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을 희생양 삼지 말라”
  • 박재권 기자 ()
  • 승인 1999.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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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동회계법인 옥민석 상무 인터뷰

지난 6월 말 대우그룹 계열사에 대한 회계 감사 결과와, 8월말 실사 결과 간ㅇ 차이가 크다. 특히 심한 곳이 (주)대우이다. 이 때문에 (주)대우의 회계 감사를 맡았던 산동회계법인이 구석에 몰렸다. 감사가 부실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산동회계법인 옥민석 상무는 이에 대해 “회계의 기본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우리를 희생양 삼지 말라”고 주장했다.

산동회계법인이 (주)대우 회계감사를 부실하게 했다는 견해가 있다.
돕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사방에서 공격만 해대고 있다. 희생양을 찾는 분위기에 우리가 당하고 있는 것 같다.

(주)대우의 추가 부실 규모가 그렇게 큰 이유가 무엇인가?
계속 기업(going concern)을 전제하는 회계 기준과, 청산이나 워크아웃을 전제하는 실사 기준 간에는 큰 차이가 있다. 실사 기준을 들이대면, 삼성전자 같은 극소수 기업을 제외한 거의 모든 기업이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17조 1천억원이나 차이 나는 까닭을 구체적으로 밝혀 달라.
우선 삼일회계법인이 지나치게 보수적인 기준을 들이댔다. 그들은 대우자동차 주식 가치를 0원(평가손 2조원)으로 처리했고, 대우중공업 주식은 8월 말 시가로 평가했으며(평가손 7천 5백억원), 해외 현지법인 주식에 대해서는 청산에 가까울 정도로 값을 후려쳤다(평가손 7천5백억원). 다음으로, 8월 말 현재 (주)대우의 매출 채권 가운데 상당수가 관계 회사에 대한 채권, 리비아 · 파키스탄 정부로부터 지급 보증받은 채권이었다. 삼일회계법인은 이 가운데 8조원만 남기고, 10조 6천억원을 손실 처리했다. 회계 기준을 적용하면, 이렇게 할 수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대우의 해외 현지법인에 대한 채권과 채무를 규명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회사 채권에서 빼거나 채무에 더했다. 그 결과 1.7조원이 손실로 처리되었다.

그런 요인을 다 감안해도 16조원밖에 안된다. 나머지 1조원 차이는 여전히 규명되지 않는다.
이 돈은 해외 현지법인에서 빼돌렸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당시 우리는 (주)대우 본사와 해외 현지법인, 이들과 거래하는 제3자에게 조회해서 매출 전표를 받았다. 회사 측이 허위 전표를 끊어 주었다면, 그것은 나중에 대우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산동이 책임질 부분은 없나?
우리는 회계 기준에 따라 감사했을 뿐이다. 차액이 생긴 원인이 우리에게 있다면 당연히 책임을 질 것이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대우 문제는 정부와 은행이 키워온 부실 아닌가. 그런데도 자꾸 회계법인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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