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찍고, 영남 찍고…“지지율 3%만 올라다오”
  • 이숙이 기자 (sookyiya@sisapress.com)
  • 승인 1997.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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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3인의 필승 전략 김대중, “40% 진입, 안정권 확보”특명

지지율 3% 올리기 작전,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 진영이 11월26일까지 전개하게 될 특병 작전이다. 이 작전의 핵심 내용은 DJP 단일화 이후 줄곧 37%대에 머무르고 있는 DJ 지지율을 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26일까지 40%대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DJ측은 그래야만 2위의 추격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공식선거 운동 기간에 안정감 있게 선거운동을 전개할 수 있다고 본다. 국민회의 또 최소한 40% 이상 지지율을 확보해야 당선된 후 국정을 안정되게 운영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11월26일 이후에는 모든 여론 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도기 때문에 유권자들에게는 이 무렵의 여론 조사 결과가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DJT의 3% 작전은 13일 방송 3사 합동 텔레비전 토론회 때부터 전개되기 시작했다. DJ는 이날 토론회에서 DJT 역풍의 날카로운 기세를 꺾고야 말겠다고 작심하고 나온 듯했다. DJ는 이날 패널들의 쏟아지는 질문을 장면으로 맞받아 단일화 필요성과 내각제 개헌이 불가피함을 역설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텔레비전 토론을 통해 일단 DJT 역풍에 제동을 걸었다고 판단한 국민회의는 11월14일 ‘김대중 대통령 후보 공동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을 계기로 전략을 수비에서 공격하으로 전환했다.

 이날 선대위 맴버 7백여 명이 모여 DJ 대세 몰이에 시동을 건 DJT는 11월15일 부산 지역 필승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17일 경기, 21일 인천, 22일 대전·충청, 23일 대구·경북 순으로 각 권역을 돌며 DJ 바람을 일으킨다는 계획이다.

DJT '따로 또 같이‘ 전국 투어 나서
 그러나 전지역을 DJT 세 사람이 동행하는 것은 아니다. 각 지역의 특서을 감안해 주공격수와 세부 전략을 달리 짰다. 이를테면 수도권은 DJ와 양당 초선 의원들이, 충청권은 JP가, 대구 ·경북 지역은 TJ가, 부산·경남 지역은 김정길·노무현 전 의원이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식이다.

 지역뿐 아니라 주제별로도 짝짓기를 달리했다. 경제 관련 행사에 DJ와 TJ가, 안보 관련 행사에는 DJ와 JP가 함께 움직이는 식이다. 지난 11월12일 DJ와 TJ가 기아자동차 소하리 공장 방문에 동행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DJT 세 사람의 부인은 가능한 한 함께 움직이도록 일정을 짤 방침이다. 국민회의 중앙당 후원회에 이희호·박영옥·장옥자 씨가 나란히 앉은 모습이 보도된 후 당 안팎에서 ‘보기 좋았다’는 반응이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월27일로 예정된 후보 부인들의 텔레비전 토론회장에 박영옥·장옥자 여사가 이희호 여사의 응원부대로 참석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따로 혹은 함께’ 전국 투어를 기획하면서 DJ 측이 기대하는 것은 JP와 TJ, 그리고 통추측이 각자 DJ 지지율을 1%씩만 끌어올려 준다면 3%작전은 거뜬히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충청권 민심을 얻기 위해 JP측이 준비하고 잇는 카드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JP가 불가피한 선택을 했으니 도와달라고 읍소하는 것이고, 다른 하는 ‘DJ 당선 = JP 집권 = 충청권 발전’이라는 충청권 개발론을 설파는 것이다.

 자민련 일각에서는 한때 11월21일로 예정된 박태준 의원의 총재 취임식을 대전에서 열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충청도 안방에서 TK의 상징인 박의원에게 총재직을 넘겨주는 것이 당내 화합의 모습도 보여주고 대전에서 바람을 일으키는 계기도 되지 않겠느냐는 이유에서다. 비록 이 제안이 무산도기는 했지만, 이제는 자민련측도 DJ 대통령 만들기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는 승리하는 것만 남았다’는 말로 자민련측 인사들을 독려하고 있는 JP는 이회창·이인제 후보를 향해 독설을 퍼부으며 앞장서서 ‘궂은 일’을 맡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11월21 자민련 총재직에 오르는 박태준 의원은 난공블락으로 여겨지는 대구·경북 지역에 DJ 깃발을 세우겠다며 터닦기에 나섰다. 한때 DJ의 애정 공세가 효과를 거두는 듯했던 이 지역은 이회창·이인제 후보의 각축전이 치열해지면서 DJ는 뒷전으로 밀린 상태다.

