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부대‘가 개혁대상
  • 지만원 (군사평론가) ()
  • 승인 2006.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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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수방사·특전사, 대통령과의 ‘직거래’로 특권의식

 기무사·수방사·특전사는 형식으로는 군 부대에 속해 있지만 내용으로는 정치집단에 속해왔다. 이들 부대를 지켜온 장교들은 군인 대통령들로부터 절대적인 신임을 받던 충성파 정치 장교들이었으며, 이러한 장교들의 ‘야합’이 없었다면 5공와 6공 정권을 창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세 부대는 일반인의 생각과는 달리 군사적으로는 별 쓰임새가 없는 정권유지용 수단에 불과했다. 이 부대들은 특히 지난 5공·6공 군사정권을 수놓은 역대 주인공들을 배출한 정치장교들의 요람이자 온상이 되어 왔다. 여기서 근무하는 많은 장교들은 지난 30여년간 군인 출신 대통령들과의 직거래 관계를 통하여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에 안하무인격의 특권의식을 형성했다. 이들의 태도가 군 내부에서 엄청난 위화감을 조성해온 만큼 이들에 대해 쌓여온 비정치 장교들의 불만 또한 대단한 것이었다.

 수방사는 계급이 인플레이션된 가장 전형적인 부대다. 사령관의 계급이 2성에서 3성으로 격상되자 부대는 3성 장군 체면에 걸맞는 규모로 확장되었다. 자유당 때에는 서울에도 공비가 나타날 만큼 사회가 불안했으나 경무대를 경호하기 위해 군이 지원한 것은 부평에 있던 133 고사포 대대로부터 50mm 기관총을 지프에 설치한 1개 소대를 삼청공원에 파견한 것이 고작이었다. 5·16이후 30사단으로부터 1개 대대와 33사단으로부터 1개 대대가 파견된 이후 지금의 30사단과 33경비단이 형성되긴 했으나 당시의 규모는 지금의 반밖에 안되었다. 68년 1·21사태 이후 청와대 주위에 전방위식 방어진지가 구축되긴 했지만 탱크와 함께 인원을 대폭 증강한 것은 전두환 정권에 의해서다. 정권의 정통성 시비와 광주사건으로 인한 불안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큰 스케일을 좋아하는 그의 낭비벽 때문이기도 하다. 전두환씨는 수방사를 확장하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서울을 둘러싸는 외곽 부대를 증설·창설하여 이를 수도군단으로 통합하였다. 명분상으로는 수도권 방어를 위한 것이었지만 실제는 정권유지 차원의 부대였다.

 12·12사태 때의 수방사와 기무사 역할을 관찰해보면 이들의 존재가 얼마나 위험한 것이었는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당시 30사단장인 장세동 대령과 33사단장인 김진영 대령은 그들의 지휘관인 장태완 수방사령관을 따돌리고 쿠데타를 주도했다. 당시 기무부대 요원들은 쿠데타를 진압하기 위해 출동할 가능성이 있는 전방 지휘관들을 모두 술집에 묶어 두었다. 최전방 주접근로를 지키고 있던 9사단의 위화도식 회군도 수방사와 기무사의 안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따라서 대통령의 안전 문제는 수방사와 기무사 정치장교들의 마음 하나에 달려 있었다. 당시에 수방사라는 부대가 서울에 없었다면 9사단의 단독 입경은 있을 수 없었다.

 서울에는 대령급 이상이 지휘하는 부대가 있어서는 안된다. 이들에게는 대통령 일정에 대한 정보도 차단해야 한다. 동쪽에 있는 A라는 부대가 쿠데타에 동원되면 서쪽에 있는 B라는 부대가 이를 진압할 수 있도록 지휘권이 분리되어야 한다.

