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대, 우주로 날아오른다
  • 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6.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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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기술로 교육·실험용 인공위성 개발…전술용으로도 쓰임새 많아

 

한국 인공위성 개발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연구 기관이나 기업뿐 아니라 대학에서도 자체 기술로 인공위성을 개발하는 데 성공할 정도로 성장했다. 항공대가 자체 기술로 실험 및 교육용 인공위성 ‘하우셋 1호’를 최근 개발한 것이다.

하우셋 1호는 오는 6월28일 러시아 우주기지에서 지상 5백10km로 발사된다. 국내 연구 기관이나 기업에서 개발한 인공위성을 우주궤도에 쏘아올린 적은 여러 차례 있지만, 대학에서 독자적으로 제작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학ㆍ대학원생 15명으로 구성된 항공대 인공위성 제작팀을 이끈 이는 장영근 교수(49·항공우주기계공학)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아리랑 1호를 개발할 때 시스템 연구 책임자였던 장교수는 항공대로 자리를 옮기자마자 이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장교수는 “한국이 인공위성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기술 저변을 넓혀야 한다. 그래서 학생들과 함께 인공위성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항공대에는 인공위성학과가 따로 있지 않아 처음에는 학생을 모집하기조차 힘들었다”라고 털어놓았다.
어렵사리 인공위성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을 모아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인공위성을 개발하는 데는 전기·전자·통신 등 여러 분야의 공학 기술이 요구된다. 항공대 인공위성 제작팀에 지원한 학생들의 전공도 각양각색이었다. 전공은 달라도 연구실에 모인 학생들의 마음은 하나였다. ‘내 손으로 직접 인공위성을 만들어 보겠다’는 일념으로 학생들은 밤샘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열정만으로 돌파할 수는 없었다. 3년여 개발 기간에 숱한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연구진이 주로 대학원생이다 보니 졸업해서 학교를 떠나면 연구가 원활하게 이어지지는 않았다. 새로 들어온 연구진들이 다시 시작해야 했다. 연구진이 바뀌는 와중에서도 인공위성을 설계하고 모양새를 갖추기까지는 어렵지 않았다. 설계 감각과 손재주가 좋아 하드웨어만큼은 쉽게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늘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었다. ‘이만하면 움직이겠지’ 싶어 시험해 보면 하우셋 1호는 깡통에 지나지 않았다. 전기적 기능시험을 통과했다고 좋아했지만 다시 구조 열 시험에서 문제가 나타나고, 하드웨어 문제를 모두 풀었다 싶으면 소프트웨어가 구동되지 않았다. 그들은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고치고 또 고쳤다. 그 덕에 하우셋 1호는 마침내 ‘생명’을 얻었다. 이 과정을 거치며 학생들은 위성설계, 해석, 제작, 조립, 발사 및 운영의 전체 과정을 이해하고 위성 분야의 전문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1억9천5백만원으로 하우셋 1호 개발

하우셋 1호는 중량 1kg의 초소형 인공위성이다. 두 손 위에 가볍게 올려놓을 수 있을 정도로 몸체가 작다. 하지만 쓰임새는 다양하다. 인공위성에 연료를 제공하는 태양전지판을 실험하고, 우주용 위치확인 시스템 수신기를 장착하여 위성을 추적할 수 있다. 연구실에서 직접 개발한 태양센서를 우주에서 인증하는 작업도 하우셋 1호가 맡아야 할 일이다. 교육 및 실험용으로 제작된 위성이어서 위성의 자기 정보를 송출하여 위성의 설계 및 제작이 제대로 수행되었는지에 대한 검증 작업도 거칠 예정이다. 항공대 위성 제작진은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뒤에는 항공대 우주시스템 연구실에 설치한 지상국에서 인공위성에 명령을 전송하고 데이터를 수신한다. 항공대 연구팀은 2003년도 국가 지정 연구실로 지정되어 25kg급 나노 위성을 개발 중에 있다.

 

장영근 교수는 “소형 인공위성은 교육용뿐 아니라 전술용으로도 쓰임새가 많다. 최근 미국·러시아·중국 등 우주 연구 선진국에서도 초소형 위성을 전술 무기로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한국처럼 우주 개발에 뒤늦게 뛰어들고, 예산이 적은 나라에서는 소형 인공위성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틈새시장을 파고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소형 인공위성은 대형 위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예산이 적게 들고 개발 기간도 짧아 많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항공대 연구팀이 하우셋 1호를 개발하는 데 쓴 돈은 1억9천5백만원에 불과하다. 아리랑 1호를 개발하는 데 3천억원이 든 것과 견주면 비교할 수 없이 경제성이 뛰어난 것이다.

소형 인공위성은 하우셋 1호처럼 쓰임새도 다양하다. 우선 기술 연구 개발을 통한 소형 위성 시스템 및 핵심 부품 기술을 개발해 판매할 수 있는 틈새시장을 노려볼 수 있다. 충남 대전에 있는 인공위성 벤처기업 세트렉아이는 지난해 8월 국내 최초로 말레이시아에 소형 인공위성을 수출한 바 있다. 지구 적도면 지역의 재난과 환경 감시를 담당하는 인공위성이었다.

대형 인공위성은 그동안 전쟁에 필요한 각종 정보와 데이터를 제공하는 전략 지원용으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소형 인공위성은 전술적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7일 이내에 위성의 개발과 발사·운용을 마칠 수 있어 소기의 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전쟁이 일어나면 한국 정보를 빼가는 적국의 대형 위성을 교란시키거나 파괴하는 목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위성 개발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한국은 1992년 8월 영국 서레이 대학의 기술을 지원받아 소형 인공위성 우리별 1호를 쏘아 올림으로써 세계에서 22번째로 상용 위성 보유국이 되었다. 이때부터 한국도 우주에 대한 꿈을 키웠지만 선진국을 따라잡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인공위성 기술력만 따져도 미국·러시아·유럽은 물론 일본·중국·인도·브라질보다도 뒤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우주 개발은 국가 위상을 좌우하는 전략적 사업이다. 중국이 2003년 유인 우주선을 띄우는 데 성공하자 세계는 중국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과학기술 강대국으로 급부상한 나라로 평가하는 것이다. 이처럼 인공위성이나 우주 물체 하나를 쏘아 올리는 것만으로도 국가 위상은 달라진다. 특히 인공위성이 국방 기술로 활용되면서 어떤 나라도 인공위성 기술을 다른 나라에 나눠주려 하지 않는 것이 세계적인 흐름이다. 이런 추세라면 국가별 우주 기술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한국은 소형 위성을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정밀기계 및 전자 분야 제조 기술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소형 인공위성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토양은 마련된 것이다. 

인공위성은 ‘21세기의 눈과 귀’로 불린다. 비교적 적은 돈과 시간으로 만들 수 있는 소형 인공위성은 연구 인력이 없고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주춤했던 한국 우주 기술에 이목을 집중시키며 활력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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