화계의 단일후보로 압축되고 있는 인물들은 료토◎ ifr룬볶 두 최고위원과 김윤환 사무총장, 이종찬 의원 둥 4명이다.

 박태준 최고위원은 노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민정계 관리자라는 점에서 가장 앞서나가 있는 후보자로 지목되고 있다. 포항제철의 '신화'와 경제 전문가를 능가할 만큼 실물경제에 해박하다는 점 , 그리고 그 무엇보다 정치자금 동원에 유리하다는 사실 둥이그의 이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본인 스스로가 자신의 옹립 가능성을 한사코 부인하고 있다는 데 있다. 그 이유는 무리한 일에는 결코 뛰어들지 않는 그 특유의신중함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박최고위원든 자신이 직접 나서기보다는민정계 중진의원 중 한명을 지목해 적극 지원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박최고위원은이와 관련 , 민정계 내의 다양한 소그룹들과 활발한 의견교환을 진행중이다.
 박최고위원의 이런 입장에 따라 민정 ·공화계의 가장 유력한 단일후보로 김윤환총장과 이종찬 의원이 떠오르고 있다.

김총장 "김대표에 경도돼 있지 않다"
 김총장은 이번 광역의회 선거를 기점으로전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 이전의 김총장은 본인 표현대로 "킹 메이커"로서의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고 볼수 있다. 자신을 대통령후보와 연계하지 않았기 때문에 "차기 정권만큼은 TK가 건너뛰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여권내에서는 가장 자유스럽게 차기 권력구조에 대해 말할수 있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번 광역선거의 대구 ·경북 지원유세에서 나타난 그의 모습은 확실히 다른 것이었다. 그는 경북지역의 당원단합대회를 통해 "이번 정권도 TK가 잡을 수 있다"고 와거와는 다른 발언을 했고, "다음총선은 92년 2월에 실시한다"고 확정짓는둥 여권 대표주자로서의 이미지 심기에 총력을 기울인 듯한 인상을 주었다. 그는 또한 경북지역의 몇멸 의원들에게 차기 공천과 당직을 미리 약속하는 둥 '실세'로서의위치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김총장의 변신은 자신이 경선 후보로 나서는상황을 이미 기정사실화한 데서 나타난 행동이라는 해석을 낳을 수 있다. 그의 지원유세는 구심점이 사라진 TK세력을 김총장중심으로 재결집하고 경선에 대비한다는 의도가 다분히 깔려 있는 포석이었다.

 김총장이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막상 경선이 벌어졌을 경우, 김대표와 손잡을 가능성이 가장 많은 것도 바로 김총장이라는 민정계 일각의 시각에 있다. 민정계 중지중진의원들은 그동안 몇 차례에 걸쳐 김총장에게 “태도를 명확히 하라”는 주문을 했고, 김총장은 이에 대해 “당의 불협화음 때문에 당 총재에게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한 행동이었을 뿐 특별히 김대표에게 경도돼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총장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민정계 상당수 의원들은 그가 ‘신문주계’에서 완전히 이탈했다고 보지는 않는 것 같다.  김총장의 명확한 태도 표명은 9월 이후에나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종찬 의원은 지난 6월 22일 박철언 장관과 골프회동을 가져 당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의원은 대통령후보 경선과 관련해 가장 적극적으로 의사표현을 해왔기 때문에 박장관과의 회동도 이에 무관한 것으로 볼수는 없을 것 같다.

 이의원의 가장 큰 장점은 온건합리주의 노선에 기초한 그의 정치철학이다.  이의원은 당 지도부보다 국민적 지지기반에 중점을 둔 정치노선으로 인해 원내총무와 사무총장을 거치면서도 5.6공 내내 정치적 ‘소외’를 당해왔다.  그러나 현재에 이르러서는 바로 이 사실이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힘들 것 같다.

이종찬 의원, 호남서 상당한 ‘세’ 확보
 의원은 당 지도부의 보이지 않은 견제와 조직력이 약점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이의원의측근들은 “지금까지는 그가 청와대와 불편한 과계에 있다고 인신된 것이 사실이나, 앞으로는 괄목할 만한 변화가 있을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조직에 대해서도 “막상 뚜꼉이 열리면 지금까지 숨어 있던 잠재적 조직이 무서운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의원은 전국적으로 고른 호남지역에서도 상당한 ‘세’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선거 대도 호남지역의 일부 지구당 위워장들이 이의원에게 지원유세를 부탁했으나 당 지도부의 만류로 이를 사양했다는 후문이다.

 공화계 수장인 김종필 최고위원도 주요변수 중의 하나다.  상황 변동에 따라서는 민정.공화계가 그를 옹립할 수도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거의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최고위원은 “당내 후배 정치인들 중에 괜찮은 인문들이 많다”고 이종찬 의원과 이한동 의원을 지목한 전례가 있어, 박최고위원처럼 자신이 직접 나서기보다는 민정계 중진의??? 중 한명을 적극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공화계는 김대표에 대해 민정계보다도 더 심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캐스팅 보트’에 충실할 가능성이 높다.

 7월과 8월의 정치적 하한기를 거치고 가을로 접어들면 경선을 향한 민자당 각 계파의 몸짓을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경선제의 압박이 두 김씨에게 내각제를 받으라는 ‘최후통첩’ 역하을 담당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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