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집 남자가 ‘교육 재벌’로
  • 나권일 기자 ()
  • 승인 1998.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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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하 · 서복영 부부, 문어발식 확장으로 ‘홍복 왕국’ 건설

이홍하 전 서남대 총장(59)은 전남 고흥 태생으로 조선대 동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순천고와 광주고등학교에서 생물을 가르쳤다. 부인 서복영 한려대 총장(56) 역시 고등학교에서 가정을 가르치던 평범한 교사였다. 이들 부부는 광주시내에서 목욕탕을 운영해 돈을 모았고, 77년 부동산에 투자해 모은 5천만원으로 이홍하씨와 서복영씨의 이름 가운데 글자를 따서 ‘홍복학원’을 설립했다. 이씨부부는 79년 옥천여상고를 시작으로 대광여고와 광남고를 잇달아 세웠으며, 91년 전북 남원에 서남대학교(서남학원)를 설립해 본격적인 교육 재벌로서의 토대를 닦았다.

 이홍하 · 서복영 부부의 대학 설립은 93년 광주예술학교(현재의 광주예술대 · 하남학원) 94년 광양전문대(현 광양대 · 양남학원) 95년 한려산업대(현 한려대 · 서호학원)로 이어지면서 1년마다 대학 1개씩을 설립할 정도로 재벌같은 문어발식 확장을 거듭했다. 95년에는 필생의 사업인 서남대 의대 설립인가를 받은 뒤 남광병원과 광주적십자병원을 잇달아 인수해 탄탄대로를 달리는 듯했다.

 학교 설립에 대한 이씨 부부의 집착은 끝이 없을 정도여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던 지난해 초만 해도 경기도 안산에 ‘안산산업대’(남양학원) 설립 인가를 교육부에 신청한 상태였고, 충남 아산에도 대학을 설립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광주시 광산구 삼거동에도 광주보건전문대 건축 공사를 하고 있는 데, 현재 건물 2개동의 골조 공사가 거의 끝난 상태이다. 광주예술대 · 한려대 교수와 학생이 학내 투쟁에 나서지 않고, 검찰의 비리 추적이 없었다면, 대학교 7-8개를 소요한 교육 재벌의 위치를 굳건히 다졌을 것이다.

 이씨 부부는 소유 학교를 4개 학원으로 분산하고, 친인척과 옥천여상 · 광남고 출신 교사들을 채용해 족벌 체제를 형성했고, 고등학교 평교사를 교수로 채용하는 등 ‘홍복 왕국’을 건설했다. 홍복학원의 모태인 옥천여상 서무과는 지난 해 검찰 수사 결과, 이홍하씨가 소유한 4개 대학과 3개 고등학교의 재정을 통합해 관리 · 운용하는 핵심 부서로 밝혀지기도 했다.

 이홍하씨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박철웅 전 조선대 총장은 조선대 하나만 갖고 하다 망했지만 나는 여러 개로 분산해서 경영하기 때문에 망할 까닭이 없다”라며 자랑스레 자기의 학교 경영법을 내세우기도 했다. 특히 이씨는 병보석으로 풀려난 뒤에도 서남대와 한려대에 나타나 부인 서씨와 함께 학내 문제 수습을 진두 지휘하는 등 뛰어난 건강을 과시했다. 지난해 검찰이 이씨에게 적용한 범죄 혐의만 해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과 뇌물 공여, 사문서 변조 등 여섯 가지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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