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 안정 기류 올라탔나
  • 이숙이 기자 (sookyiya@sisapress.com)
  • 승인 2006.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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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이 5·31 지방선거를 보름 앞두고 5대 격전지의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서울에서는 오세훈 후보가 강금실 후보를 후보 지지도·인물 적합도·당선 가능성 모든 부문에서 앞

 
이번 5·31 지방선거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강풍’ 대 ‘오풍’의 대결에서는 여전히 오풍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장 후보들에 대한 지지도 조사 결과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가 48%를 얻어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29.9%)를 18% 포인트 가량 앞섰기 때문이다. 민노당 김종철 후보가 3.1%로 그 뒤를 이었고, 민주당 박주선 후보는 1.4%로 4위에 머물렀다. 국민중심당 임웅균 후보는 조사가 이뤄진 5월9일 이후에 출마를 선언해 이번 조사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어떻게 조사했나
누구를:서울 경기 충남 광주 제주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얼마나:각 지역 5백명씩
어떻게:전화 여론조사
무엇으로:구조화된 설문지
언제:2006년 5월9일
표본오차:±4.4% 포인트(95% 신뢰수준)
조사기관:미디어리서치
당선 가능성으로 옮아가면 오세훈 후보의 강세는 더욱 도드라진다. 강금실 후보가 16.1%로 지지율보다 당선 가능성이 더 낮게 나온 반면, 오세훈 후보는 당선 가능성이 60.2%로 치솟았다. 일찌감치 오세훈 대세론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오후보는 출마 선언 이후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 번도 강후보에게 선두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이처럼 오세훈 대세론이 이어지는 데 대해 강금실 캠프에서는 “후보 경쟁력은 뛰어난데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라고 주장했다. 출마 선언 때까지만 해도 50%에 육박하던 강금실 후보의 인기가 열린우리당 입당 이후 폭삭 주저앉았다는 것이다.

이런 강후보측의 주장은 각 후보에 대한 지지 이유와 정당 지지도를 대비해보면 일견 타당해 보인다. 강금실 후보를 지지한다고 응답한 사람들 가운데 46.1%는 ‘후보의 인물’ 때문이라고 이유를 댔다. 소속 정당이 마음에 들어서라고 답한 사람은 19.3%에 불과했다.

호남 출신·40대, 열린우리당 이탈 현상 뚜렷

이에 반해 오세훈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후보의 인물이 좋아서가 35.5%, 소속 정당 때문이 27.9%로 나타났다. 오세훈 후보의 경우 강금실 후보에 비해 소속 정당의 덕을 상대적으로 더 보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조사에서 정당 지지도는 한나라당 40.5%, 열린우리당 21.9%, 민주노동당 7.7%, 민주당 4.9% 순서로 나타났다. 대체로 서울시장 후보 지지도와 정당 지지도가 비슷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후보 적합도’를 대비해 보면 그런 해석이 모호해진다. “정당이나 정치적 배경을 고려하지 않고 순전히 인물만 놓고 볼 때 누가 서울시장감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보느냐”는 인물 적합도 조사에서도 오세훈 후보가 46.2%를 얻어 강금실 후보(24.5%)를 압도했기 때문이다. 인물면에서는 강후보가 앞선다는 열린우리당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인물 적합도에서는 강후보의 지지도가 훨씬 높아야 했다.

이에 대해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강금실·오세훈 두 후보 사이에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 상황에서 정당 변수가 워낙 크게 작용하다 보니 인물 적합도 역시 정당 지지도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정당 후보 네 명 가운데 민주당 박주선 후보만 정당 지지도보다 인물 적합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후보의 처지에서 더더욱 곤혹스러운 대목은 전통적으로 열린우리당 지지세가 강했던 강북이나 호남 출신 유권자들도 강후보에게 냉소적이라는 점이다. 이번 조사에서 강북 서 지역(종로·중·용산·서대문·마포·은평)만 강금실 40.2% 대 오세훈 43.7%로 두 후보의 지지율이 비슷하게 나왔고, 강북 동 지역(도봉·강북·노원·성북·동대문·중랑·성동·광진)은 25.7% 대 51.6%로 강남 지역보다도 더 오세훈 쏠림 현상이 강했다. 강남 동·서 지역의 경우 지지율이 둘 다 강금실 30% 대 오세훈 47% 정도로 나타났다.

