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장, 공관 입주할까
  • 허광준 기자 ()
  • 승인 2006.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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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년 지은 대지 1천평 호화저택…주민들, 이사올까 걱정


서울 구기동의 감사원장 공관은 1천여평 규모의 대저택이다. 현재 전임 김영준 감사원장이 이삿짐을 꾸리고 있는데, ‘대쪽??으로 이름난 신임 이회창 감사원장이 이 공관으로 입주할 것인지에 대해 지역 주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이감사원장이 이곳에 입주해서는 안될 뿐더러 하루속히 공관을 폐쇄해 국고에 환수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공관을 조성하는 과정에 권위주의적 요소가 끼여들었고 감사원장의 직무와도 걸맞지 않는 공관 유지를 위해 국가 예산을 낭비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감사원장 공관(종로구 구기동 17-14)은 세검정에서 북악터널 쪽으로 가다가 왼쪽의 고급 주택가를 따라 올라간 골목 끝에 있다. 두개의 커다란 나무대문에는 문패도 달려 있지 않아 누가 살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동네 주민들은 이 집 어귀에 방법초소가 있어 수시로 순찰을 하고, 구청직원들이 동원돼 눈을 치우는 일들을 목격하고서야 이 집이 감사원장 공관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집 뒤의 야트막한 담장 너머로 보면 내부의 호사스런 정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대문 옆쪽으로는 수위실로 보이는 부속 건물이 하나 있다. 커다란 자연석들을 경계로 하여 둘로 나뉜 정원의 한켠에는 골프연습 시설이 있어 청렴해야 할 감사원장의 취미 생활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준다. 본채는 서양식 슬래브 건물로 지어져 내부구조를 짐작하기는 어렵지만 반지하실이 하나 있을 법하고 층 수는 2층 혹은 3층으로 보인다. 대지가 1천여평, 건평이 2백여평쯤 돼 보이니 유지비용만 해도 막대할 것이다.

 이 공관을 조성한 것은 지난 85년 육군참모총장이던 황영시씨가 제11대 감사원장에 취임한 직후이다. 황씨는 취임 직후 “육군참모총장 시절에도 공관에서 살았는데 왜 감사원장 공관은 없는가??라며 공관 건립을 추진했다고 한다.

황영시씨의 공관 건립 계획은 당시 감사원 직원들 사이에서조차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국가의 예산 집행을 감독해야 할 감사원장이 직무상 필요하지도 않는 공관을 건립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감사원장의 직무는 안기부장처럼 공관을 따로 유지할 만큼 보안유지가 절실한 것도 아니고, 또 국무총리나 외무부장관처럼 외국 손님을 접견할 일도 그다지 많지 않다. 그 이전에도 고급 요정인 삼청각 뒷자리에 경제기획원 장관 공관과 함께 감사원장 공관을 짓겠다는 계획이 발표됐다가 여론의 집중 공격을 받고 무산된 적이 있다.

건축 과정에 관권 개입 의혹

공관을 지은 경위와 관련해 감사원의 위력이 부당하게 개입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공관이 있는 구기동 17번지 14호는 원래 개인 건설업자의 소유지였다. 이 땅에 대한 매입자금과 공관 건설경비는 국가가 몰수한 전 중앙정보부장 김형욱씨의 재산 중 일부를 건축업자에게 지불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압력이 가해졌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정원을 꾸미는 데 쓰인 온갖 상록수와 자연석이 충주호 수몰지구에서 트럭으로 대량 반입되었다는 점이나, 공관 내부 내장재가 대부분 수입품으로 이루어졌다는 소문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감사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신임 이회창 감사원장은 아직 이공관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 구기동 구기터널 근처에 있는 사택에서 삼청동 감사원 본관까지 출퇴근하고 있다.

신임 이감사원장의 청렴결백한 인품에 기대를 걸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그가 무심코 ‘옛 시대의 작태??로 손가락질 받는 현 감사원장 공관에 발을 들여놓음으로써 모처럼 빼어든 사정의 칼날을 무디게 하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된다고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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