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JP 티격태격, 자민련 삐걱삐걱
  • 이숙이 기자 (sookyiya@sisapress.com)
  • 승인 1998.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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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운영 방식 놓고 박태준·김종필 진영 미묘한 갈등…재·보선 결과에도 이견

박태준 총재는 최근 자가용을 다이너스티에서 한 단계 더 고급인 체어맨 리무진으로 바꾸었다. 경호원도 2명 채용했다. 그런 박총재를 바라보는 당내 시선이 고을리 없다. 주로 충청권 출신 당직자들의 불만이 많다. 대전 출신인 한 당직자는 “월급 사장인 주제에 회장인 양 행세하려 든다”라고 박총재를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박총재는 당의 관리자일 뿐이므로 국민회의 조세형 총재권한대행처럼 충실하게 JP를 보필해야 하는데 그 범주를 넘어서는 있다는 것이다. 박총재에게 경호원이 왜 필요하느냐는 불만도 나왔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
  그러나 박총재측도 할 말이 많다. “JP의 경호원을 다시 쓸 수는 없지 않은가. 경호차도 안전을 고려해 그랜저로 달라고 했더니 JP가 쓰던 프린스 이상은 줄 수 없다며 버텼다. 말끝마다 김종필 총리서리를 들먹이니…”라는 반박이다. 박총재의 한 측근은 JP 진영 사람들이 이런 내막을 언론에 흘려 박총재를 음해하려고 했다며 흥분했다.

  사소한 촌극으로 비칠 수도 있는 이 승용차 소동은 ‘박힌 돌’ JP와 ‘굴러온 돌’ TJ의 미묘한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박총재를 자민련으로 끌어들인 사람은 물론 JP이다. 자민련이 충청도 당이라는 한계를 벗고, DJP 단일화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던 JP에게 박총재는 알토란 같은 존재였다. 더욱이 박총재는 정치적 무게에 비해 딸린 식구가 거의 없어 당으 대리인으로 삼기에 적격이라고 생각했음직하다. 실제로 박총재는 대리인 노릇을 충실히 해왔다.

  그런데 막상 김종필 총리서리가 행정부로 나간후 박총재가 주로 대구·경북 출신의 지원을 받아 빠르게 당을 장악해 가자, 김종필 총리서리 진영에서는 박총재에 대한 견제 심리가 알게 모르게 생겨났다.

  JP계와 TJ계의 갈등은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당 운영 방식에서 출발한다. 대표저인 예로 박총재는 특유의 포철식 경영 기법을 동원해 당을 운영하려고 한다. 의견을 널리 구하되 최종 결정은 박총재 본인이 내리고, 한 번 결정하면 화끈하게 밀어붙이는 것. 이것이 바로 바태준식 당 운영이었다.

  지난 4·2재·보궐 선거에서 경북 문경·예천 후보로 신국환씨를 낙점한 과정은 박태준식 당 운영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당초 당내 대다수 의원은 이 지역의 자민련 위원장 대리를 지낸 이상원씨를 밀었다. 당에 대한 충성도와 소속 의원들과의 오랜 인연이지지 사유였다. 하지만 박총재 진영이 현지 여론을 조사한 결과 이씨가 가장 약체였다. 박총재는 측근을 직접 현지로 보내 여론을 수렴한 끝에 결국 신국환 후보쪽으로 마음을 굳히고 강하게 밀어 붙였다. 대다수 의원이 이씨를 지원한다고 해도 당선 가능성이 최우선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이유였다.

  김종필 총리서리 측근들은 이런식의 당 운영을 ‘상명하달식’이라고 못마땅해 한다. 유연성을 찾아보기 어렵고, 조직을 재체 둔 채 몇몇 사람에만 의존하는 ‘참모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총재측은 오히려 JP의 온정주의가 선거에 패한 한 원인이라고 본다. 박총재의 한 측근은 경북 의성에 좀더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웠더라면 전체 선거 양상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문경·예천과 의성의 후보가 서로 보완해 상승 효과를 냈다면 천여 표 차이는 뒤집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이 말에는 JP가 일찌감치 자기 비서 출신인 감상윤 후보를 의성에 낙점한 데 대한 비판이 담겨 있다.

  JP 진영 역시 ‘선거 패배 책임론’을 들어 박총재를 한바탕 몰아붙일 태세여서 앞으로 두 진영의 물밑 신경전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종필과 박태준. 상호 보완 관계로 출발한 두 사람이 상황에 따라 서로를 대체하는 적대적 관계로 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따라 자민련의 운명은 물론 김대중 정권의 미래까지 좌우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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