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김윤환, 손잡고 미소
  • 김재일 정치부 차장 ()
  • 승인 2006.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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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는 생존 위해, 虛舟는 보호막 절실…‘잠정적 연대??지속 여부 관심


 

김종필 민자당 대표의 정치적 운명이 관심거리다. 최근 급격히 강화된 것으로 보이는 김대표의 위상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민자당은 김대표 체제로 자리가 잡혀가는 듯이 보인다. 그는 당총재인 김영삼 차기대통령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각종 회의를 주재한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당내 계파 활동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말해 자신이 단순한??얼굴 마담??이 아니라 명실공히 당을 통괄 지휘하는 존재임을 과시했다. 그의 정치적 위상은 실제로 강화된 것일까.

그의 향후 위상에 대한 관측은 두가지로 엇갈린다. 하나는 그가 얼마 못가 당대표직에 서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다른 하나는 그가 내년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도 대표로 추대받아 그를 구심점으로 한 당체제가 김영삼 정권 말기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견해다.

김대표‘실세간 싸움’으로 어부지리 가능성

그가 다음 전당대회 때까지 가지 못하고 도중하차하리라는 관측은 무엇보다도 김대표가 곧 출범할 문민정권의 간판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나온다. 이 문제는 곧 김영삼 차기대통령의 개혁 구상과 맞물려 있다. 차기대통령은 선거제도뿐만 아니라 정당운영제도를 개혁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구상하고 있다고 알려진다. 따라서‘구시대 인물????흘러간 물??이란 말을 듣는 김대표는 정당제도와 당의 구조를 개혁하는 과정에서 장애물로 작용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한 관측통은 “김대표는 어차피 금년을 넘기기 어렵다. 임기와 관계없이 물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다??라고 잘라 말한다. 김 대표의 위상이 전당대회 전에 상임고문 등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당대표는 전당대회에서 선출하는 것이 원칙이나 당헌상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중앙상무위에 위임하고, 중앙상무위는 다시 당무회의에 위임할 수 있어 당무회의의 결정으로 대표를 바꿀 수 있게 되어 있다.

차기 정권의 개혁 노선 말고도 김대표의 보잘것없는 당내 세력과 충청권에서의 영향력 쇠락을 들어 그가 당대표직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현재 그의 영향력 아래 있는 공화계 의원 수는 10명 남짓이다. 지난 총선과 대선을 통해 충청권에서 그의 영향력은 거의 사라진 것 같다. 정치인의 위상은 곧 그가 형성한 세력의 연장에 있다. 김대표의 지금 직책은 자신의 실질적인 세에 비해 과분하기 때문에 대표직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다.

그러나 이와는 정반대 견해도 있다. 김대표의 당내 세력이 약하고 충청권에서의 영향력이 떨어졌다고 해서 그가 당대표직에서 밀려나리라 보는 것은 피상적 관찰이라는 주장이다. 한 민정계 당직자는 “김대표는 세가 약하기 때문에 대표직을 오래 고수할 수 있다는 역설이 성립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세들이 서로를 견제하는 복잡한 역학관계 속에서 그는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대표에 대한 공화계의 시각은 좀더 낙관적이다. 김대표가 도중하차하기는커녕 내년 8월 전당대회에서 다시 대표로 추대받으리라 기대한다. 그렇게만 되면 김대표 체제는 96년 3월에 있을 국회의원선거 때까지 연장될 가능성이 많다. 96년 8월에는 민자당 전당대회가 열린다. 그때 김대표의 대표직 유지 여부는 선거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운이 좋으면 그때 또 한번 대표를 맡아 김영삼 정권의 임기가 끝나는 98년 2월 이후까지 대표직을 연장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때 김대표의 정치적 위상은 김영삼 정권의 후반기쯤에 거론될 것으로 보이는 권력구조 개편문제와 맞물려 한단계 도약하리라는 것이 김대표측의 기대다.

한 공화계 당직자는 “김대표에게 분명히 기회가 있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기회란 말할 것도 없이??대권을 잡을 기회??를 뜻한다. 그는 특히 경선 이후 차기대통령과 김대표 사이의 신뢰 관계가 돈독해졌다고 말한다. 그는 차기대통령의 입장에서도 김대표를 내세우는 것이 당과 정국을 운영하는 데 편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고만고만한 사람들에게 당권 경쟁을 시키기보다는 자타가 인정하는??어른??인 김대표를 내세워 당을 관리하는 편이 훨씬 마음 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JP와 김윤환, 정치 행태 성향 비슷

그러나 김대표측의 이러한 분석은 다분히 희망사항까지 내포한 것으로 보인다. 변화무쌍한 정치 현실에서 김대표의 수년후 위상을 장미빛으로 칠한 것이 지나치게 작위적인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김대표의 취약한 당내 기반은 그를 불안하게 만든다. 따라서 김대표는 김윤환 의원과 손잡을 필요를 느꼈을 것이다. 김종필과 김윤환의 연대, 양측 모두 이를 부인하지만 두 사람이 ‘매우 친한 사이??임은 인정한다. 두 사람은 각자의 필요에 따라 연합전선을 펴는 듯하다. 김대표로서는 최대 계파를 거느린 김의원과 손잡음으로써 자신의 당내 위상을 강화 할 수 있다. 김의원은 지금 단계에서 전면에 나설 경우 이한동 이춘구 최형우 등 경쟁자의 공격 목표가 되리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는 김대표를 앞세워 보호막을 칠 필요가 있다.

