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재개’ 어깨 편 김상현 복병 만나자 ‘경선론’ 응수
  • 편집국 ()
  • 승인 1999.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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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마당

‘정치 재개’ 어깨 편 김상현
복병 만나자 ‘경선론’ 응수

법원의 무죄 판결 이후 정치를 재개하려고 기지개를 켜고 있는 국민회의 김상현 의원의 요즘 심사는 ‘개운하면서도 찜찜하다’.

한보그룹으로부터 5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유죄 판결이 났던 1심 재판이 10월 말 2심에서 무죄로 뒤집어진 것은 그로서는 가뭄 끝의 단비처럼 기쁜 일. 그러나 송사 때문에 정치에 신경을 못 쓰는 사이 뜻밖의 복병이 나타나 마냥 기뻐할 수만도 없게 되었다. ‘젊은 피’의 대표 주자 중 한 사람인 우상호 씨가 김의원의 지역구(서울 서대문 갑)에 사무실을 내고 공천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내년 총선 지역구 후보를 지구당원 경선으로 선출하겠다”라는 11월 17일 선언은 그의 이런 복잡한 심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우상호든 누구든 희망자는 경선에 나서라며 불편한 심사를 토로했다. 그는 경선 후보마다 13개 동별로 지구당원 5백 명 정도씩을 추가로 입당시키는 방식으로 경선을 치르면 공정성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구체적인 대안도 내놓았다. 타의에 의해 플라이급이 헤비급을 이기는 이변이 일어날지도 모를 상황을 미리 경계하자는 셈이다.

김의원은 또한 “정치 개혁의 핵심은 정당 민주화이고, 정당 민주화는 공천과 당 지도부 선출의 민주화가 핵심이므로 신당 지도부도 경선을 통해 선출하자”라며 신당 지도부 경선론도 주장했다. 김의원의 이런 발언에 대해 당내에서는 역시 후농(後農)이라며 은근히 반기는 분위기이다. 신당이 구체화 하면서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현역 의원들의 처지를 후농이 대변했다는 평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

김의원은 시사 잡지 <다리> 복간 작업도 서둘고 있다. <다리>는 김상현 의원이 70년 9월 창간한 이래 김의원과 역경을 같이해 왔다. 72년 유신 직후 김의원이 투옥되는 것과 함께 폐간되었고, 이 후 김의원이 정치 활동 금지 족쇄에 묶여 있던 십수 년 동안 나오지 못하다가 89년과 95년 잠깐 복간된 바 있다. 그래서 <다리>가 얼마나 장수하느냐는 김의원의 정치 재개가 성공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DJ 저격수를 저격하라”
장성민, 이신범 지역구 출마 거론

‘우리도 저격당할까 봐 무섭다.’ 이부영 · 이신범 · 이규택 의원 등 ‘DJ 저격수’라고 불리는 한나라당 강성 의원들이 최근 들어 자구(自救) 모임을 가졌다. 거칠 데 없이 독설을 내뿜던 이들이 우려하는 것은 단 한 가지. DJ가 내년 총선 때 해당 지역구에 ‘빵빵한’ 후보를 공천해 자신들을 낙선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가에서는 벌써부터 이들의 마수 명단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국민회의 안팎에서 거론되는 ‘DJ 저격수의 저격수’ 명단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장성민 청와대 국정상황실장(37). 장실장은 김대통령을 야당 총재 시절부터 보필해 온 측근. DJ 저격수를 저격하는 데는 최적의 대리인인 셈이다.

당초 정가에서는 그가 이부영 의원(서울 강동 갑) 지역구에 도전장을 던지리라고 전망했다. 15대 총선 때 ‘강적과 붙고 싶다’면서 강동 갑 공천을 신청했던 전력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가 이신범 의원 지역구(강서 을)에 저격수로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돌아, 이신범 의원 측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신 이부영 의원 지역구에는 인기 앵커 출신 정동영 의원이 강제 차출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가의 관측대로 대결 구도가 형성된다면, ‘DJ저격수’와 DJ의 젊은 참모가 맞붙을 강서 을과 스타급 의원끼리 싸울 강동 갑은 16대 총선 최대 격전지가 될 것 같다.

“냉동 국회를 박살내자”
의사당 얼음 모형 부수기 ‘성황’

‘국회를 이렇게 콱 부셔버렸으면 좋겠다.’ 당리당략과 저질 폭로 경쟁으로 얼룩진 국회가 시민들의 손에 산산이 부서졌다. 11월 19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거리에 얼음으로 만든 국회의사당 모형 건물이 등장해 오가는 시민들의 스트레스 해소 대상이 된 것(사진). 국회 얼음 모형은 놓이기가 무섭게 행인들 손에 박살남으로써 초근의 여야간 극한 정쟁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 날 낸동 국회 깨부수기 행사는 (가칭)민주노동당 창당준비위원회(상임대표 권영길)가 마련한 정치 개혁 행사 가운데 하나였다. △부패 정치 청산 △근본적 정치 개혁 △공동 여당 정치개혁안의 3대 독소 조항 철폐를 내걸고 보름에 걸친 전국 순회 투쟁에 들어간 민주노동당이 그 선포식을 국회 앞에서 가진 것. 행사를 주관한 민주노동당은 “여야가 얼음처럼 대치하고 있는 국회를 민생 국회로 바꾸라는 상징적 의미에서 행사를 기획했는데, 실제 국회에 대한 시민들의 냉소가 이렇게까지 심각한지는 몰랐다”라고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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