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위 주일미군이 맡는가
  • 정리· 한종호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06.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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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한미군 ‘비효율’ 판단…팀스피리트 훈련 폐지론도

팀스피리트 훈련의 핵심인 야외 기동훈련이 3월9일부터 18일까지 10일간 실시된다. 냉정 구조의 붕괴와 함께 미국에서는 완전폐지론도 나오고 있는 팀스피리트 훈련의 의미에 대해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의 에바다 겐스케 동경 특파원이 일본 《세계주보》 최신호에 기고 한 글을 요약했다. <편집자>

팀스피리트 93’에 참가할 부대가 1월말 미국 본토로부터 한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 훈련은 91년까지는 북한의 무력 침공에 대비한 군사 억지력을 유지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핵문제를 둘러싸고 남북대화가 교착 상태에 빠진 것을 뚫기 위한 방안으로 ??재개??가 결정되었다.

북한은 지금 엄청난 정치·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제 코가 석자인 러시아는 더 이상 파격적으로 싼 값에 무기와 석유를 공급해주지 않는다. 하루 40만배럴이던 석유공급이 지금은 4만배럴 이하로 떨어졌고 바터거래를 조건으로 하고 있다. 중국은 하루 4만2천배럴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는데 그 절반을 시장가격으로 지불하라고 요구한다.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하는 항공연료 공급도 부족해 미그 29 전투기 조종사 훈련비행 시간은 연간 여섯시간 이하라는 정보도 있다. 또 미국 정보 소식통은 북한군이 연료가 부족해 소규모 부대 단위로 단순한 훈련밖에 못하고 있다고 전한다. 한국 안기부에 따르면 북한의 91년도 석유 수입량은 90년의 12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북한 연료 부족 심각

90년 4월 김일성 주석의 생일 축사 군사퍼레이드를 중지한 것도 연료 부족이 원인이라고 하는데, 만약 사실이라면 사태는 정말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역군인 99만5천명, 항공기 1천6백대, 잠수함 20척 이상을 보유하여 세계 5위의 육군, 6위의 공군, 6위의 잠수함부대, 10위의 전차부대, 4위의 야포부대, 2위의 특수전부대를 가진 북한군의 실력은 실상 대단히 낮다고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그같은 추측을 그렇게 간단히 할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92년에 리스카스 주한미군사령관은 북한이 “60일분이 넘는 병참 보급물자를 비축하고 있다??고 했고, 미국방성은 ??남북의 전쟁을 벌일 경우 북한은 남한 커다란 손해를 줄 수 있는 전시비축이 있고(중략) 한반도에서의 전투는 대략 1백20일 동안 지속될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만약 60일 이상의 전시비축이 있다면 왜 훈련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것일까. 북한은 새로운 석유공급원으로 이란에 접근하고 있다. 91년에 이란으로부터 하루 2만배럴의 석유를 5년간 공급받고 그 대가로 무기를 공급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그러나 공급량이나 공급받는 석유가 원유인지 정제유인지 (북한의 정유능력은 하루 4만2천배럴이라고 한다), 그리고 계약 자체의 성사 여부도 확실히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를 위해 주한미군 철수계획은 무기한 연기됐다. 단적으로 말해 미국에서 주한미군은 참으로 ‘효율이 낮은??해외주둔 병력이다. 미국은 탈냉전 이후 가능한 한 군사비를 줄이면서 지역분쟁에 효과적으로 개입할 능력을 유지하고자 한다. 걸프전에서도 미군의 긴급투입 능력 가치가 재확인되어, 국방비 삭감 추세 속에서도 긴급파견 및 수송능력 증강에는 높은 우선순위가 부여됐다. 대규모 미군은 필요없지만 소규모 병력을 효율적으로 운용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주한미군은 전혀 적합하지 않다. 한국으로부터 한걸음도 밖으로 나오지 않는 병력이기 때문이다.

이와는 달리 주일미군은 필요하면 어디든지 병력을 이동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일본에 부대를 두는 것은 운용효율이 높고 태평양을 건너는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이처럼 이상적인 해외 미군지기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주한미군 병력은 1단계 철수가 끝난 92년 현재 육군 제8군 2만6천5백명, 제7공군 1만9백명, 해군과 해병대 5백명, 육군 및 국방성 관련요원 5천명으로 합계 약 4만3천명이다. 이것은 주일미군의 약 2배 규모이다. 거기에 군속 2천5백명과 한국인 지원요원 1만8천6백명, 한국인 군속 2만명을 더하면 병력 유지에 따른 경비부담은 대단한 것이다. 유럽주둔 미군의 경우 기존 40만명에서 10만명 규모로 줄였지만 이를 유럽방위뿐 아니라 북대서양 조약기구 작전범위 밖에까지 유연하게 투입하는 전진부대로 운용한다. 따라서 그 절반에 가까운 병력을 한국 방위에만 매달리게 하는 것은 미국으로서는 불만스러운 일이다. 워싱턴의 주요 인사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만일 주일미군이 한국방위를 겸한다면 어떻게 될까. 주일미군만으로도 본토로부터 증원부대가 올 때까지 버틸 수 있다면 상당한 억지력으로 기능할 수 있는 셈이다. 미국이 주일미군을 한국방위의 주력으로 삼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올해 팀스피리트 훈련에서 주한미군의 장래에 대한 암시를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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