 

‘위험’한 지휘체계

 우리는 ‘부정과 반란은 심복으로부터’라는 미국인들의 슬기로운 격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문민 대통령이 지금의 부대 지휘 체계를 그대로 두고 대통령의 심복을 수방사령관과 수도군단장으로 임명하겠다는 생각이라면 두가지 면에서 매우 위험하다. 이는 그가 TK 세력이나 하나회 세력 대신 또 하나의 세력을 이용하는 것을 의미하며, 군에 또다른 정치 장교 그룹을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군의 발전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수방사와 수도군단이 지금처럼 일사불란하게 한사람의 지휘 아래 있게 되면 수방사령관과 수도군단장이 마음 먹기에 따라 쿠데타가 일어날 수도 있다. 수도군단 예하사단이 모두 서울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을 해체해 동서남북에 있는 여러 군단에 분산배치한다면 부대와 부대 간에는 견제와 균형이 생기게 된다. 쿠데타를 지원하고 싶은 부대장이 있는 반면 이를 반대하는 부대장이 반드시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뒷산에 지금과 같이 넓은 외곽 진지를 유지한다는 것은 병력만 낭비하고 검문으로 대민 감정만 악화시킬 뿐 전술적으로 따져보면 의미가 없다. 이러한 과도한 배치는 수방사 규모를 정당화하기 위한 구실에 지나지 않았다. 한국군은 지공대 호크 유도탄 포대를 20여개 가지고 있다. 그 중 10여개가 서울에 과밀 배치되었다. 전두환씨는 수도 방어를 필요 이상으로 강조했다. 그는 기무사와 특전사에서 군생활을 보냈기 때문에 전략 전술을 많이 알지 못했다. 누군가가 전두환씨의 환심을 사기 위해 마치 기관총을 배치하듯 전시 위주로 유도탄을 서울에 집중 배치했다. 특전사에서 기관총 문화만을 알아온 그는 이에 대해 만족해했다. 유도탄의 생명은 레이다의 성능이다. 이렇게 과밀 배치된 유도탄 레이다들이 제대로 작동할 리 없다.

 특전사는 육군본부 직할 부대였다. 육군본부는 행정 부대다. 전투 부대인 특전사를 육본직할 부대로 운영해온 것은 불합리한 편법이었다. 마치 보안사령관이 장관보다 실세로 행세했듯이 특전사령관 역시 참모총장이나 국방부장관보다 더 큰 실세를 행사해왔다.

 

탈정치화해야 전투력 향상

 특전부대를 탈정치화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사령부 자체만 해산하면 되는 일이다. 나머지 여단은 각군 사령부나 군단에 예속시키면 된다. 이는 특전사의 탈정치화에도 기여하는 것이지만 특전사의 전투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는 길이다

 기무사의 위상 역시 낮춰져야 한다. 계급 낮은 기무사 요원이 상급자의 동향을 보고하는 일은 어처구니 없는 비민주적 관행이기도 하지만, 고급 장교들의 자존심을 깎아내리는 비열한 군사문화였다. 지휘관의 횡포나 아랫사람이 겪는 애로 사항은 암행활동으로 발견해야 한다. 권총을 찬 기무사 하사가 중위 정도는 거들떠보지도 않으면서 대대장실로 거침없이 들어갔다. 소령에게 반말로 야단을 치고 있던 대대장이 권총 찬 하사를 보자 반갑게 존대어로 맞아들였다. 그 결과가 어떻겠는가.

 기무사는 명실공히 국방부 예하 기구로 내려오게 되었다. 유사기구 통폐합 작업을 앞에 둔 군은 기무사를 정보기구 통폐합 차원에서 다룰 필요가 있으며, 기무사의 키를 낮추기 위해서는 정보본부도 흡수시키는 적극적인 조처가 바람직할 것이다.

 문민 정부가 과거 군사 정부와 차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이러한 점들에 착안하는 것이 빠른 길이다. 아울러 이러한 조처는 군을 군 본연의 길로 이끄는 개혁을 하는 데 있어 거쳐야 할 첫 단계이다. 이 세 부대는 군사력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군 전체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6만5천 장교들의 원망의 대상이 되어온 정치 군인들을 양성해온 온상이기 때문이다.

 이와는 성격이 틀리긴 하지만 해병대 역시 변화해야 할 부대다. 70년대 초에 해군에 예속된 해병대의 군사문화는 특전사와 유사하다. 따라서 그들은 특전사에 비해 차별대우를 받는다는 불만을 가질 수 있다. 이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전투력은 태권도로 단련한 거친 병사들에 의해 발휘되는 것이 아니라 장교들의 능력과 병사들의 질서있는 행동, 그리고 전술기량에 의해 발휘되는 것이다. 해병대는 문화가 다른 해군을 떠나 육군으로 예속되는 것이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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