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적극 통상로비 펼 때
  • 한홍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
  • 승인 2006.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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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차기 미국 대통령이 표방하는 통상정책의 핵심은 이른바‘공정무역(Fair Trade)이라는 개념으로 대변된다.?? 세계경제 판도의 역사적 배경과 국제적 부의 분배에 대해 어떤 가치판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공정무역이라는 말은 일견 중립적이고 타당한 것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이것은 실상 미국 통상정책 기조의 중요한 변화를 암시한다. 미국의 전통적인 자유무역주의는 무역상대국의 보호무역 관행에 대하여 비난은 할망정 이에 대해 보복적인 보호주의적 조처를 취하는 것까지 정당한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클린턴 차기 대통령이 말하는‘공정무역의 추구??란 무역 제재수단을 동원해 상대국의 보호주의적 관행을 타파하자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가 예상됨에 따라 미 의회에 대한 통상외교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다. 미 의회가 미국의 정책 결정에 막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클린턴 차기 대통령은 전직 고위관료가 외국정부와 기업에 대한 로비활동을 벌이는 것을 5년간 금지하는 등 로비활동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지만, 미국의 무역정책을 가능한 한 더 우호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한 이해집단의 로비는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지금이야말로 이러한 로비의 속성에 대한 더욱 깊은 연구가 우리에게도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가 현재 지배하는‘이력현상??주의해야 미국의 통상정책이나 무역정책의 운용은 전반적인 경제여건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국민총생산 실업률 물가 등 경기변동 지수와 국제수지가 저조한 상황일 때 수입규제적인 행정조처도 늘어났다. 또한 이러한 시기에 의회에서 보호주의적 법안에 찬성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많았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를 놓고 본다면 불리한 경제 상황으로 생겨난 보호주의적 정책은 경제적 환경이 다시 개선될 경우 철회되는 것이 논리적으로 자연스럽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상식과 반대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데 있다. 즉 인과관계보다는 과거의 상태가 현재를 지배하는 이른바‘履歷現狀??(Hysteresis)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로비활동에 소요되는‘陷沒費用??(Sunk Costs) 개념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함몰비용이란 로비활동을 벌여 정책을 채택하도록 하는 데 필요한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말한다. 불경기 때에는 이러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공동 이익 집단의 결집이 비교적 쉬우므로 보호주의적인 정책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지속적인 통상외교가 중요 주목할 것은 일단 정책이 채택된 이후에도 이러한 로비가 중단 되지 않고 계속된다는 점이다. 경제상황이 좋아져서 보호정책의 필요성이 없어진 상태라도 향후의 상황변화에 대비하여 정책을 고수하는 편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로비를 시작할 때의 함몰비용보다 기존의 정책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훨씬 적다는 전제가 따른다. 즉 호경기에 로비를 중단함으로써 정책이 철회되는 것보다는 적은 비용으로 경제상황의 변화와 상관없이 로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장차 또다시 보호가 필요할 때 새로운 함몰비용을 지출하는 것보다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 결과 보호정책의 필요성이 사라진 경제적 상황이 다시 도래하더라도 정책적으로는 변화가 생기지 않는 이력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력현상은 통상외교를 펼 때 유용한 점 몇 가지를 시사한다. 첫째는 정책을 입안하는 정부 및 의회의 교체시기가 적극적인 로비활동의 적기라는 점이다. 정부와 의외가 입장을 정하기 전에 자신의 입장을 이해시키는 것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둘째는 지속적인 통상 외교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일단 자신의 입장을 이해시킨다 하더라도 이 같은 노력을 지속하지 않는다면 사후에는 몇 배의 노력을 해야 하고 또 그 효과도 크지 않다. 이는 또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모든 의사결정의 주요 배경임을 상기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에 미국 하원에는 정족수의 4분의1이 넘는 새로운 의원이 진출한다. 미국 하원은 극우로부터 급진적 진보주의자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으나, 이러한 의회 구성원을 비교적 간단하게 분류하는 방법이 하나 있다. 이른바 언론에 이름을 떨치고 있는‘일하는 말??(Work Horses) 두 부류이다.

 우리는 언론에 오르내리는 명망 있는 의원들만을 쫓아다닐 것이 아니다. 1백여개가 넘는 미 의회의 위원회 및 소위원회에서 묵묵히 일하는‘일하는 말??에 주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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