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V로 우호 다지자”
  • 변창섭 기자 ()
  • 승인 2006.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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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그 주한 프랑스 대사, 임기전 이임…“정치적 동기없다”


 91년 4월 부임한 베르나르 프라그 주한 프랑스 대사가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5월에 한국을 떠난다. 프라그 대사는 “업무 파악을 하고 어쩌고 하면 6개월에서 1년은 훌쩍 가버려 2년은 좀 짧은 것 같다??라며 섭섭해 했다. 그는 ??얼마전 가정 문제 때문에 대사직을 그만두겠다고 본국 정부에 알렸다??라며 돌연한 이한에 ??정치적 동기??가 없음을 애써 강조했다. 올해 57세인 프라그 대사는 아직 미혼이어서 ??가정상 이유??가 큰 설득력을 지니지 못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프랑스 총선에서 크게 패한 사회당의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임기 만료를 2년 앞두고 자기 사람을 내보내기 위해 주한 대사를 교체한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프랑스는 한국과 특별한 정치?경제적 현안이 없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부쩍 한국과의 통상에 열을 올리고 있는 분야가 있다. 일본과 독일의 기업과 함께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경부고속전철 사업이다. 프랑스는 91년 5월 미셀 로카르 전 총리가 방한하는 등 눈에 띄게 정부 차원의 로비를 펴왔다. 프라그 대사는 “프랑스의 고속전철(TGV)은 입찰 경쟁국인 독일에서도 그 우수성이 입증됐다. 한국 정부가 TGV를 선정할 것을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한?불관계가 미미했던 점을 지적하며 ??한국 정부가 TGV를 선정하면 양국은 새로운 동반 관계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얼마 전 헬무트 콜 독일 총리가 ‘로비성 방한??을 한 것을 의식한 듯 프라그 대사는 ??미테랑 대통령이 곧 방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최근 총선에서의 사회당 패배를 의식한 듯 ??정국이 어수선해 방한이 좀 늦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한파라고 알려진 프라그 대사는 부임초부터 본국 정부에 대해 남북문제에서 프랑스의 입장을 분명히하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 탈퇴 문제와 관련해 “프랑스 정부는 북한이 탈퇴 의사를 바꾸도록 최대한 설득과 압력을 가하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찬동한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한국 정부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2년 남짓 대사로 근무하면서 그는 개인적으로 두가지 보람이 있었다고 한다. 하나는 많은 비경제계 인사들을 사귄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적인 친목 모임을 만든일이다. 그는 63년 인도주재 프랑스대사관의 상무관으로 외교관 생활을 시작한 후 줄곧 경제 분야에서 일한 탓에 경제계 인사들만 상대해왔다면서, 한국에 온 후 영화배우나 언론인과 친해져 기뻤다고 말했다. 또 취임 직후 6명 정도의 국내 친프랑스 인사들로 모임을 만들어 매달 한번씩 만나 친목을 다지며 그 모임을 통해 한국을 많이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한국인이 정력적으로 일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인삼이나 김치를 많이 먹어서 그런 게 아니냐??하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다만, 한국인에게는 아직도 외부 세계에 대해 패쇄적인 성향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재임중 양 국민의 이해를 증진하는 데 역점을 두고 노력해왔으나 ??한국인은 미국이나 일본에 대해 더 친근감을 느끼기 때문에 이런 간격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았다??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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