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불공정하면 당 분열 위험”
  • 최진 기자 ()
  • 승인 1998.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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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룡 한나라당 전 부총재

1941년 전북 익산 출생. 서울대 총학생회장. 김영삼 총재 비서실장. 통일민주당 대변인. 13, 14, 15대 의원. 민자당 총재 비서실장. 정무장관. 민자당 사무총장. 한나라당 부총재.

 김덕룡. 한나라당 당권을 향해 그가 맹렬히 뛰고 있다. 여의도 대산빌딩 4층에 있는 그의 ‘21세기 국가경영연구회’ 사무실에는 30~40대 젊은 참모들이 컴퓨터를 두드리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 멋진 야당 한번 해봅시다’라는 제목의 홍보 책자가 사무실 입구에 수북이 쌓여 있었다. 김덕룡 전 부총재의 주요 공격 목표는 이회창 명예총재. 그 관건은 이한동을 비롯한 비(非) 당권파의 연합의 성사 여부에 달려 있다. 하지만 이는 모두 현재로서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회창 진영의 세는 갈수록 확산되어 가는 데 비해 당권파 연대는 여전히 안개 속이기 때문이다. 이회창 체제 재등장에 대한 김덕룡 의원의 거부감은 상당히 크다. 이회창 명예총재를 얘기할 때마다 ‘패배한 대선 체제’ ‘패권주의’라는 말이 거침없이 나오고, 불공정한 경선이 이루어질 경우 당이 분열할지 모른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크게 이회창-이한동-김덕룡의 3파전으로 전개되고 있는 당권 경쟁에서 과연 그는 새 바람을 일으키며 잠재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8월8일 대산빌딩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당권에 도전하는 첫 번째 명분은 무엇입니까?
지금 우리 당은 야당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대선 이후 무력감에 빠진 당에 활력을 불어넣고 당풍을 쇄신해서 강한 야당, 젊고 활기찬 야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어려운 때에 당을 위기에서 구해야겠다는 생각과 정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것이 평소 제 소신이었습니다.

새로운 야당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을 말합니까?
한 사람이 당을 좌지우지해서는 절대 안됩니다. 합리적이고 능력 있는 젊은 사람들이 세력화해 당을 이끌면서 여당과 당당히 맞설 수 있는 민주적인 정책 정당이어야 합니다.

이회창 진영이 대세를 장악해 간다고 보는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자꾸 대세몰이라고 하는데, 그런 식의 정치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구당위원장들에게 협박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예기도 있던데, 정말 그래서는 민주 정당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런 패권주의적 발상은 당을 분열로 이끌 뿐입니다.

이회창 진영이 불공정 게임을 하거나 협박 분위기를 조성한 증거가 있나요?
대세론 · 세몰이라고 하는데, 원칙 없는 야합을 통해 큰 세력을 형성하는 식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이번 전당대회는 누가 야당 총재로 가장 적합한지를 결정하는 것이지 대통령 후보를 뽑는 경선이 아닙니다. 대의원들의 높은 의식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발휘되리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그리고 불공정 시비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텔레비전 토론은 필요합니다.

정가에서는 지난해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처럼 이번에도 반 이회창 연합 전선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당권파 연합이 과연 가능할까요?
자꾸 당권파·비당권파 하는데 저는 어느 쪽도 아닙니다. 당을 구한다는 뜻에서 구당파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대안 부재론 얘기가 나오는데, 그건 나 외에 다른 사람은 안된다는 오만한 생각입니다. 아니, 앞으로 전진해도 부족할 판에 대선 때 패했던 악몽 같은 과거 체제로 후퇴해야 할 이유가 도대체 뭡니까.

당권파가 연대하지 않으면 이회창 진영을 이길 승산이 적지 않습니까?
당을 구하겠다는 뜻이 같은 사람끼리 당파에 연연하지 않고 힘을 합칠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러나 원칙을 무시하고 오직 당권만을 위한 야합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한동 전 부총재와 연대하는 문제는 어는 정도 진전이 있습니까?
당의 활로를 찾고 대선 체제로 회귀해서는 안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번 경선이 불공정하다고 판단될 경우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당이 깨질 가능성도 있나요?
그래서는 안되고 또 그렇게 되지 않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경선 결과가 공정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독단적이고 패권적으로 운영될 경우 당이 분열될 위험이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김의원께서 탈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까?
저는 당의 단합을 위해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상황에 따라서 판단할 문제는 있겠지만…. 저는 항상 정도를 걸을 것입니다.

한나라당이 국회의장 경선을 비롯한 일련의 대여 전략에서 보여준 방향이 바람직했다고 생각합니까?
모든 전략에는 원칙과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한나라당의 전략은) 문제가 많았고, 그러다가 여당에 일방적으로 유린당한 결과가 바로 의장 선거였습니다.

토니 블레어론 기치를 높여 내걸었던 강재섭 의원이 허무하게 중도 하차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당의 한계를 느끼지 않았을까요. 개인적으로는 (강의원의 총재 불출마를)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우리 당은 젊은 인재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길을 터 주어야 하고, 저는 그 역할을 하는데 앞장설 것입니다.

진정한 토니 블레어의 모습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나이만 젊다고 다 토니 블레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헌신하고 지도력을 갖추었으며 국민들에게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토니 블레어는 어느날 갑자기 땅에서 솟아나는 것이 아닙니다. 무임승차하지 않았고 개혁에 기여하면서 정치경력을 쌓아온 사람이 아닐까요.

한나라당 일각에서 고개를 드는 내각제를 어떻게 보십니까?
한마디로 그건 야당에 대한 모략입니다. 내각제는 나라를 혼란케 하고, 정치를 불안하게 만들며 지역 감정을 더욱 악화시킬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대안으로 정·부통령제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YS 정권의 개혁 주체 세력의 한 사람으로서 DJ 개혁의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현정권의 개혁이 성공하려면 인사 등 모든 면에서 국민 화합이 필요합니다. 김대통령은 모든 정파를 초월해 나라를 이끌어 가는 최고 통수권자라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합니다. 힘으로 밀어붙이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동교동계와 삼도동계가 다시 손잡을 가능성은 없을까요?
글쎄요, 민주화 투쟁을 같이 하면서 개혁 공감대를 갖다 보면 함께 갈 수도 있겠지만, 과거를 기준으로 하는 발상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정계 개편은 지역 분할 구도나 3김 구도를 확대 강화하는 쪽으로 가서는 안되고, 국민의 선택에 따라 자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지난해 당내 후보 경선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패했는데, 4년 후에 다시 대권에 도전할 의향은 없습니까?
거듭 말씀드리지만, 이번 정당대회가 차기 대권을 의식한 행사여서는 절대 안됩니다. 이회창 대표는 지난 대선 때 국민의 심판을 받았고, 또다시 (종로 보궐 선거) 국민적 검증 기회를 기피했습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지난 대선 때와는 판이한 결과가 나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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