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문제, ‘시장 원리’로 풀자
  • 김상익 차장대우 ()
  • 승인 2006.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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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 재활용 등 노력하는 기업이 실익 얻게 정책 지원 있어야



 삼성전자 온양공장은 4월부터 폐수를 재활용하기 위해 새로이 4천만원을 투자했다. 이 공장은 그동안 폐수를 하루 8백~9백t씩 방류해 왔으나 하수구에 그냥 흘려보내기는 아깝다고 판단했다. 오수 및 폐수 처리시설을 설치하는 데 무려 35억원이 들어갔고, 구리·아연·납 같은 중금속을 걸러내는 데도 비싼 약품이 쓰였으니 이 폐수의 원가는 꽤 높은 셈이다.

 비록 마실 수가 없는 공장 폐수라 하더라도 달리 쓸 곳은 많다. 화장실에 공급할 수 있으며, 냉각수로 사용해도 되고, 잔디밭에 뿌리는 물로도 쓸 수 있다. 재활용 시설을 설치하는 데 4천만원의 신규투자가 필요하지만 이모저모 따져본 결과 2년 안에 본전을 뽑고도 남는다는 계산이 나왔다. 이 공장에서는 물을 하루에 1천4백t 넘게 쓴다. 1t에 1백10원꼴이면 하루에는 15만4천원, 1년이면 줄잡아 5천6백만원이 물값으로 나간다. 하루에 폐수를 8백t씩 재활용하면 물값에서 하루 8만8천원, 연간 3천2백여만원어치를 절약할 수 있다.

 

환경투자 늘리면 기술개발에도 도움

 재활용과 관련해 포항제철은 더욱 놀라운 수치를 보여준다. 철강산업은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다. 철광성과 코크스를 용광로에 넣어 쇳물을 뽑아낸 뒤 철강제품을 생산하기까지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투입되며 그 과정에서 열과 가스가 발생한다.

 포항제철은 이 열과 가스를 회수하여 재활용하고 있다. 지난 80년부터 92년까지 4단계에 걸쳐 에너지 절약 설비에 모두 1조5천5백억원을 투자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총설비투자액 12조8천억원의 12%를 웃도는 금액이다. 이같은 과감한 투자 덕분에 연간 에너지를 3천억원어치(92년)나 재활용해 일찌감치 투자분을 회수했다.

 전세계 기업 중 환경문제에서 가장 앞서간다고 평가받는 미국의 화학회사 듀폰은 산업폐기물을 새로운 자원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듀폰에서 근무하는 최동명 박사는 “폐기물을 대하는 기업들의 인식이 ‘아무 쓸모없는 것’이란 관점에서 ‘무언가 잠재적 경제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면서 폐기물에 대한 관리를 강조하고 있다.

 최박사는 폐기물 관리 사례의 하나로 합성고무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염화수소산 용액의 재활용을 든다. 염화수소산은 잠재적 가치를 인정받기 전까지는 위험한 쓰레기일 따름이었지만 이산화티타늄 생산공정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이 실험결과 밝혀졌다. 폐기물에서 원료로 탈바꿈한 염화수소산은 현재 듀폰에 연간 80만달러를 벌어주고 있다.

 이같은 국내외 사례들은 물이나 에너지와 같은 자원을 재활용하거나 폐기물의 양을 줄일 때 기업이 경제적으로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바꿔 말해 경제적 동기가 있을 경우 기업은 공해를 줄이는데 더 적극 나서게 되고, 그로 인해 환경이 개선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환경 문제에 대한 적극적 대응은 기업으로 하여금 기술개발을 촉진케 하기도 한다. 환경과 관련된 국제협약이 속속 체결되어 기업들은 환경에 대한 투자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한 예로 몬트리올의정서는 가입국이 염화불화탄소(CFCs)와 할론(Halon) 가스를 생산하고 사용하는 것을 규제하고 있다.

 염화불화탄소는 에어러졸·전자제품뿐 아니라 반도체를 조립하는 공정에도 사용된다. 삼성전자는 염화불화탄소 대신 물을 이용하는 새로운 공정을 도입해 국제협약상의 규제를 극복하는 동시에 비용을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 안양공장 환경안전팀 金忠植 부장은 “염화불화탄소를 쓸 때는 약품비가 한달에 2천만원이나 들었는데 새 공정을 도입한 뒤에는 연간 2억4천만원을 절감하게 됐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생산 증대만을 부르짖을 것이 아니라 공해물질을 줄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데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적 수단도 동원하라”