열린우리당이 최근 들어 부쩍 공을 들이고 있는 호남 출신 유권자들의 반응도 아직은 싸늘하다. 강금실 40.5% 대 오세훈 33.6%로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지지가 그 어느 때보다 높게 나오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박주선 후보에 대한 호남 출신 유권자의 지지도 3.3%에 그쳤다. 호남 출신들의 반 열린우리당, 비 민주당 정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다. 강원도 출신 유권자들이 유독 강금실 후보에게 애정을 보이는 것 말고는(강금실 57% 대 오세훈 26.8%), 여타 지역 출신들은 대체로 오세훈 후보를 선호했다.

 
호남의 응집력이 떨어진 것과 함께 40대 지지층이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는 것도 강후보 진영으로서는 당혹스럽다. 20대 지지율(19세 포함)은 두 사람이 비슷하고, 30대 지지율은 강후보 쪽이 10% 포인트가량 높은 데 반해, 40대부터는 30% 포인트 이상 오후보 지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0대 유권자는 22.4% 대 64.2%로 40% 포인트 가까이나 격차가 벌어졌다.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한 40대가 이제는 한나라당 쪽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정당 지지도로 보면 20대 역시 한나라당 지지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 열린우리당이 기댈 데는 그나마 30대뿐이다. 미디어리서치 김지연 본부장은 “민주화에 앞장섰던 40대가 생활에 민감한 가장이 되고, 20대의 보수화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정당 선호도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각종 지표가 불리하게 나오는 데 대해 강금실 후보 진영에서도 적잖이 당황하는 기색이다. 하지만 보름이면 따라잡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며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민병두 기획위원장은 “최대 40%까지 벌어져 있던 지지도가 최근 들어 20% 이내로 줄어들었다. 4~5%만 강후보 쪽으로 더 움직이면 금방 흐름이 바뀔 수 있다”라고 자신감을 표출했다.

오세훈, 돌발 악재에 ‘부자 몸조심’ 대응

강후보 진영은 마지막 승부수를 ‘진정성 알리기’로 잡았다. 정치 경험이 적은 강후보가 그동안 선거판에 적응하느라 진가를 드러내지 못했는데, 이제는 TV 토론에도 어느 정도 익숙해진 만큼 최대한 민생 현장을 찾아 후보의 진정성을 알리겠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오세훈의 외면, 강금실의 눈물’이라는 영상 편집물은 강후보 진영에는 뜻하지 않은 호재다. 5월10일 두 후보가 똑같이 민생현장을 찾았는데, 오세훈 후보는 길가에 쓰러져 있는 노숙자를 외면한 반면, 강금실 후보는 쪽방촌의 독거노인과 얘기를 나누다 몰래 눈물을 훔치는 장면이 한 방송사 카메라에 잡혔기 때문이다. 이 방송사는 오세훈 후보측의 항의로 홈페이지에 올린 영상물을 한 시간 만에 내렸지만, 이미 퍼나르기가 끝난 후였다. 네티즌 사이에서는 ‘가식과 진정성’을 놓고 논란이 한창 벌어지고 있다.

 
최대한 쟁점을 안 만드는 쪽으로 선두 지키기 전략을 세웠던 오세훈 후보 진영은 돌발 악재에 순간 흔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큰 영향은 없으리라는 판단에 따라 대응을 자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오후보측은 남은 기간도 철저히 ‘부자 몸조심’ 전략으로 나갈 작정이다. 오후보 캠프의 나경원 대변인은 “오후보가 이회창 후보의 경우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봤기 때문에, 상대방 전략에 말려들지도, 상대방을 공격하지도 않으면서 끝까지 자기 보폭을 지켜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박주선, 민노당 김종철 후보 역시 낮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뒤늦게 합류한 국민중심당 임웅균 후보는 성악가 출신이라는  이력을 무기 삼아 틈새 공략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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