 박의원은 일단 자신의 지역 구인 포항과 구미에 서부터 바람을 일으켜 대구·경북 전역으로 확산하겠다는 전략이다. 목표치는 20%. 이를 위해 박의원은 대구·경북 출신 인사들의 모임인 TJ 포럼을 적극 활용하려고 한다. TJ 포럼은 오한구·한병채 전 의원 등이 주도해 운영하고 있으면, 그 밑에 4백명에 가까운 하부 조직이 구성되어 있다.

 박의원은 이들에게 자민련 입당을 권유하고 있지만, 이들은 현재 외곽에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멤버 가운데 친 DJ 성향이 강했던 김중권 전 의원은 최근 국민회의에 입당했다.

 하지만 TJ에게는 이탈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자민련 TK 의원들을 끌어안아야 하는 선결과제가 놓여 있다. 박의원은 자민련 TK 의원들을 잇달아 접촉해 도움을 요청하고 있지만, 지역 정서를 의식한 DJT 반대파들의 저극 동참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준규 최고 고문은 얼마전 DJT 연대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TK 원로들을 만나 DJ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곳이라고 여기는 국민회의는 박의원과 별도로 대구·경북 민심을 얻기 위해 다양한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 엄삼탁 전 병무 청장의 조직과 가락 김씨 종친회 등이 DJ가 기대를 걸고 있는 운동원들이다. 국민회의 특히 ‘현대 표’에 은근히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현대그룹 직원은 울산에만 10만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가족까지 합하면 30만~40만 명에 이른다. DJ의 한 측근은 ‘김총재가 현대그룹에 부탁할게 있다면 그것은 돈이 아닌 표’라고 말했다.

통추, PK 끌어들이기 앞장
 후발 주자로 DJT에 합류한 통추 인사들ㅇㄴ 수도권과 부산·경남 지역을 분담할 예정이다. 홍기훈·원혜영 전 의원은 경기 지역을 공략하고, 부산출신 김정길·노무현 전 의원은 부산·경남을 전담하는 시스템이다. 노씨는 부산·경남에서 선두를 달리는 이인제 후보의 저격수를 자임하고 나섰다.

 통추 인사들은 또 DJ의 보수화에 반발에 떨어져나간 젊은층의 지지율을 다시 흡수하는 데도 주력할 계획이다. 이런 20~30대 표심 잡기에는 국민회의 초선 의원들의 모임인 푸른정치모임과 국민회의·자민련의 초·재선 의원들로 구성된 21세기 전략위원회가 적극 동참하게 된다.

 국민회의는 DJT 세 축의 역할에 기대는 한편 꾸준한 영입을 통해 DJT 연대의 상승세를 과시할 생각이다. 보수층 인사들이 자민련에 입당해 우회적으로 DJ를 지원하는 경향도 느는 추세다. 이판석 전 경북도지사가 이미 입당했고, 김진선 전 2군 사령관이 자민련에 입당할 예정이다.

 거물급 인사 가운데 DJ측이 가장 탐내는 사람이 신한국당을 탈당한 이수성 전 총리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신망이 높은 이씨가 DJT에 합류한다면 막강 팀이 되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국민회의에서는 유재건 비서실장이 여러 차례 이고문을 접촉했지만 이씨는 “이인제 후보측에 합류하지 않는 것으로 자신의 뜻을 알아달라”며 DJT 동참을 완곡하게 거절하고 있다.

 국민회의는 앞으로 전직 장관 등 관료 출신과 대학 총·학장 영입에 치중할 계획이다. 이종찬 후보지원단장은 5백여 명의 리스트를 놓고 선별 작업에 들어갔다. 정근모 과기처장관 같은 인사가 영입 대상자 1순위에 올라 있다.

 DJT를 이룬 뒤 통추를 합류시킴으로써 원군을 넉넉히 확보한 DJ는 승리의 최대 관건인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으로 보인다. 그 1차 관문인 ‘3% 작전’이 성공하느냐 여부가 결국 DJ의 청와대행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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