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허파’ 지키는 새들의 아버지
  • 김은남 기자 (ken@sisapress.com)
  • 승인 1999.11.18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천 문학산은 인천 시민 사이에서 ‘도시의 허파’로 불릴 정도로 사랑받는 곳인데, 특히 새쟁이들에게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서해안을 드나드는 ‘나그네새’가 통과하기도 하고, 꼭 나그네새가 아니더라도 50종 가까운 텃새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산은 대한조류협회 인천지부장 유수종씨(49)가 아니었더라면 벌써 총성이 울리는 사격장을 변했을지도 모른다. 2년 전 산림청 소유이던 문학산 일대를 군부대가 야금야금 매입해 예비군 훈련장으로 만들려고 했을 때, 유씨는 그곳 주민과 함께 반대운동의 선봉에 나섰다.

군부대는 주민의 반대운동에 밀려 훈련장 건설 계획을 일단 유보했지만, 유씨는 아직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10월 27일 있었던 ‘인공 새집 달아주기’ 행사도 그래서 열었다. 새집 5백 개를 만들어 문학산 일대에 달아준 이 행사는 새에게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려는 뜻에서 열렸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예비군 훈련장은 안 된다’는 주민의 의지가 깔려 있다.

유씨는 8년 전 겨울 총상을 입고 집안에 떨어져 있는 말똥가리를 치료한 것을 계기로 새와 인연을 맺었다. 그러나 지금 유씨는 지독한 새 사랑 덕분에 인천녹색연합 공동 대표를 맡을 정도로 맹렬한 환경운동가가 되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