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로 이동한 ‘이통’고통
  • 김상익 차장대우 ()
  • 승인 2006.05.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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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업체들 벌써 신경전… 공정한 선정방법 나올지 관심



바둑으로 치면 집계산이 다 끝나고 승패가 가려진 마당에 이긴 사람이 돌을 던지는 해괴망칙한 일이 벌어진 것은 작년 8월27일의 일이었다. 선경그룹의 崔鍾賢 회장이 盧泰愚 대통령과 사돈관계라는 점 때문에 특혜의혹이 줄기차게 제기되는 가운데 유공이 대주주로 있는 대한텔레콤에 사업권이 돌아가자 1주일간 자진반납하라는 여론이 들끓었고, 결국 대한텔레콤의 孫吉丞 사장이 자진반납 의사를 밝히게된 것이다.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심사했다??고 주장하던 체신부도 ??제2이동전화 사업과 관련한 모든 문제는 다음 정부의 결정에 맡기기로??하고 한발 물러섰다.

다음 정부가 들어설 날짜가 다가오면서 지난해 이동전화 사업권을 놓고 각축을 벌이던 6개 회사는 다시금 술렁이고 있다. 둘 이상의회사가 연합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이 좋겠다, 입찰 또는 추첨방식으로 결정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하는 의견이 흘러나오기도 했으며, 차기 정권 인수위원회에서 느닷없이‘복수선정??얘기가 튀어나와 언론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지난 1월 13일 대한텔레콤의 구성주주 중 하나인 미국 GTE사의 앤터니 나이트부사장 일행이 체신부를 방문해 서면 질의서를 제출하고, 이어 19일 손길승 사장이 미국 GTE를 방문하고 돌아온 것에 대해 양동작전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경쟁 업체들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국민의 관심은 다음 정부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하는 데 쏠려 있다. 작년의 제1라운드에서 참여 업체는 물론 심판 노릇을 한 정부도 대내외적으로 낯이 크게 깎였다. 제2라운드에서도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면, 노태우 대통령의 도덕성까지 거론하며 선경의 자진반납을 이끌어냈던 김영삼 차기대통령은 취임 첫해부터 곤경에 빠질 수 있다. 그만큼 선택은 어려운 것이다.

다음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몇가지 예상은 해볼 수 있다. 우선 작년의 평가가 유효하다는 결정을 내리는 상황을 가정할 수 있다. 대한텔레콤이“본 허가 추진을 포기한다??는 입장을 보이자 정부는 이를 받아들인다거나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말을 하지 않은 채 무조건 다음 정부로 미룬다는 방침만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정성에 강한 이의를 제기했던 김영삼 차기대통령이 이를 선택하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음으로, 작년의 평점은 유효하되 1등이 자진 반납했으므로 두번째로 높은 점수를 얻은 기업에 사업권을 주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이때 포항제철이 대주주로 있는 신세기이동통신이 어부지리를 얻겠지만 정부로서는 작년의 채점이 공정했다고 인정해야만 하는 자기모순에 빠지게 된다.

결국 정부로서는 새로 시작하는 도리밖에 없다. 작년에 경쟁에 뛰어들었던 업체들도 재심사를 바라고 있다. 대한텔레콤측은“이번에도 꼭 선정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이 기회에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러나 탈락해 GTE 둥 다른 주주들의 손해배상 요구가 빗발치면 수천억원의 배상금을 무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는 어려운 입장이다. 한편 일부에서는 대한텔레콤이 재도전한다는 것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 포기의사를 밝힌 바 있는 대한텔레콤에 기회를 주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도 정부가 명확히 밝혀야 할 사안이다.

재선정할 경우에도 작년에 이미 제출된 사업계획서를 인정할 것이냐 아예 백지 상태에서 다시 시작하느냐 하는 문제가 남는다. 정부가 문제를 새로 내고 기업들에게 답안지를 새로 쓰게 하는 방법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자원도 낭비하는 결과를 낼 것이 분명해 선뜻 택하기 어렵다. 작년에 6개 경쟁사들은 무려 두 트럭분의 사업계획서를 제출했고 이를 위해 1백억원이 넘는 돈을 썼다.

‘처음부터 다시??가 어렵다면 이미 제출된 사업계획서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신세기이동통신이나 코오롱그룹도 ??정부가 낸 문제에 잘못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채점방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므로 이미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인정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채점만 다시 하는 방법과??지난번과 시험범위나 난이도가 다른??문제를 추가로 출제해 두 점수를 합산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경쟁 업체들은 ??많은 돈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작성할 수 있되 실력을 더 잘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채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제3사업자 미리 뽑는 것도 한 방법

선정방법과는 다른 문제이지만 복수선정도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96년까지 제3사업자를 선정할 수 있다??는 구조조정안이 나와 있으므로 제3사업자를 미리 뽑는 것은 과열경쟁을 막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복수로 선정한다고 할 때 우선 지역별로 나누는 것을 생각할 수 있으나 누구나 다 이동전화 수요가 맡은 수도권을 원할 것이므로 지역을 쪼갤 경우 또다른 말썽을 빚을 수 있다. 다음으로 주파수를 둘로 나누는 것을 생각할 수 있으나 이 역시 현실성이 없다. 현재 쓸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은10MHz(메가헤르츠)로 교환기?기지국 장비가 10MHz를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5MHz씩 나눌 경우 새로운 장비를 개발해야하기 때문이다.

결국 MHz 대역의 주파수는 포화상태에 이르렀으므로 그보다 높은 GHz(기가헤르츠) 대역의 주파수를 이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GHz를 이용한 무선통신 기술은 현재 개발중이므로 일본처럼 제3사업자를 미리 선정하되 실용화에 시간이 걸리는 GHz 대역의 주파수를 할당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제2사업자에게는 우선 아날로그 방식을 사용토록 하고 제3사업자에게는 처음부터 디지털 방식을 채택하게 해 시간과 기술 양면에서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다만 나눠먹기 식으로 제2사업자와 제3사업자를 동시에 뽑는 방식에는 반대하는 의견이 많다.

다음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중요한 것은 공정성을 보장하고 낭비를 줄이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재계 판도를 바꿀 수도 있는 대형 사업이기 때문에 경쟁이 과열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고 해도 전파의 공공성을 생각할 때 심판 노릇을 하는 정부의 공정성만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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