特消稅 내고 시집간다
  • 김상익 차장대우 ()
  • 승인 2006.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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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제품에 15 ~ 30%부과 … 조세수입 연간 1조원



결혼에도 특별소비세가 부과되는 형국이다. 형편이 어려워 다이아몬드반지는 생략한다고 해도 신접 살림에 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빼놓을 수는 없다. 신부가 혼수를 아무리 적게 해간다 해도 3백50만원어치는 기본이라는 게 전자업계의 이야기다. 이중 1백만원 정도는 세금이다. 그중 다른 물품을 살 때 보다 가전제품을 구입할 때'특별히'더 내는 특별소비세가 어립 잡아 60만~70만원은 된다.

  현재 가전제품에 매겨진 특별 소비세율은 최저 15%에서 최고 30%까지다(표 참조). 그러나 실제로는 이보다 더 높은 세금을 물게된다. 가령 어떤 가전제품을 공장에서 출하할 때의 가격이 1백 원이라고 할 때 여기에 특별소비세 15%를 물리면 1백15원이 된다. 15원에 대해 교육세 30%가 부과되므로 세금으로 4원50전이 더 붙는다. 1백19원50전에 다시 부가가치세 10%를 얹으면 1백31원45전으로 불어난다. 만약 이 가전제품에 특별소비세가 붙어 있지 않아 부가가치세만 물어도 된다면 1백10원이 된다. 따라서 21원45전은 가전제품에 특별소비세가 붙어 있기 때문에 발생한 세금이다. 특별소비세율은 15%이지만이로 인해 소비자가 실제로 물게 되는 세율은 결국 21.45%가 된다. 즉 특별소비세가 15% 붙어 있는 공장도 가격 1백만원짜리 가전제품을 살 경우 현재 소비자가 물게 되는 세금은 31만4천5백원인데, 이중 21만4천5백원이 특별소비세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공장도 가격이 1백만원인 가전제품을 구입할 때 특별소비세가 없다면 소비자는 21만원쯤 싸게 살 수 있다는 셈이 나온다.

  과거와는 달리 가전제품은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품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도 특별소비세는 여전히 못살던 시대의 유물처럼 가전제품에 붙어 있다. 가전제품 업계는 이 같은 문제점을 오래 전부터 지적해왔다. 정부도 이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도 면세 조처는 내리지 않고 있다. 그것은 연간 1조원(업계추정)에 이르는 조세 수입을 포기할 경우 이를 대체할 새로운 세원을 발굴하기 어려워 섣불리 특별소비세를 없앴다가는 재정적자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전제품에 대한 특별소비세는 가전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장애가 된다. 80년대 초반 비디오카세트레코더(VCR)에 특별소비세를 잠정적으로 10분의 1(2.5%)만 물린 적이 있었다. 이때 비디오카세트레코더의 가격이 크게 내려 내수 시장도 커졌고 수출도 활발했다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한다.

  그런데도 업계는 특별소비세를 아예 없애거나 세율을 낮추라고 대놓고 요구하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법 개정에 몇 달이 걸리는데, 그 기간에 소비자들은 세율이 낮아진 뒤에 사려고 기다리게 되므로 전자제품 수요가 줄어들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완제품을 조립해 생산하는 대기업보다는 수많은 하청업체들이 뻥뻥 나자빠질 가능성이 크다. 세수 감소만이 아니라 정부가 섣부르게 손대지 못하는 이유가 또 하나 있는 것이다. 곡절이야 어떻든 국민은 억울한 세금을 더 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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