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당 붕괴 야권 재편 꿈틀
  • 김재일 정치부 차장 ()
  • 승인 2006.05.05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지자 우롱했다” 정씨에 비난 빗발 3월게 야당통합 가닥 잡힐 듯


 

정주영씨가 지난 대선 때 그를 지지한 3백88만 유권자를 우롱했다고 따가운 눈총을 받는 가운데 국민당 무너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곧 의원 17∼18명의 무더기 탈당이 있을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국민당 붕괴는 초읽기에 들어간 느낌이다.

 관측통들은 대통령선거가 끝난 후 국민당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에 큰 관심을 보였었다. 국민당은 정주영씨의 ‘대권’ 도전을 위해 그의 막강한 재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 때문에 당원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이념성이 약했다. 정씨가 선거에서 실패하면 국민당의 존립 근거는 없어진다고 보는 견해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정씨는 자신이 1년 전에 만든 당을 깨뜨리는 데 앞장섬으로써 자신의 정치 실험이 실패로 끝났음을 자인한 셈이며 국민당이 ‘거품’ 정당당임을 입증했다.

 국민당의 동요는 정씨의 정계 은퇴 선언으로 촉발됐고 그의 ‘배후 조종’으로 의원 탈당이 가속화했다. 국민당 직원들은 “현대그룹의 형태로 볼 때 어느날 아침에 출근해서 보면 갑자기 책상이 없어졌거나 서텨가 내려져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우선 책과 소지품을 집에 갖다 놓자”면서 ‘공중 분해’에 대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민당 내에는 “정상배적 상술” “부실기업 정리식의 사기극”등 정씨를 겨냥한 격앙된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정책 전문위원 26명은  “이대로 당할 수만은 없다”면서 법적으로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했다. 의원들이야 당을 떠나도 의원이지만 이들은 아무런 사후 보장도 없이 해산당할 운명에 놓여 있다. 개중에는 19년이나 공직생활을 하다 국민당으로 옮긴 사람도 있다. 그는 “공직에 1년만 더 있었으면 연금 대상자가 되는데 사기를 당한 기분이다”라고 말하며 울분을 터뜨렸다. 전문위원들은 정몽준 의원을 접촉하려 해도 만나주지 않는다면서 피해 보상 절차를 밝겠다고 말했다.

국민, 교섭단체 존속 불가능

 그간 차수명 원광호 김범영의원이 탈당하고 정몽준 박제상 송광호 정장호 조일현 김진영 김해석 의원 등 창당파 의원 대부분도 탈당할 것이 분명하다. 현재 잔류가 확실한 의원은 김동길 양순직 의원과, 민자당을 탈당하고 국민당에 입당한 이자헌 김용환 박철언 유수호 기복동 의원, 그리고 민주당에서 나와 합류한 한영수 의원 정도다.

 이렇게 되면 국민당이 더 이상 원내교섭 단체가 되지 못할 것은 자명하다.

 지난 15일 국민당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동길 의원을 대표로 추대하는 등 필사적인 자구 노력을 보여 당분간 가건물 형태로나마 당의 존속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당 붕괴는 곧 정치권이 민자당 민주당의 양당 체제로 자리잡힌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국민당이 와해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영수 최고위원은 “언론에서 보도 하는 것처럼 그렇게 쉽게 망하지는 않는다. 결국 수습이 잘 돼 원내 교섭단체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의 말은 희망사항을 내포한 것으로 비칠 뿐이다.

 한최고위원은 국민당 동요하는 요인을 두가지로 분석했다. 첫째는 정주영씨가 국민당에 대해 갖는 섭섭한 감정이다. 정씨는 대선이 끝난 후 국민당이 자기한테 너무 박절하게 대한 데대해 불만을 품어왔다고 한다.

 따라서 국민당이 자세를 전환해 정씨의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분위기로 간다면 그가 측근 의원들에게 탈당을 요구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이다. 둘째는 김영삼 차기대통령측이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다 여론이 안좋은 방향으로 돌아가자 압력이 주춤한 것뿐이라고 그는 분석한다. 이에 따라 정씨의 국민당 해체 움직임도 주춤한 국민당 해체 움직임도 주춤한 상태라고 한다.

야권 재편, YS 의지와도 상관

 한최고위원회 말이 아니더라도 국민당의 흔들림과 야권 재편은 김영삼 차기대통령의 뜻과 무관할 수 없다.  차기대통령은 예전부터 정치발전을 윗해서는 양당 체제가 바람직하다고 말해 왔으므로 그같은 의지가 정주영씨의 정계 은퇴에 어떤 형태로든 작용했다고 볼 수도 있다.

 정씨는 은퇴 선언을 하기 전 숙고를 거듭하며 정치에 강한 미련을 보였다. 그는 차기대통령의 측근을 통해 국민당은 해체하더라도 자신의 의원직 유지는 양해 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씨와 국민당에 대한 차기대통령의 반응은 “한마디로 잔혹했다”고 알려졌다.

 국민당 의원들이 탈당한다면 민주당보다는 민자당을 택하는 의원이 많을 것이다. 그들 대다수는 친여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민자당이 국민당 탈당 의원을 많이 흡수한다면 거대 여당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민자당측은 현재의 1백63석보다 6∼7석 정도를 더 늘려야 정국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본다. 상임위원장을 빼고도 각 상임위에서 여당 의원이 과반수를 차지하려면 그 정도 숫자가 보충돼야 한다.

