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혁신해야 우량기업 된다”
  • 김방희 기자 ()
  • 승인 2006.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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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이론ㆍ문화영향ㆍ현장조사 등 다각도에서 기업 성공요인 분석 톰 피터스는 미국의 최고경영자들이 가장 많이 인용하는 컨설턴트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88년 미국의 초우량 기업을 해부한《탁월함을 찾아서》(한국에서는《초우량기업의 조건》이라는 제목으로 번역ㆍ출간됐음)를 펴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우량 기업을 다룬 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은 성공 기업을 취급한 책들이 잇달아 출판되는 계기가 되었다.

 국내에서도 그때부터 기업 성공담을 다룬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양산된 책이 모두 엄격한 기준에 따라 선정된 기업을 정밀하게 분석한 것은 아니었다.

 한국에서 우량 기업을 가려 뽑고 이를 분석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있다. 물론 한국에도 회계정보나 사회적 평판을 기준으로 기업 순위를 매기는 전문 평가기관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들은 회계정보나 사회적 평판이라는 것 가운데서 한 가지만을 기준으로 선정한다. 이들이 선정한 기업이 늘 모든 사람에게 우량 기업으로 비치지는 않는 모양이다.

 더욱이 한국 기업인과 기업은 무척 폐쇄적이다. 기업인을 만나기도 힘들고 각 기업은 기업에 관한 자료도 잘 내놓으려 들지 않는다. 국내에서 출간한 우량 기업 경영사례집은 자료를 구하기 쉬운 기업의 이야기를 극적으로 재구성해 놓은 것들이다.

 삼일회계법인의 작업도 톰 피터스의 작업에서 큰 양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피터스의 책이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되던 80년대 후반에 나온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제조업이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졌을 때 삼일회계법인의 연구는 시작되었다. 이 연구를 총괄한 김일섭 대표는“기업과 기업인이 활력과 의욕을 잃고 있을 때 그 잘못을 들추어내기보다는 그 장점을 부추겨 격려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삼일회계법인의 연구진은 연구가 벽에 부딪힐 때마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이 작업의 의의를 새로이 되새겨야 했다. 한국 경제의 앞날은 제조업이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달려 있으며, 이 연구가 그것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연구진은 어떤 기업이 계속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를 따지는 흥미 위주의 조사연구는 무의미하다고 보았다.

 제조업체에 대한 삼일의 연구결과는 작년 초《한국기업의 성공조건》(매일경제신문사 펴냄)이란 책으로 출간됐다. 올해 초에는 거의 마무리된 서비스업체와 중소기업에 대한 연구결과를 출간할 예정이다. 내년에 비영리 조직에 대한 연구까지 책으로 출간하면 이 연구는 6백여쪽에 이르는 책 네 권을 연구결과로 남기게 될 것이다.


 이 계획의 방대함은 연구 초기의 팀 구성에서도 확인된다. 기업과 경영에 대한 일반이론을 연구하는 팀, 성공 기업에 대한 현장조사를 맡는 팀이 구성됐을 뿐만 아니라 민족문화가 한국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를 탐구하는 팀까지 구성했다. 세 팀이 장시간의 토론을 거쳐 기업의 성공요인을 분석했다. 연구결과가 다소 산만한 느낌을 주는 것은 이처럼 의욕이 앞선 때문이다.

 성고 기업으로 선정된 기업들은 대체적으로 상장법인 가운데 각 분야에서 정상이거나 정상에 가까운 기업으로 자타가 인정하는 기업이다. 이 기업들은 규모ㆍ평판ㆍ경쟁상태ㆍ기술적 우위 등을 기준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외국인 합작회사나 사회적으로 기업윤리나 책임완수행과 관련하여 큰 물의를 빚은 회사는 제외했다. 재벌그룹 계열사의 경우도 그 수를 제한했다. 이 때문에 각 분야에서 정상급인 계열사를 많이 거느린 삼성그룹이 상대적으로‘피해??를 입었다.

 서비스업체는 개인을 대상으로 한 업종으로 제한했다. 광고ㆍ회계ㆍ법률 자문회사처럼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서비스업종의 경우 아직 시장이 성숙되지 않았을 뿐더러 일반인의 인식도 높지 못하기 때문이다.

 선정된 기업이 엄밀한 의미에서‘우량 기업??에 해당되는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 톰 피터스는 우량 기업을??계속적으로 혁신하는 큰 기업??으로 정의했다. 계속 혁신한다는 것은 환경변화에 훌륭하게 적응해간다는 것을 뜻한다. 기업의 역사가 짧고 자생력이 없는 한국에서 이 정의에 합당한 기업을 찾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선정된 기업에 우량 기업보다 막연한??성공 기업??이라는 명칭을 붙인 것은 이 때문이다. 성공 기업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였지만 한국의 성공 기업은 아직 유아기 단계다.


                               각 분야의󰡐성공기업󰡑                    (단위:억원)

제조업

 

 

매출액

당기순이익

음식료업

 농심

 제일제당

 진로

 동양맥주

4,675 

10,450

2,174

3,789

52

112

25

-78

섬유신발업

 백양

 코오롱

 삼양사

 삼양통상

 에스콰이아

2,920

7,047

6,987

1,451

1,174

149

56

210

9

8

석유화학업

 럭키

 유공

 한국타이어

18,379

40,201

5,244

438

245

278

조립금속업

 포항제철

 부산파이프

 현대정공

58,274

2,669

10,073

1,457

18

102

기계장비업

 금성사

 삼성전자

 기아자동차

 현대자동차

 만도기계

 신도리코

36,828

52,271

27,448

56,052

5,071

1,001

185

686

158

538

86

92

서비스업

 

 

매출액

당기순이익

여가, 레저

 호텔 신라

 중앙개발

 한우리외식산업

1,263

1,194

34

36

14

2

공공서비스

 길병원

 종로학원

482

36

4

1

금융서비스

 하나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

 대우증권

 삼상생명

2,500

6,883

11,253

2,842

77,453

155

1,156

503

101

252

정보서비스

 계몽사

 문화방송

310

2,436

27

143

유통서비스

 동아백화점

 LG유통

 종로서적

3,413

2,772

309

93

40

7

건설서비스

 청구

3,485

63

 ※ 회계자료는 91 회계연도 기준

자료:삼일회계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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