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남단의 가오슝(高雄)시에 자리잡고 있는 臺?普樂高股彬有限公司는 테니스·배드민턴 라켓, 골프채, 기타 운동용품을 생산하는
업체이다. 종업원 수는 65명. 생산 및 수출 규모에 대해서는 천원텅(陳文騰) 사장이 말하기를 회피해 파악하기 어려웠으나 대략 연간 1천만달러를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회사는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상표와 유통은 다른 회사에게 맡기고 상품만 제작하는 방식)으로 자사 제품을 전량 수출했으나 테니스 라켓의 품질에 자신을 갖게 된 89년부터 자기 상표를 개발하는 데 힘을 쏟기 시작했다. 91년에 이르러 자기상표 수출비중을 10% 선까지 끌어올렸고, 올해는 이를 60%까지 올릴 작정이다. 내수는 전혀 없다.
이들이 개발한 고유상표는 ‘PRO-GO??라는 젓을 ??PROFESSIONAL??(전문성)과, 세계 테니스 라켓 시장에서 정상을 차지하기 위해 계속 전진한다는 뜻을 담은 ??GO??의 합성어이다. 이 상표를 사용하기 시작한 90년과 91년 2월에 걸쳐 독일 테니스 전문잡지인 《테니스 매거진》에서 실시하는 테니스 라켓 품질 콘테스트에서 ??아디다스????헤드????슬레진저????윌슨??같은 유명 상표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유럽 시장에서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회사에 상표나 제품을 개발하는 부서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회계와 일반 관리, 디자인, 설계 등 모든 일을 천사장 부인이 맡고 있다. ‘PRO-GO??라는 상표와 그 디자인도 모두 부인의 기본 아이디어를 채택한 것이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부인은 상표를 정하기 전에 △길지 않을 것 △발음하기 쉬울 것 △세계 주요 언어에서 모두 동일한 발음이 나도록 할 것 △기억하기 쉬울 것이라는 기본 원칙을 미리 정해놓고 일을 시작했다. 경양학을 전공한 40대의 천사장은 ??상표를 확정짓기 전에 몇 개의 선정대상 상표를 놓고 국내외 소비자와 거래처 등에 인식 반응, 기억 반응, 선호도 반응, 발음상의 반응을 다각적으로 엄밀하게 조사했다??고 밝힌다.
타이베이시 復興北路에 자리잡은 三勝製帽股彬有限公司는 모자와 양산, 가죽 가방을 제조하는 회사로 종업원 수는 6백5명이다. 71년 회사를 설립한 이후 10년 동안 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 대미수출에 진력했으나 82년에 미국 애틀랜타시에 자회사를 만들어 ‘SAN SUN??(三勝)이란 고유상표로 수출을 시작했다. 현재 월 2백만개씩 모자를 생산하며 수출규모는 연간 3천만달러에 달한다. 미국에 70%, 일본 및 유럽에 30%를 수출하며 주문자상표부착방식과 고유상표 수출 비율이 반반이다. 내수는 전혀 없다.
이 회사의 유통전략에서 눈여겨볼 만한 것은 미국 시장에 진출할 거점으로 로스앤젤레스나 샌프란시스코 같은 동양인들의 주요 거점을 피하고, 애틀랜타시처럼 한적하며 경쟁자가 많지 않고 자기 상표를 알리 수 있는 도시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또한 복수 브랜드 전략을 채택해 국가별·지역별·제품별로 다른 상표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도 이채롭다. 예를 들어 ‘SAN SUN??이라는 일반용 모자는 미국과 유럽의 대도시에, ??WINNER??라는 일반용 모자는 미국의 시골에, ??DAY STONE??이라는 사냥용 모자는 미국에만 유통시키는 전략이다. 이 회사는 또한 선글라스를 부착한 모자라든가, 햇빛에 색깔이 변하는 변색모자, 모자에 사냥 관련 동물을 새긴 사냥용 모자 등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데도 꾸준히 힘을 쏟고 있다. 다이성퉁(戴勝通) 사장은 ??상표를 정착시키는 데 약 4년이 걸렸다. 시장 진출과 동시에 시장정보 수집에 막대한 힘을 쏟았다. 고유상표를 확립하려면 제품의 고품질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의 사례처럼 대만 중소기업은 주문자상표부착방식에 의한 수출을 하면서도 어느 정도 제품의 품질 및 유통에 자신이 생기면 자체 상표를 개발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는 세계적인 상표를 거의 가지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중소기업이나, 거액의 로열티를 지불하면서 외국 유명 상표와 계약을 체결해 손쉬운 돈벌이에만 힘쓰고 있는 대기업들과 크게 차이 나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