 민주당 국민당뿐 아니라 새한국당 신정당 등 다른 야당과의 통합을 겨냥해 정지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3월11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당헌을 고쳐 최고위원 숫자를 늘리려는 움직임은 다른 야당을 부르는 손짓이다.

 지금 민주당 당권 경쟁에 나서고 있는 이기택 대표와 김상헌 정대철 최고위원 중 누가 당수가 되든 간에 분명하다. 민주당의 새 당수가 야당 통합을 이룬다면 이는 그의 가장 큰 업적이 될 것이다.

이대표 패배 땐 민주당도 동요

 야당 통합과 관련해 색다른 관찰이 있다. 야당의 재편을 민주당 전당대회 결과와 연관하여 보는 시각이다. 만약 이기택 대표가 당권 경쟁에서 승리한다면 민주당의 동요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대표가 패배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따. 그 경우 이대표가 당장 당을 뛰쳐나갈 수는 없을 것이나 결국 민주당을 탈당하리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번에 이대표가 당권 경쟁에서 패배한다면 당권을 잡을 기회가 다시는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의 정치 생명은 이번 전당대회에 걸려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김 차기대통령은 이대표보다는 김상현 최고위원이 민주당의 당권을 잡기를 바라는 것으로 알려진다. 여권에서는 이대표가 민주당 당권을 잡을 경우 강경노선을 걸을 것으로 본다. 대권 도전 의지가 확고한 이대표는 취약한 부산 ? 경남 지역에서 지지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선명한 색깔을 보이려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와 반대로 김최고위원은 ‘킹 메이커’론을 내세우며 대권에 대한 뜻이 없음을 분명히하고 있어 이대표보다 타협적일 것으로 보는 것이다.

 만약 이대표가 그와 이끄는 세력이 민주당을 탈당한다면 정당 구도는 양당 체제가 아닌 3당 제체로 다시 재편 가능성이 있따. 이대표 세력은 국민당 소속의원들 중 탈당하지 않고 잔류하는 의원들과 손을 잡을 수 있다. 이때 국민당은 ‘재벌당’이란 이미지를 벗기 위해 당의 이름을 바꿀 것이다. 그러나 그 경우 제3당으로서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을지는 알수 없다.

 이와 관련해 여당측이 덩지가 큰 지금의 민주당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관측도 있다. 김정남 국민당 총무는 “여권 핵심부는 3당 체제를 선호한다”라고 주장한다. 여당측이 야당이 통합하기보다는 지금 같은 분영 상태를 원한다는 것이다.

 야댱 통합 움직임이 가속화되면 이종찬 의원이 이끄는 새한국 당이나 박찬종 의원이 이끄는 신정당도 이 움직임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민주당 김상현 최고위원측은 김최고의원이 당수가 되는 경우레 대비해 신정당 측과 통합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측은 한편으로 국민당의 김복동 박철언 김용환 이자헌 유수로 의원 등 ‘입당파’ 의원들에 대한 영입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그들은 국민당이 해체된다해도 민자당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형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한영수 의원도 끝까지 국민당을 고수할 것이나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할 경우 ‘야당’을 택할 것이라고 말한다.

 새한국당도 야당 통합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여일 대변인은 민주 ? 국민 어느 당 하고도 합당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그는 새한국당은 각 당의 움직임을 보고 합당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각 당이 문민시대에 맞는 야당의 입장에 대해 정리가 안돼 있음을 들어 야당 재편 움직임이 급격히 이뤄질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민주당고 국민당은 전당대회를 거친 후 문민시대에 맞는 야당의 존립 근거와 위상에 대해 토론을 거친 후에 통합을 추진할 것이라는 말이다.

 현재 각 야당은 정강정책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통일정책과 관련해서는 국민당의 정주영씨만 흡수 통일을 주장했는데, 그가 은퇴함으로써 4당간에는 갈등요인이 없어졌다. 단체장선거 조기 실시는 야당 간에 합의된 상태다.

“통합에 장애물 없다”

 야당은 경제 개혁에 관해서도 대체로 견해를 같이한다. 권력구조아 관련해 국민당과 새한국당은 내각제에 긍정적이고 민주당은 찬반이 엇갈려 있다. 이렇게 보면 야당 통합에 큰 장애물은 없는 샘이다.

 한 관측통은 “큰 줄기로 볼 때 대통령선거 이후 보수 양당체제가 불가피한 추세다. 지금은 보수 양당제로 가닥이 잡혀가는 과정이다. 이를 거부할 새로운 이념 정당이 현재는 없는 상태다”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서는 김영삼 김대중 정주영 씨 같은 카리스마적 존재가 사라진 상태여서 우리나라 정치 구도는 보수적인 직업정치인 집단 간의 정책대결로 자리잡혀 가리라는 것이다. 그는 “야당 통합 여건은 무르익어 갈 것이다. 야당 통합이 안된다면 김영삼 정권은 반개혁적으로 문민 권위주의화된다”며 야당 통합의 당위성을 강조한다.

 의원들의 이합집산과 더불어 야당 재편 움직임은 3월 들어본격화 것으로 본인다. 야당은 하나로 통합될 것인가, 아니면 다른 모양으로 재편될 것인가. 야권 재편의 모습은 금년 상반기 중에 어떤 형태로든 드러날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