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 청사진에 거는 기대
  • 성(재무부장관 자문관) ()
  • 승인 2006.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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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요즘 실감나는 변화와 개혁의 시대를 살고 있다. 정치 사회 경제 모든 분야에서 낡은 틀을 부수고 새롭고 공정한 질서를 만들어 가고 있다.

 여기에는 금융분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아니, 오히려 가장 큰 개혁이 필요한 부문이라고 흔히 지적되고 있다. 나름대로 사정이야 많았지만 우리의 금융 부분은 경제의 규모와 수준에 비해 눈에 띄게 낙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잘 알려진 대로 금융 시장과 기관에 대한 정부의 규제와 간섭이 심했던 탓이 크다. 정책적으로 중요한 부문에 싼 자금이 집중되게끔 했으며 금리도 낮은 수준으로 규제하고, 금융기관의 대출에도 심하게 간여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금융기관이 각종 변칙적인 수법을 통해 규제를 피하려 하고 경쟁보다는 담합을, 신용보다는 담보대출을 선호하게 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나아가 기업, 특히 중소기업에 대해서 은행의 문턱이 한없이 높아진 반면, 은행이 전체 금융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위축된 것도 금융 규제가 빚은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이와 같은 규제에서 비롯된 폐해는 자율화와 개혁의 요구를 불러일으키게 마련이다. 선진국의 경험을 보더라도 금융 자율화는 규제로 인한 불편과 불리를 극복하기 위한 금융혁신 노력과 이를 추인하는 규제완화 사이의 상호작용 속에서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 그 한 예로 80년대초 미국의 유수한 은행은 “이제 은행강도 시대는 끝났다. 우리 은행에는 그들이 노릴 만한 새로운 예금이 더 이상 들어오지 않는다”라고 하면서 증권회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신상품을 개발하는 데 열을 올렸다고 한다.

 

금융계의 자기혁신 노력이 중요하다

 금융 자율화란 금융기관이 자유롭고 경쟁적으로 영업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금리.여신.내부경영.업무영역 등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거나 완화하는 것이다. 이 자율화는 구호로 외치기는 쉬워도 실제로 이행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80년대 초반부터 추진해온 우리의 자율화 경험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즉 제도적으로는 시중 은행의 민영화와 내부경영 자율화로부터 시작하여 금리의 부분적 자유화, 새로운 금융 상품 도입과 업무 영역 확장, 그리고 상당한 수의 금융기관 신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조처가 취해졌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오늘도 실질적인 자율화는 미흡한 채로 남아 있는 것이다. 이는 자율화를 원만히 수용할 수 있을 만큼 경제여건이 성숙하지 못했거나 관련 당사자들의 준비태세가 충분치 못한 탓이 아닌가 싶다.

 금리 자유화의 예를 보자. 최근에 와서 크게 개선되었지만 시장 실세금리가 규제금리보다 매우 높은 수준에 있는 한 자유화의 충격은 그만큼 크고 자유화 시도도 무위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진정한 금리 자유화를 위해선 자유화 이후 금리가 큰폭으로 상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용인해야 하며, 그 경우 시간은 좀 걸리지만 정책 당국이 간접적 조절을 통해 금리를 다시 안정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제도적 여건도 개선돼야

 여신 운용의 자율화에는 더욱 큰 어려움이 있다. 이는 자유로운 여신운용을 제약해 왔던 정책 금융의 굴레를 어떻게 벗겨 내느냐 하는 문제이다. 정책금융은 우리 경제 형편상 불가피한 면이 많다. 그러나 금융의 정상화를 위해서 이런 정책 금융도 가능한 한 일반 금융으로 전화하거나 축소해야 한다. 어쩔 수 없는 정책 금융도 될 수 있는 대로 민간 금융기관으로부터 덜어내어 특수 은행이나 정부의 재정으로 이관해야 할 것이다. 정책 금융에 따른 경제적 부담은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재정이 정책 사업을 담당할 경우엔 직접적인 조세 증대가 필요하고, 금융 부문이 맡는 경우에는 통화증발을 통한 인플레를 감수해야 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여신 자율화 이후 방만한 여신 관리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금융기관이 높은 수익만을 추구하여 위험이 너무 큰 부문에 자산을 운용하면 자금흐름 왜곡, 부실채권 누증, 그리고 여신 팽창으로 인한 인플레 압력이나 실물투기 등 거품 경제가 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와 같은 금리.여신의 자율화 외에도 금융 개혁에는 금융 산업의 구조 개선이나 금융 시장의 제도적 여건 개선도 포함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6월말까지 마련할 우리의 금융 개혁 청사진이 외국와 우리 자산의 경험으로부터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더 실효성있는 개혁안을 제시함으로써 90년대에 우리 금융의 선진화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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