 그러나 환경기준이 날로 강화됨에 따라 기업이 부담해야 할 환경투자 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92년 12월 제지·화학·시멘트 등 3개 공해배출업소의 공해방지 시설투자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이 앞으로 강화될 환경기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92~95년 총투자액의 27~35%를 공해방지 시설에 투자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가 늘면 그만큼 원가가 상승한다. 산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환경규제는 특히 자동차(36.6%) 1차금속(15.5%) 화학(11.3%) 제지업(9.6%) 등의 생산원가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짧게 보면 환경투자는 생산비용을 밀어올리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이 투자를 꺼린다. 이에 대해 吳浩成 교수(성균관대·환경경제학)는 “많은 기업은 이미 발생한 공해물질을 소극적으로 처리하는 단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굴뚝에 집진기를 부착한다거나 하수구에 정화시설을 설치하여 공해물질을 제거할 경우 환경기준을 지킬 수는 있겠으나 그같은 투자는 기껏해야 오염된 자원을 원상태에 가깝도록 만드는 구실밖에 못해 기업 입장에서는 마지못해 지불하는 비용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교수는 “기업이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을 바꿔 에너지의 효율을 높인다거나 투입물을 적게 하는 방향으로 공정을 개선해 환경에 대한 투자가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게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규제와 단속을 위주로 하는 환경정책은 기업의 환경투자를 더욱 위축시킨다. 단속을 피하기에 급급한 나머지 기업은 적극적인 환경 투자 전략을 세우기 힘들다. 따라서 환경오염을 막는 데 경제적 수단이 동원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산업연구원 산업환경 에너지실 金峻漢 실장은 “우리나라도 지금의 직접규제 방식에 경제적 수단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방향으로 환경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92년 6월 리우데자네이루 회의가 열리기에 앞서 세계은행은 환경보호를 위해 법률이나 제재조처보다는 시장경제 원리에 기반을 둔 정책을 도입하도록 강력히 권고한 바 있다(《시사저널》 제138호 ‘과보호가 환경 망친다’ 참조).

 삼성전자·포항제철·듀폰의 사례를 통해 볼 때도 기업이 환경투자에 적극 나서는 데는 경제적 동기가 크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과거 일부 기업이 오염방지 시설을 갖추어 놓고 이를 움직이지 않은 채 공해물질을 마구 방출한 것도 따지고 보면 벌금을 무는 쪽이 비용이 적게 먹힌다는 계산이 섰기 때문이다.

 환경오염을 막기 위한 경제적 수단으로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배출부과금·제품부과금 등을 물리거나 예치금을 거두는 것이다. 이중 배출부과금과 예치금 제도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실시하고 있다. 배출부과금 제도란 대기·수질·토양을 오염시키는 물질을 방출했지만 이를 회수할 수 없을 경우 정부가 부과금을 거두어 처리를 책임지는 것이다.

 예치금 제도는 건전지나 타이어같이 소비자가 쓰고 버릴 때 환경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있는 제품에 대해 일정 금액을 예치토록 한 뒤 이들 제품이 회수되면 다시 돌려주는 것이다. 이 제도는 폐기물의 재활용을 유도하고 폐기물의 유통량을 줄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독일은 가전제품이나 자동차도 회수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재활용을 유도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회수한 물건을 마냥 쌓아 놓을 수 없으므로 회수한 뒤의 일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벤츠 자동차의 경우 설계 단계에서부터 폐차할 때 분해하기 쉬운 방법을 고안해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예치금 요율이 비현실적이어서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승용차용 소형 타이어의 경우 예치금은 3백원인데 이를 회수하고 처리하는 데 더 많은 비용이 든다면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예치금을 떼이는 한이 있더라도 폐기물을 회수하지 않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다. 따라서 정부는 기업에게 폐기물을 회수할 경우 이익이 돌아온다는 생각을 갖도록 해주어야 한다. 가령 첫해에는 30%만 회수해도 예치금을 다 돌려주고, 두 번째 해에는 50%를 회수하면 예치금을 돌려주는 등 독일식 방법으로 기업을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환경쿼터제’ 도입도 한 방법

 기업을 더 적극적으로 유인하기 위한 수단으로 환경에 소유권을 부여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산업연구원 김준한 실장은 “배출되는 오염물질의 총량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줄이느냐에 환경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면서 ‘환경쿼터제’를 도입하라고 제안했다. 환경기준을 일률적으로 정하지 않고 업종이나 지역의 특성을 감안해 각 기업이 배출할 수 있는 오염물질의 양을 할당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 오염발생량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연구가 선행되고, 언제든지 점검할 수 있도록 전국적인 감시망이 구성돼야 한다. 또한 할당량보다 적게 환경을 오염시킨 기업에 대해서는 쓰고 남은 쿼터의 소유권을 인정해 거래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가령 1천t의 쿼터를 배정받은 기업이 환경투자를 늘린 결과 5백t밖에 사용하지 않았다면 나머지 5백t은 돈을 받고 팔 수 있게 해야 한다. 환경쿼터로 얻은 이익금이 환경투자액보다 클 때 기업들은 너도나도 환경투자에 나서 궁극적으로 공해를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이 제도는 미국에서 부분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환경문제는 공유자원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지만 환경에 관한 한 사람들은 공짜를 기대한다. 환경이라는 창고에서 자원을 가져다 쓰고, 환경이라는 거대한 쓰레기통속에 오물을 버리는 일에 되도록이면 돈을 지불하지 않기를 바란다. 오염행위 자체에 경제적 동기가 숨어 있는 것이다. 환경오염 문제는 경제의 눈으로 볼 때 해결 전망이 더 넓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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