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많이 버리기 위한 사색
  • 송 준 기자 ()
  • 승인 2006.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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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싸, 옥중 성찰ㆍ고독의 항로 담은 《엽서》펴내



申榮福씨(52ㆍ성공회 신학대학 강사)가 옥중에서 남긴 기록과 편지, 그리고 붓글씨가 영인본으로 출간 됐다. 3백40여장의 엽서와 편지를 묶어 펴낸 《엽서》(너른마당 펴냄)는 신씨의 옥중 사색과 고독의 항로를 담은 블랙박스이다.

 이 책은, 독자들의 커다란 관심을 끈 바 있는 그의 또다른 옥중서가집《감옥으로부터의 사색》(햇빛출판사) 완결편에 해당한다. 《감옥...》에 빠졌던, 또는 뒤늦게 발견된 기록들이《엽서》안에 친필로 담겨 있다.

 두 책 모두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벗들의 손으로 출간됐다. 글의 글ㆍ글씨ㆍ그림 등을 나눠가졌던 친구들이 원본을 본인에게 돌려주는 대신 ‘많은 사람이 다같이 볼 수 있도록; 책으로 내기로 한 것이다.

 그의 글은 삶에 대한 따뜻한 관조와, 사회와 역사를 읽는 진지한 성찰로 가득차 있다. 20년 20일의 수형 기간은 그가 갇혀 지낸 ‘정체의 세월’이 아니라, 격리된 공간에서 ‘자율학습’으로 스스로를 채근해간 ‘성숙의 시간’이었던 것이다.

 

‘더불어 사는 사회’를 향한 사색

 ‘남한산성에서 쓰는 마지막 편지’에 그는 자신의 심경을 이렇게 적었다. “나는 나의 내부에 하나의 나무를 키우려 합니다. 이 나무는 나으이 내부에 심는 나무이지만 언젠가는 나의 가슴을 헤치고 외부를 향하여 가지 뻗어야 할 나무입니다. 이 나무는 거기에다 심는 나무이지만 미래를 향하여 뻗어가야 할 나무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그는 “엄한 자기 성찰로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으면 안된다”고 다짐한다.

 서울대와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신씨는 숙명여대와 육군사관학교 강사로 있던 지난 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돼 사형을 언도 받았다. 뒤에 무기로 감형되어 기약없는 수형생활을 하는 동안 그는 절망과 고독을 극복하기 위해 광범위한 독서와 유장한 사색에 몰입한다.

 그러나 그이 독서와 사색은 더 많이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버리는 데에 바쳐졌다. 그는 또한 지식을 넓히기보다 생각을 높이 드는 데 골몰했으며, 생각의 뿌리를 바로 내리려는 방편으로 동료 재소자들의 다양한 인생 역정을 기꺼이 들어다보았다. 이같은 관찰을 그는 ‘버릴 것’을 선별하는 잣대로 삼았던 것이다.

 그의 사색은 ‘더불어 사는 사회’를 지향한다 출옥(88년 8월)이후 사색 역시 이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는 지난 총선과 대선 이후 두드러진 집단이기주의와 사회의 보수화 경향을 우려한다.

 “이 보수화 경향은 운동권과 재야세력의 쇠락과 상관이 있다. 진보세력이 제 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형세를 정확히 판단해야 하고 치열하게 자기 비판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그는 말한다. 즉 변혁세력 스스로 왜 대중의 호응을 얻지 못했는가를 겸허하게 검토하고, 바라직한 대안을 도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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