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랑 치고 가재 잡는 ‘동쪽나들이’
  • 최영재 기자 ()
  • 승인 1998.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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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아프리카 6개국 순방… 경제 교류확대 · 프랑스 영향력 줄이기가 주요목적

클린턴이 대서양 동쪽 아프리카로 간 까닭은? 아프리카로 떠나기 전에 클린턴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네 가지 방문목적을 밝혔다. △아프리카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원하겠다.△무역을 늘리고 투자를 확대하겠다 △내전같은 분쟁을 막기 위해 군사지원까지 곁들여 아프리카 나라들과 연대하겠다 △아프리카를 지속 가능하도록 개발해서 광대한 자연과 야생동물을 보존하겠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목적은 역시 경제 이해관계이다. 96년과 97년 두 해 동안 사하라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나라들은 평균 4%라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이전과 견줄 수 없을만큼 높은 수치이다. 또 이곳에는 7억 인구가 살고 있다.

 최근 미국과 아프라카의 무역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97년 말 현재 미국과 아프라카의 교역규모는 과거 미국과 옛 소련의 교역량이 가장 많던 때보다 20%나 많다. 또 미국에는 아프리카 수출과 관련된 일자리가 10만개에 이른다.

아프리카판 APEC창설도 추진
 그렇지만 미국은 성에 차지 않는다. 미국으 전체 무역량 가운데 아프라카가 차지하는 비율은 1%밖에 안된다. 미국 정부의 한 관계자는 “아프리카가 다른 대륙에서 수입하는 상품 가운데 아시아에서 사들이는 양은 12%나 된다. 그런데 미국산은 7%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은 앞으로 아프리카와 무역을 늘려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미국은 아프리카성장지원법을 새로 만들었다. 오는 5월 사원에서 최종 확정될 이법안은 △아프리카판 에이펙(APEC)창설 △쿼터폐지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미국은 아프리카에 도로 · 항만 같은 사회간접 자본을 건설하기 위해 5억 달러를 책정했다.

 이처럼 미국이 아프리카를 보는 시각은 철저하게 경제적이다. 반공 친미 국가라면 쿠데타로 집권하든 독재를 하든 가리지 않고 지원했던 냉전시절과는 완전히 바뀌었다. 미국은 아프리카 나라들에게 정치 · 사회개혁도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방침에 따라 미국은 현재 아프리카 나라들을 세그룹으로 나누어 접근하고 있다. 첫 번째 그룹은, 다당제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빠르게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 나라이다. 클린턴 대통령이 방문한 가나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이 그룹에 속한다. 두 번째 그룹은, 이른바‘제2세대 아프리카 지도자’가 이끄는 나라이다. 군부출신인 강력한 지도자가 이끄는 이 나라들은 정치적으로는 독재체제이나 최근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우간다 · 에티오피아 · 에리트리아 같은 나라들이다. 세 번째 그룹은, 아직도 내전에 휩싸여 있는 국가들이다. 소말리아 · 나이지리아가 대표적이다. 미국은 이같은 기준과 경제 이해관계에 따라 순방 6개국을 까다롭게 선정했다.

 미국은 현재 아프리카에서 프랑스와 패권을 다투고 있다. 아프리카는 최근까지도 프랑스의 영향권에 있었다. 아프리카의 프랑스어권 17개국은 현재 유엔에서 프랑스입장을 지지하며 사사건건 미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 프랑스는 지금가지 여러 차례 아프리카에 정치 · 군사적으로 개입했다. 사실상 국가를 운영한 사례도 잇다. 좌파 정권인 미테랑 행정부 시절에도 10여차례나 아프리카‘사태’에 개입했다.

“아프리카마저 미국 우산아래에 두려는 순방”
 프랑스 기업들은 아프리카에서 경제까지 독점하고 있다. 미국이 현재 아프리카 여러 나라의 군부를 지원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은 94년 르완다에서 종족 학살이 일어난 뒤 이 나라의 실력자 폴 카가메의 군대를 훈련시켰다. 또 미국은 세네갈 ·우간다 · 가나 · 에티오피아 · 말리 · 말라와이등 여섯나라의 군인들을 훈련시키고 전투장비를 제공할 계획이다. 물론 미국 정부는 이러한 프로그램을 겉으로는 평화유지활동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아프리카 나라들이 유엔의 궂은일에 앞장선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나라들은 유엔평화유지군(PKO)에 기꺼이 병력을 제공하고 있다. 아이티 · 캄보디아사태 당시에도 많은 병력을 보냈다. 미국은 반미 색채가 짙은 유엔에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아프리카 나라들을 지원해야 하는 실정이다.

 미국은 최근 프랑스와의 경쟁에서 승기를 잡았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번 방문 기간에 중앙아프리카의 우간다에서 여러 아프리카 정상들과 회담을 가졌다. 이는 미국이 중앙아프리카에서 프랑스를 제치고 꾸준히 영향력을 확보한 결과이다.

 미국정가는 클린턴의 아프리카 방문을 대단히 중요하게 평가했다. 미국대통령으로는 78년 카터에 이어 두 번째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나라들도 클린턴 대통령의 방문을 대단히 반겼다. 경제적으로 도약하는데 가장 든든한 후원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랑스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시각은 그리 곱지 않다. 아프리카마저 미국의 우산아래 들어가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崔寧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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