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등법원 형사부(부장판사 박재윤, 판사 정창남·김용출)는 지난 26일, 영장기각 후에도 피의자의 인신을 계속 구금한
목포경찰서 경찰관 5명에 대해 무혐의처분을 내린 목포검찰지청의 불기소 결정을 상대로 방희선 판사가 제출한 재정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대해 방희선 판사는 “즉각 대법원에 항고하겠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재정신청인이 고등법원 판결에 불복할 경우에는 결정송달후 3일 이내에 항고해야 한다.
광주고법 형사부는 이날 결정에서 신청인 방희선 판사가 주장한 경찰의 범죄행위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했다. 광주고법은 또 경찰의 이같은 행위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을 위반한 범죄행위에 해당하며, 검찰이 경찰에 대해 혐의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광주고법은 경찰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처분이 “그 이유에 있어서 위법이라 할지라도 그 결과는 정당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광주고법은 결정문을 통해 ??구속영장이 기각되었으면 경찰은 마땅히 이에 응하여 즉시 피의자를 석방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피의자를 경찰서 구내에 계속 잡아두어 감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모든 국민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하지 아니하고서는 구금되지 않는다는 헌법상의 기본권리가 있다. 경찰이 단순히 추가조사를 한다는 명목으로 피의자를 계속 구금한 것은 헌법 및 형사소송법이 보장한 국민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다. 이는 직권을 남용한 죄를 범한 것이다. 또 검사가 고발된 경찰관들에 대해 혐의 없음의 불기소 처분을 한 것도 위법이다??라고 검찰과 경찰의 위법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광주고법의 결정은 이 ‘위법사실??이 결과적으로 ??정당??할 수 있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열거했다.
위법이 ‘정당??할 수 있는 9가지 이유
①화염병 시위자에 대한 영장기각은 희소하였고 ②경찰은 검찰의 영장 재청구에 대비한 것이며 ③경찰이 피의자의 양해를 구한 사실이 엿보이며 ④불법감금이 계속되는 동안 경찰이 피의자에 대해 특별히 부당한 대우를 한 흔적이 없으며 ⑤피의자 및 그 가족이 경찰관들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고 있으며 ⑥방희선 판사가 경찰을 고발한 사실이 언론에 크게 보도됨으로써 세인의 관심을 끌게되어 그동안 공공연히 자행되어온 불법감금행위에 대해 경종을 울렸을 뿐 아니라 국민의 인권의식을 고양하기에 이르렀으며 ⑦이 사건을 계기로 대검찰청에서 전국 검찰에 인권침해 사태 방지를 촉구하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하여 불법구금의 재발이 방지되는 효과를 거두었으며 ⑧고발된 경찰관들이 그동안 국가에 기여한 공로를 참작하고 ⑨이들의 행위가 직권남용 감금죄에 해당하지만 굳이 형을 선고받게 하는 것보다는 이들을 엄히 훈계한 후 이번에 한하여 기소를 유예함이 타당하다.
광주고법이 판단한 내용을 요약하면, 경찰은 위법을 했고, 경찰의 위법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결정 역시 위법이지만, 검찰이 경찰의 위법사실을 기소하지 않은 행위는 정당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청인 방희선 판사는 대법원에 제출할 재항고장을 통해 “광주고법의 결정은 재판청구권을 보장한 헌법의 원칙을 또다시 위배한 것이며, 목포서 사건은 범죄내용이 헌법의 영장주의원칙을 유린한 행위이므로, 그 범죄사실을 모두 법원이 인정하면서도 재정신청을 기각한 것은 확정된 사실에 대한 법률적 평가에서 오류를 범한 것이니 이를 바로잡아 줄 것??을 요청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서울고등법원은 부천 후기대시험지 도난사건 피의자가 변호인을 접견치 못하도록 차단한 북천경찰서 경찰관의 소행을 무혐의 불기소로 종결한 인천지방검찰청의 처분에 대해 대한변협이 신청한 재정신청을 기각했다. 이때 서울고등법원의 판단 내용은 “위법이지만 결과적으로 정당하다??는 요지로, 목포경찰서의 직권남용 감금사건에 대한 광주고등법원의 판단 내용과 같다.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의 안상수 변호사는 “사법부가 명백히 입증된 수사기관의 인권침해 관행에 대해 이처럼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을 우려한다.
대한변협은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포괄적으로 정리해 곧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