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외국인에 판다고 바다 건너가나
  • 성기영 기자 ()
  • 승인 1998.04.09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인들이 ‘땅’에 대해 가지는 맹목적 집착을 감안한다면, 정부가 먼저 나서 외국인들의 부동산 시장 진입을 전면 허용하겠다고 밝힌 것은 고육책의 성격이 짙다. 미분양 아파트가 널려 있고, 기업 구조 조정을 위해 건물을 내놓아도 사갈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적이 규제가 풀렸다고 해서 당장 외국인들이 몰려오리라고 생각한다면 오판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외국인 매수 세력과 한국 건물주들이 부동산 계약 고나행 등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부동산을 구입한 후 이를 운용해 얼마만큼 수익을 올릴 수 있는가를 최대 관심으로 삼는다. 당연히 연면적 · 임대료뿐만 아니라 관리비 수입 · 청소비등가지 엄격한 자료를 요구하지만 국내 건물주들은 이런 자료를 공개하기를 꺼릴뿐더러 체계적인 자료를 갖고 있는 사람도 별로 없다.” 법적 규제가 풀렸다고 하지만 실제 계약이 성사되려면 멀었다고 주장하는, 부동산 컨설팅 전문업체 ERA 권진원과장의 말이다.

 96년 부동산 중개업이 외국인들에게 개방된 뒤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를 사펴보는 것도 부동산 시장 개방 이후를 점치는 방법일 것 같다. 이 분야에 외국인 진입이 허용되면서 국내에는 ERA · 센츄리21 · 컬리어스자딘 등 외국에 본부를 둔 프랜차이즈형 부동산 업체들이 활발하게 영업하고 있다. 이 업체들은 세계적으로 수십 개 나라에 가맹점을 보통 3천~4천개 가지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도 이런 프랜차이즈 업체의 간판을 단 부동산 중개사무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중개업 분야에서는 외국인들과의 계열화가 이미 이루어졌다는 말이다.

 중개업 분야에서 외국인들과 계열화하면서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이 서비스 향상이다. 일부 업체는 ‘만일 귀하의 집을 팔지 못하면 우리가 대신 사 드립니다’같은 고아고 문구로 소비자를 사로잡는다. 내놓은 집이 팔리기 전이라도 중개업체가 매물 가격 일부를 선불하는 제도이다. 이른바 ‘매도자 보장 제도’.

 그래서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에 대한 부동산 시장 개방을 꺼릴 것이 아니라 국내 부동산 시장이 한 단계 도약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부동산 중개업의 종합화 · 대형화 유도 △전문 평가사 제도 도입 △매물관련 정보망 구축 등을 이 기회에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앞서야 할 것은 땅에 대한 인식 전환이다. ‘내 땅이 팔려 나간다’는 폐쇄적 사고로는 외국인 부동산 투자 시대를 맞을 수 없는 것이다. 외국인 집주인들에게 전세나 월세를 내야 하는 일을 억울해 하는 사람들은 미국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져 허덕일 때 뉴욕 심장부에 있는 록펠러 센터를 일본 재벌인 미쓰비시에 팔아 경제 회생이 계기로 삼은 사례를 새겨 볼 만하다.                                             
成耆英 기자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