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에 바친 일생
  • 고명희 기자 ()
  • 승인 1992.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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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최순우 선생 전집 출간…독특한 ‘표현’ 빼어나

 한국의 아름다움을 때깔고운 문장으로 일반인에게 알리는 데 앞장섰던 故 崔淳雨 선생의 글이 사후 8년 만에 전 5권으로 모아져 출간된다. 도서출판 學古□는 혜곡이 학문적 업적과 해박한 견식을 바탕으로 학술지 일간지 잡지 등에 발표한 글을 모아 5월초 발간코자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5권 중 3권은 각각 한국미술 사총론·도자기, 공예·조각·건축, 회화편으로 혜곡의 학술적인 글과 대표적인 명품해설을, 나머지 2권은 한국미의 산책, 우리 미술 울 문화편으로 수필과 문화비평적인 시각으로 쓰여진 글을 수록하였다.

 혜곡의 학문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그의 별세 직후 ‘혜곡 최순우 선생 전집간행위원회’가 학술계 예술계 인사 15명으로 구성되었으나 상업성 때문에 마땅한 출판사를 찾지 못해 그동안 진전이 없었다. 우연한 기회에 이 소식을 듣고 출판을 자청했다는 □□□씨(도서출판 學古□ 대표)는 “신생출판사로서 앞으로의 출판방향도 알릴 겸 용기를 냈다”면서 의욕을 보인다.

 혜곡은 1916년 개성에서 태어났다. 27세때인 1943년 개성부립박물관에 들어가 45년 서울국립박물관으로 전근한 뒤 미술과장, 학예연구실장, 국립중앙박물관장을 거쳐 68세로 84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오직 박물관에서만 산 박물관인이었다.

 20년간 혜곡과 함께 일하 인연으로 전집출간을 추진하고 있는 □□□씨(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는 “혜곡의 ‘한국미 사랑’은 남달라 문화재 지키기에도 일등공신이었다”라고 회고한다. 1·4후퇴 때에는 포탄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상자를 구해 꽤 많은 양의 문화재를 꾸려서 마지막 기차에 싣고 부산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정씨는 또 혜곡이 생활에서도 한국미 가꾸기에 정열을 보여 살던 집 자체가 한국미술의 교육장일 정도였다”라고 말한다. 일례로 문고리 손잡이가 떨어졌는데 몇 달이 지나도 고치지를 않아 물어보니 ‘녹피가 제격인데…’하고 말 끝을 흐리더라는 것이다. 사슴가죽으로 만든 손잡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혜곡은 열정적이고 뛰어난 문장력으로 한국적 아름다움을 독특하게 표현하고 있다. “白□ 달항아리는 … 마치 어느 시골 장터에 모인 흰옷 입은 어진 아낙네의 군상이 생각난다”(제1권 도자기편의 명품해설)고 썼는가 하면, 단원 金弘道와 혜원 申潤福의 풍속화는 “곁눈질이 적은 소박한 해학의 맛과 기생방의 맛”(제3권 회화편)으로 비교하여 같은 시대 같은 한양에서 예술을 했으면서도 사회풍속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이 달랐던 것을 흥미있게 지적하기도 한다.

 李□□씨(한국근대미술연구소장)는 혜곡을 □□□ □□永씨와 함께 高□□씨의 뒤를 잇는 우리나라의 제2세대 미술사가로 평가하면서 특히 미술사가 전혀 확립되지 않은 60년대에 쓴 <고려도자의 □年> <한국공예사> <단원 김홍도의 左世年代□>가 미술사의 오랜 숙제를 푼 대표적인 글이라고 꼽았다. 전집은 양장본 5백질 한정본으로 제작되는데 발간에 맞추어 국립중앙발물관은 혜곡이 기증한 벼루 80여점으로 ‘벼루 특별전’을 구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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