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변 붓글씨로 명물 된 ‘노들강변’
  • 김은남 기자 (ken@sisapress.com)
  • 승인 1999.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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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 이강변씨(70 · 전북 전주시)는 4년 전부터 대형 컨테이너에 붓글씨 작품을 싣고 다니며 전시회를 연다. 요즘 그가 컨테이너를 부려 놓은 곳은 전북 · 충남 접경 지역인 대둔산 등산로 입구. 전국 각지에서 온 등산객에게 작품을 선보일 욕심에 칠순 노인은 집에서 1시간 반 넘게 걸리는 대둔산까지 매일 출퇴근한다. “초대하는 전시로는 문화 운동이 불가능합니다. 이제는 작가가 직접 사람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이씨도 처음에는 그럴듯한 공간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닫힌’ 전시회로는 한계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주에서 평생 한글 사랑 운동을 펼친 최햇빛 선생에게 깊은 감명을 받은 마흔 살 무렵부터 이씨는 삶의 궁극적인 목표를 한글운동으로 잡은 터였다.

‘더 많은 사람에게 한글 붓글씨를 보급할 수 없을까.’ 정년 퇴직 후 소일삼아 다니던 모악산에서 그는 해답을 찾았다. 이름하여 ‘노변 전시회’/ 이씨가 산 중턱까지 하나하나 등짐을 져 나른 붓글씨 작품에 등산객들은 호기심을 보였다.

용기백배한 그는 집 가까운 인후공원 팔각정에도 진출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팔각정 기둥과 중방에 붙이는 작품 수가 늘어 갔고, 이씨는 ‘전주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얼마 전에는 아예 차를 끌고 이동해 보자며 컨테이너를 샀다.

네모 납작한 글씨는 ‘이강변 앉음체’, 날아갈 듯 흘려 쓴 글씨는 ‘이강변 흘림체’/ 이동 전시관에 들어서면 서체 이름마저 독특한 이씨의 붓글씨들을 볼 수 있다. 그가 7년에 걸쳐 완성했다는 성경 신구약 필사본(9천3백 쪽 분량)도 전시관 중앙에 1m 30cm 높이로 쌓여 있다.

한글 붓글씨에 획기적인 새 방향을 제시하겠다는 것이 새 천 년을 맞는 그의 야심 찬 포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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