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고래핑 음악에 ‘뿅’ 가다
  • 안철흥 기자 (epigon@sisapress.com)
  • 승인 2006.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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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선택]

 

혹시 일본음악 좋아하시는 분 있으신지 모르겠네요. 아무로 나미에나 우타다 히카루 같은 '아이돌 스타'를 말하는 것은 아니구요. 보아(일본에서 꽤나 성공했다죠!)도 물론 아니죠.

제가 소개하려는 것은 러브사이키델리코 같은 '밴드 음악'입니다만...'인디 밴드'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불리는 경지를 훌쩍 넘어선 밴드들이죠. 흔히 '시부야 계열'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이들이죠.

시부야 계열이 뭐냐구요? 뭐 어렵게는 생각하지 마세요. 그냥  도쿄 시부야 지역의 클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뮤지션들을 일컫는 일종의 ‘언론 용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우리의 홍대 앞 클럽을 연상해도 많이 틀리진 않습니다. 신의 규모나 음악적 역량 등은 비교가 좀 뭐하지만요.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밴드는 에고래핑(ego-wrappin')입니다. 우선 이름이 재미있죠. ‘자아를 꼭 싸매놓았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까요. 제목과는 달리 자기 색깔이 무척 강하고,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2인조 혼성 밴드입니다. 록에서 카바레 음악, 엔카까지 거의 모든 장르를 소화하는데, 기본 바탕은 재즈입니다.

특히 성의없이 툭툭 내지르는 것 같으면서도 듣다보면 머리가 끄덕거려지는, 재즈 특유의 스윙 감을 제대로 소화해낸 보컬 나카노 요시에의 음색이 매력적이죠. 1996년에 결성했고, 그동안 10여장의 음반(정규 앨범은 3장)을 냈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정규 앨범보다 나카노 요시에가 부르는 라이브 음악을 좋아합니다.

특히  도쿄 키네마클럽에서 ‘러브 송’을 라이브로 부르는 것을 구해 듣고 ‘뿅’ 갔습니다. 지금은 해산한 오사카의 재즈 밴드 디터미네이션스(Determinations)와 협연한 자리였는데요, 이 라이브 공연은 나중에 <Swing For Joy>라는 제목의 음반으로도 출시되었습니다. 아쉽게 국내에는 이 음반이 수입되지 않았습니다(개인적으로 보기에 최고의 음반인데...). 하지만 공연 모습은 인터넷 어딘가에서 흘러다니고 있으니까 한번 찾아보시죠! 에고래핑은 2004년 여름 홍대 앞 클럽에 등장해 국내 골수 팬들의 가슴을 적시고 간 적도 있습니다.

이들이 새 음반을 발표했습니다. 5월17일 발매된 음반의 제목은 <온더록스(On The Rocks)>입니다(사진). 제목을 보니, 왕년의 재즈 아티스트 델로니어스 몽크가 작곡했던 <안주 없이 스트레이트 한 잔(Straight, No Chaser)>에서 필을 받은 것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1950~1960년대 하드 밥 전통을 잇되 좀 부드럽게...., 뭐 이런 생각으로 제목을 뽑았을지도 모르죠.  그런 느낌이 든게, 이들이 낸 바로 전 앨범의 제목이 <Night Food>였거든요. 브라이언 맬빈과 자코 파스토리우스가 연주했던 왕년의 명반 <Night Food>에서 따온 제목이었죠. 그렇게 보니 이들의 제목 붙이는 솜씨가 기특하지 않습니까?

근데 이번 음반 괜찮나구요? 아쉽게도 아직 그 말씀은 못드리겠군요. 아직 국내에서 살 수는 없거든요. 솔직히 살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이들이 지금까지 낸 음반 가운데 국내에서 살 수 있는 것은 두 개뿐라서요.....쩝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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