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공습에 아랍국 ‘시큰둥’ 美의 이중성이 원인…후세인 되레 재기
  • 변창섭 기자 ()
  • 승인 2006.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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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이 13일 이라크를 전격적으로 공습했지만,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권력기반은 쉽사리 무너질 것 같지 않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다국적군은 전폭기 1백10대를 동원해 이라크의 4개 미사일 기지를 폭격했으나 한곳만 완파하는 데 그쳤다. “대성공??이라는 미국측 주장과는 달리 이번 공습은 부분적인 효과밖에 못 거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이번 공습으로 덕을 본 것은 후세인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후세인은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당선자를 시험하고 국내적으로는 유엔의 금수조처로 고통을 겪는 국민에게, 그 책임이 자신이 아니라 ‘서방의 악마??인 미국에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사실 미국이 주도한 이번 공습은 경고 차원의 극히 제한적인 것으로 후세인의 제거를 목표로 하지 않았다. 보스턴대 윌리엄 그린 교수는 “중요한 것은 공격 유형에 대한 최대한의 합의인데, 이번 이라크 공습은 제한된 공습을 위한 제한된 합의로 이루어졌을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남부의 지대공미사일 기지만을 파괴하는 제한공격을 선택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우선 제한적인 공습은 인명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퇴임을 불과 며칠 앞두고 공습명령을 내린 부시 대통령은 클린턴 차기대통령이 취임하는 날 포로로 잡힌 미군 병사들의 모습이 이라크 텔레비전에 방영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을 것이다.

 걸프전 당시 미국에 아낌없는 성원을 보낸 아랍국들이 이번 공습을 예고했을 때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 것도 부시 대통령이 제한공습을 선택한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걸프전 당시만 해도 미국에 강력한 지지를 보냈던 아랍국들이 이번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이유는, 미국이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데 이중적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아랍 외교관들은 “미국이 좌지우지하는 유엔은 순전히 미국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한 기구로 전락했다는 인식이 아랍세계에 확산되고 있다??라고 말한다.

 그 대표적 예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변함없는 지지다. 얼마 전 이스라엘 정부는 극렬 테러분자라는 낙인을 찍어 팔레스타인 난민 4백15명을 추방했다. 유엔총회는 이스라엘에 대해 추방조처를 철회하라는 안보리 결의안까지 채택했다. 아랍연맹 외무장관들은 긴급 회동을 갖고 유엔 안보리가 이스라엘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옛 유고의 보스니아 내전사태를 대하는 미국의 태도도 아랍세계의 불만을 사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에 대해서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내세워 무력제재를 하면서도, 소수 회교민족에 대한 인종청소 작업에 나선 세르비아에 대해서는 안보리 차원의 무력제재를 꺼린다. 미국의 이 같은 이중적 분쟁해결 기준은 특히 이스라엘 문제에서 아랍세계에 좌절감을 주었다.

 아랍연맹의 에스마트, 사무총장은 아예 노골적으로 미국을 비난했다. 그는 “이번 공습의 동기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이행하는데 있다면, 팔레스타인 난민의 귀환을 허용하라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799호의 이행을 거부하는 이스라엘에 대해 동맹국들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아랍세계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라고 반문했다.

 이외에도 탈냉전 이후 아랍세계가 예전처럼 미국이 하는 일에 동참하지 않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집트를 비롯해 많은 아랍국이 점증하는 회교원리주의 세력의 도전을 받고 있다. 섣불리 미국의 작전에 동참했다가는 미국의 꼭두각시라는 비난을 듣기 십상이다.

 대다수 아랍국은 지금처럼 이라크를 38도 이북의 쿠르드족 거주지역과 32도 이남의 회교 시아파 거주지역으로 사실상 3등분 하는 분할정책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것 같다. 후세인이 무너지고 민주적인 지도자가 탄생하면 그만큼 왕정의 기반도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아무튼 이번 공습으로 미국은 소기의 목적을 거뒀지만 아랍 권으로부터의 지지가 약화되는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특히 이번 공습 이후 미국과 아랍권의 관계는 친이스라엘 성향의 클린턴 대통령이 앞으로 어떻게 이스라엘 문제를 풀어 가는가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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