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중심은 학교 도서관”
  • 이문재 기자 ()
  • 승인 2006.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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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활성화 방안 나와…“대입도 책 읽기로 준비해야”



‘책의 해??는 고등학교 도서관 앞에서 무력하다. 무한경쟁의 논리아래 시험성적만을 유일한 잣대로 삼는 입시교육이 책읽기를 금기시하기 때문이다. 학교 도서관이 학교에서 버려진 공간이라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이제, 학교 도서관을 살리자》라는 ‘개인적??인 연구보고서를 펴낸 서울 숭문고 허병두 교사(32?국어과)는 올해가 책의 해가 ??시작되는??해이길 바란다. 그는 책의 해가 진정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책의 해가 ??학교 도서관의 해??로 이어져야 한다고 본다.

“학교 도서관, 담당 교사에 달려 있다.??

이같은 주장은 학생·학교와 책의 단선적인 관계에서 비롯한 것은 아니다. 그는 교실 중심의 학교 교육이 도서관 중심의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믿는다. 허교사는 “교실에서 아이들은 더 이상 웃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웃음이 사라진 교실은 교실 위주의 학교 교육이 낳은 역기능을 가장 상징적으로 반증한다.

그는 학교 도서관을 활성화하는 구체적 목표를 “교실이재생산하는성적=대학=출세=행복이라는 그릇된 의식을 바로잡는 것??으로 잡고 있다.

90년부터 숭문고 학교 도서관을 담당해온 허병두 교사는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그 중에는 “우리 학교에 도서관이 있습니까??라는 응답이 있을 만큼 학생들의 인식은 희박하다. 교사들도 마찬가지이다. 학교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그는 다음과 같은 유형의 그릇된 인식들과 부딪쳐야 했다. 첫째가 냉소형이다. ??요즘 학생들이 책 읽는 시간이 있나??라는 고정관념인데, 허교사는 ??책에 대한 학생들의 애정이 매우 크다. 다만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이 열악할 뿐??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마음만 바쁘지 실제로 책 읽을 시간은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두 번째는 ??학교 도서관을 열어보았자 학생들이 오겠는가??라는 우매형이다. 굳이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보지 않아도 될 만큼 경제적으로 윤택해졌다는 것이다. 셋째는 적대형이다. 학교 도서관을 입시의 적으로 보는 유형이다. 이는 학교 도서관 활성화에 가장 큰 방해 요소이다.

그가 운영하는 숭문고 도서관은 도서반(책누리) 학생 10명이 주도적으로 이끌어 간다. 89년 도서관 문을 다시 열었을 때 처음 만들어진 책누리는 1·2학년생으로 구성된다. 책누리(현재 2학년 10명)는 매주 이틀간 도서관을 개방할 때 대출과 반납을 담당하고, 《책누리》를 편집하며, 도서관 축제와 같은 행사를 펼친다. 책누리 회장인 이재호군(2학년)은 “도서반 활동이 공부에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 도서반 학생들은 성적이 모두 상위권이다??라고 말했다.

“도서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인식은 가지고 있으면서도 실천은 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허병두 교사는, 학교측의 지원보다는 담당 교사의 ??유연하고 창조적인 태도??가 1차적 관건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예산을 탓할 것이 아니라 선배나 출판사를 통해 책을 기증받으면 된다는 것이다.

교실 위주의 학교 교육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그 대안으로 학교 도서관을 강조하는 허교사의 구체적인 체험과 생각이 담긴 《이제, 학교 도서관…》은, 본질적으로는 학교 교육의 정상화와 책의 해와 맞물려 있지만, 코 앞에 닥친 대학수학능력 평가시험과도 직접 관련이 있다. 이 평가시험이 요구하는 사고력은 폭넓은 독서에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수학능력 평가시험도 학교 도서관을 통해 대비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그는, 그러나 도서관이 자칫 이 평가시험에 ??강제징용??되어서는 안된다고 본다. 학교 도서관의 여러 기능과 구실 가운데 하나인 독서지도 차원에서 평가시험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학교 도서관은 하루 빨리 활력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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