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철, 정치 인생 대부와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
  • 편집국 ()
  • 승인 2000.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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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마당

장영철, 정치 인생 대부와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

 대구 . 경북에서 민주당 교두보를 확보하라는 특명을 받은 장영철의원(경북 칠곡)의 다리에 맥이 탁 풀렸다. 그의 정치 인생 대붕ㄴ 이수성 전 총리가 민국당 주자로 칠곡에서 공천을 받았기 때문이다. 장의원과 이수성 전 총리는 말 그대로 의리의 사나이들, 지난 1997년 신한국당 대권 경쟁 때도 이수성 후보 만들기 선봉장은 장의원이었다. 장의원이 1998년 한나라당을 탈당한 것도 이수성 전 총리의 거취가 크게 작용했다. 지난 1워 민주당이 이수성씨를 영입하기 위해 공들일 때 장의원은 ‘그분이 입당하면 공천 신청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었다. 그러나 이수성씨는민주당 입당 대신 민국당 창당 주역이 도어 장의원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로써 지난 30년간 의리와 명분으로 똘똘 뭉친 두 사람 사이가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지역구에 내려가 표밭갈이에 열중하던 장의원은 민국당 공천 발표 소식을 듣고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정치 대부가 의리와 명분을 결코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실낱 같은 기대도 아직은 접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수성씨가 출마를 강행하면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장의원의 입장이다. 이수성씨가 칠곡에 출마한다는 발표가 있은 직후 장의원은 당원들을 소집해 “우리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라고 말하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칠곡에서는 이수성 고문과 협의할 여지가 없다고 쐐기를 박은 것, 이수성 고문이 출마를 강행할 경우 칠곡 지역은 의리와 현실의 괴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선거구가 될 것 같다.

“선거, 아이구 힘들어”
신진들, 현실 정치에 잇달아 항복
 어느 분야든 신진 인사들의 진입 장벽이 높기는 하지만 정치판만큼 심한 곳도 없는 듯하다. 청운의 뜻을 품고 출사표를 던진 각 당 영입인사들이 한결같이 현실 정치판에 적응하느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서울에서 출마하는 한 386세대 정치 신인은 상대 후보로부터 사소한 이유로 일곱 번이나 고발당했다면서 ‘명함 한 장 주는 것, 밥 먹고 내 돈 내는 것까지 요즘은 두렵기만 하다“라고 말했다. 법조인 출신인 한 후보는 ”법정 선거 비용만 쓰겠다고 작정했으나 막상 부닥쳐 보니 그게 아니더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런 인사들의 고통을 집약해서 보여준 인물이 한나라당 노원 갑에 공천되었던 윤방부 연세대 의대 교수.

 공천 발표 엿새 만에 불출마를 선언한 윤교수는, 만나는 사람마다 모든 것을 돈과 연결하는 것이 곤혹스러웠다면서, 그동안 당한 사례를 공개했다. 그 중 ‘열심히 도울 테니 당선된 다음 청구되는 계산서만 처리하라’는 요구는 그나마 건전한편, 상대 후보의 비리를 고발하겠다는 전화로부터 협박성 음해 전화까지 하루 20여 통이 넘는 전화에 시달렸다는 윤교수는, 정치권을 ‘늪에 비유하면서 늪에서 빠져나온 기쁨을 역설하기까지 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공천을 반납하고 정치판을 물러난 신진 영입 인사가 여야를 합쳐 4명에 이른다.

 정치권은 이들 신진 인사들이 조기 탈락한 것을 안타까워한다. 그러나 이들의 ‘덜 준비된 자세’를 통박하는 분위기 또한 만만치 않다.

 민주당 강남을 공천자로 발표되었다가 엿새만에 사퇴한 민병철 중앙대 겸임교수(왼쪽아래사진)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민교수는 사퇴하면서 지구당 인수 과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은연중 내비쳤으나 실제로는 지구당을 한 번도 방문하지 않고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무조건 영입 작업에만 매달린 수뇌부도 잘못이지만, 정치를 하고 싶은 마음만 앞섰을 뿐 구체적인 돌파 노력은 보여주지 못한 일부 신인들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의정 활동 우등생 김홍신
‘공천 낙제생’ 될까

 의정활동에서 ‘수석’을 한 김홍신 한나라당 의원에게도 공천 장벽은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김의원은 서울 강남 갑에 공천 신청을 했다가 최병렬 부총재에게 밀렸다. 당이 서울 종로 출마를 권유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고사했다. 인터넷과 PC통신에는 김의원 공천 탈락을 비난하는 네티즌들의 항의가 적지 않게 올랐다. 그러나 그 때만 해도 김의원이 선대위 대변인을 밭으면서 전국구로 갈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기 때문에 당 주변에서는 크게 신경을 안 쓰는 분위기 였다. 그러나 최근 공천 파동으로 당이 한바탕 흔들리면서 선대위 대변인 임명이 늦어지자 김의원이 전국구 공천도 장담할 수 없는 것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김의원이 대변인에 적합하지 않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천 파동과 민국당 출현으로 전국구 자리가 좁아진 것이 배경이 되지 않았느냐는 분석도 있다. 홍사덕 선대위원장은 “인사 내용이 미리 알려지면서 김의원 흔들기가 있었다”라고 불편한 심경을 내비치면서 조만간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의원은 공천 여보와 관계없이 무소속 출마나 탈당 등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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