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횡령 얼룩진 ‘희대의 사기극’
  • 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6.05.15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검찰, ‘황우석 사건’ 수사 마무리…황박사·김선종 연구원 등 6명 불구속 기소

 
최근 5개월 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었던 황우석 사건은 결국 ‘희대의 사기극’으로 드러났다.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은 이 사건이 줄기세포 ‘섞어 심기’와 논문 조작, 연구비 횡령 등으로 점철된 사기극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김선종 연구원이 줄기 세포를 섞어 심어 가짜 줄기세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다. 또 황박사가 논문 조작을 진두 지휘하고, 연구비까지 횡령한 사실도 밝혀졌다.  

검찰은 핵심 의혹 가운데 하나였던 줄기세포 조작의 경우 김선종 연구원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지었다. 김선종 연구원이 연구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미즈메디 병원에서 가져온 수정란 줄기세포를 섞어 심는 방법으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생성된 것처럼 조작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황박사가 섞어 심기에 관여했는지를 밝히기 위해 거짓말 탐지기까지 동원했지만 그가 공모한 흔적은 찾아내지 못했다.

줄기세포 섞어 심기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도 황박사는 ‘희대의 사기꾼’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2004년과 2005년 논문 게재 과정에서 있었던 사진과 데이터 조작을 황박사가 직접 진두 지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황박사는 2004년 논문을 사이언스에 게재할 때 1번 줄기세포(NT-1) 관련 사진의 해상도가 좋지 않자 가짜 사진을 게재했다. 2005년 논문에서도 줄기세포 개수와 DNA 지문분석 결과 테라토마(기형종) 형성, 배아체 형성, 면역적합성 결과 등 각종 데이터를 조작하도록 연구팀에 직접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부 당국자 책임 유무는 안 가려져

논문 조작에 ‘탁월한’ 솜씨를 발휘한 황박사는 정부와 민간 후원단체 등에서 제공한 연구비를 횡령했는데, 그 솜씨도 수준급이었다. 황박사는 가짜 세금계산서를 이용하거나 재료 구입비를 과다 청구하는 수법 등을 써서 정부 지원 연구비와 민간 지원금 등 모두 27억8천4백만원을 지원받거나 횡령했다. 63개 차명 계좌를 이용해 연구원 인건비 명목으로 8억여 원 빼돌리거나 재미교포에게 돈을 주고 미국에서 되돌려 받는 ‘환치기’ 방법을 동원했다. 고액 현금 거래에 대한 금융정보분석원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여러 은행 지점을 돌아다니며 10분 간격으로 현찰을 출금하는 주도면밀함도 보여주었다.

이렇게 빼돌린 돈으로 부인의 승용차를 구입하거나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제공했다.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여야 정치인 수십명에게 10만~3백만 원씩 1백54차례에 걸쳐 정치 자금을 제공했다. 후원금을 댄 대기업 임원들에게는 1천4백여만원 상당의 선물을 주기도 했다. 황박사는 또 지난해 1월 생명윤리법 발효이후 난자를 제공받는 과정에서 모두 25명에게 3천8백만원에 이르는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황박사 측근들도 연구비를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황박사의 오른팔과 왼팔로 불렸던 강성근·이병천 서울대 교수와 윤현수 한양대 교수는 정부 연구비와 민간 지원금을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씩 가로챘다. 이들은 가짜 세금계산서를 이용하거나 연구원에게 인건비를 지급한 것처럼 꾸며 지원금을 빼돌렸다.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황우석 박사와 김선종 연구원 등 모두 여섯 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김선종 연구원은 업무방해와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황박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업무상 횡령, 생명윤리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최종 마무리된 검찰 조사는 황우석 사기극의 전모를 꽤 구체적으로 밝혀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황우석 사기극을 ‘적극 지원’ 혹은 ‘방조한’ 정부 당국자의 책임 유무는 밝혀내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