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은 잘못된 결정”
  • 한종호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06.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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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석학 퉁킨 교수, 서울대 초청으로 방한


국제법학계의 석학 그리고리 퉁킨 교수(87·모스크바대 국제법학부 주임)가 서울대학교 국제법연구원의 초청으로 방한했다. 그는 48년 12월~51년 2월 평양주재 소련대사관 공사 겸 참사로 일했고, 51~55년에는 외무성 극동국장을 지내며 한반도 문제에 깊이 관여했던 인물이다. <편집자>

한국전쟁에 옛 소련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나?

옛 소련이 없었다면 분명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소련은 한반도뿐 아니라 동유럽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 어디에나 비슷한 영향을 미쳤다. 단편적으로 볼 문제는 아니다. 분명한 것은 옛 소련이 중국의 참전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다. 스탈린이 전쟁 전에 참전을 요청하는 전문을 모택동에게 보냈다. 나는 그 전문을 읽은 적이 있다.

김일성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갖고 있나?

나와 김일성은 평양 시내 미국 선교사가 쓰던 가옥에서 이웃하여 살았다. 테니스도 함께 치고 들놀이도 함께 갔다. 그는 대단히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지금의 그가 아니었다. 권력이 사람을 타락시킨 것 같다.

한국전쟁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나는 그것이 전적으로 잘못된 결정이라며 반대했었다. 모두에게 치명적 피해를 주었다. 당시에는 그같이 위험하고 불필요한 일이 많았다.

탈냉전 이후 유엔의 역할은?

이미 많이 바뀌었다. 특히 안보리 기능이 정상화됐다. 유엔의 가장 중요한 구실은 평화유지 활동이다. 이에 대해서는 갈리 사무총장의 공로 크다. 그는 매우 정열적인 국제변호사이다. 특히 유엔상비군 구상은 국제분쟁에 기동성 있게 대응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다. 독립국가연합에서도 이같은 상비군을 구상하고 있다.

오늘날 국제법의 가장 중요한 연구과제는?

국제평화를 유지하는 것이다. 아직은 국제법의 실효성을 보장할 국제적 체제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국제사법위원회에서는 개별 국가의 책임을 강조하는 규정 초안을 마련중이다. 이것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국제변호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시아에서 집단안보기구를 만들자는 구상이 있다.

원칙상 긍정적으로 본다. 지역 특성을 살리면 분쟁 방지의 대안이 될 것이다. 이같은 기구가 유엔보다 상위에 있어서는 안된다. 안보기구 창설은 이미 고르바초프가 제안했었다.

한·러관계에서 필요한 것은?

러시아 경계가 지닌 문제는 과학과 산업 간에 괴리가 크다는 점이다. 한국이 러시아에 진출할 때 자원이나 값싼 노동력뿐만 아니라 탁월한 과학기술 능력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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