대통령선거 기간에 김대표가 경북 지역을 방문하자 김의원은 그를 자주 수행하며 깍듯이 예우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처음부터 사이가 좋았던 것은 아니다. 김의원이 사무총장을 맡았을 때 김종필 최고위원은 김영삼 대표에게 우호적인 김의원의 태도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91년말부터 92년초에 걸쳐 후계 구도 문제를 둘러싸고 터진 민자당내 갈등과 관련해 김최고위원은 김총장의 행동을 비난하기도 했다.

 두 사람이 가까워진 것은 지난해 3월 총선 이후부터라고 할 수 있다. 김최고위원은  자신이 이끄는 공화계가 참패한 선거 결과에 충격을 받고 장기간 자택에 칩거했다. 그때 김의원은 김최고위원을 수차례 방문해 곧 있을 후보 경선에서 김영삼 대표를 지지해 달라고 설득했다. 김최고위원은 “김대표 지지로 마음을 돌린 것은 노대통령을 만난 후??라고 했다. 그러나 그가 노대통령을 만나기 전에 김영삼 대표를 지지하기로 결심한 징후가 보였다. 김최고위원의 이같은 변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김윤환 의원인 듯하다. 그후 김영삼 대표의 총재직 인수와 관련해 대표직을 누가 맡을 것인지를 놓고 민자당이 또 한번 요동칠 때 김의원은 박태준 최고위원이 아닌 김최고위원을 강력히 지원했다.

한 민자당 당직자는 “김대표와 김의원이 정치 행태와 성향상 가까워지기 쉽다??고 말한다. 두 사람은 모두 내각제론자이면서 정치 감각이 뛰어나다. 그들은 권력의 생리에 정통할 뿐 아니라 권력 변동기를 많이 경험했다. 권력 변동기에 김대표는 권력의 핵심권에서 부침을 거듭한 주역이었고, 김의원은 권력 이양 과정에서 복잡 미묘한 역학관계를 순조롭게 푼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또 지역적으로 겹치지 않아 손을 잡는데 문제가 없다.

두 사람은 각자의 정치적 이해 관계뿐만 아니라 정치 행태의 공통점 때문에 서로 손잡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연대는 잠정적이지 항구적이 아니라고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 그 잠정적인 연대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앞으로의 정치 상황에 달려 있다.

 김대표 위상의 변수는 김대중씨

김대표는 최고 권력자에게는 철저하게 복종하는 정치 행태를 보여왔다. 그는 사석에서 “오래 사는 사람이 이긴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 한다고 한다. 권력 무상을 체험한 그는 정치권에 오래 남는 자가 결국 승리한다고 믿는 것이다. 그는 3당 합당 초기 김영삼 대표에 대해 심한 인신공격성 발언을 서슴지 않은 적도 있다.

그러나 지금 그는 김영삼씨가 과거의 당대표가 아니라 최고 통치자임을 잘 안다. 그는 최근 “김 차기대통령의 윤허??란 표현을 사용해 당내외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그는 차기 대통령과의 관계에 있어서 자신의 위상을 재빨리 하향 조정한 것이다. 관측통들은 김대표의 과잉 충성이 자신의 정치 생명을 단축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지나친 저자세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게 돌아갈 경우 여론을 중시하는 김 차기대통령이 이를 방치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김대표의 정치 운명과 관련해 중요한 변수 중 하나는 김대중씨의 향후 거취다. 세 김씨 가운데 김대중씨는 은퇴를 선언했고, 김영삼씨는 임기 후에 퇴진하게 돼 있다. 그렇게 보면 현재 세 김씨 중 김종필씨는 물러날 시기가 정해지지 않은 채 정치권에 남아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김대중씨가 6개월후 귀국해 영향력을 얼마나 행사할 것이냐에 따라 김종필 대표의 영역은 달라질 수 있다. 김대표의 입지와 김대중씨의 영향력은 비례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김대중씨의 거취는 정치권 개혁의 성패 여부, 야권의 사정, 그리고 민주당의 행보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종합해 보면 김종필 대표의 정치 운명은 차기대통령의 개혁 구상, 다음 전당대회 때까지 민자당의 판세, 그리고 향후 정국의 동향과 관계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김영삼 차기대통령이 김종필 대표를 언제까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그의 정치 운명을 좌우할 가장 중요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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