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12 규명돼야 軍명예도 산다”
  • 정희상 기자 ()
  • 승인 2006.05.16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태완씨 인터뷰 /“죄값 다하기 위해 사법 대응 준비”


 

12·12사태 당시 쿠테타 진압 진영의 선봉에 섰다가 패배한 뒤 많은 세월을 살아온 장태완  전수경사령관이 진상 규명과 관련한 사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당시 자신의 위치를 ‘정부군’이라고 스스로 규정한 장장군으로부터 12·12사태 진압군 진영이 준비하는 진상 규명과 법적 대응 계획을 들어보았다.

 

12·12사태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합니까?

12ㆍ12는 육군 중장 3명,소장4명, 준장7명, 대령11명, 중령5명,무장병력 약 6천여명이 이끄는 대전복부대가 전복부대로 돌변해 일으킨 약 7시간 동안의 군사 반란입니다.

 

그렇다면 반란 진압을 임무로 하는 수경사령관으로서 왜 그 사태를 막지 못했습니까?

그 점 국민과 역사 앞에 죄스럽게 생각합니다. 사태 이후 국민이 부여한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 데 대해 속죄하는 의미로 여러 차례 자격을 생각했습니다만 당시 군통수권자인 최규하 대통령과 정승화 참모총장이 반란 진영에 감금된 상태에서 정부군의 유일한 반란진압 전투 상보와 진상은 내가 가장 많이 갖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죄값을 다하고 명예롭게 죽는 길은 그 진상을 밝혀 반란 세력과 함께 법정에 서는 길이라고 생각하면서 지금까지 죽음보다 더 못한 세월을 살아왔습니다.

 

12·12사태 전에 군 내부의 쿠데타 조짐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나요?

제가 수경사령관에 부임한 날이 79년 11월16일이었으므로 24일 만에 반란을 맞게 된 셈입니다. 10·26 이후 계엄 상황에서 제게는 수도계엄사무소장 임무도 주어졌던 터라 그 24일 동안 부대 파악을 위해 영내에서 숙식하며 수백 군데에 분산 배치된 초소, 검문소, 방공포 진지, 주둔지 들을 순시했습니다. 쿠데타를 사전에 감지 못한 것은 제 잘못입니다만 수경사는 정보 부대가 아님을 밝혀두고 싶습니다.

 

스스로 반란으로 규정하시는 12·12와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고 느낀 교훈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적어도 다음 두가지가 변화돼야 한다고 봅니다. 우선 수방사 자체 참모기능 중 최소한 대전복작전에 필요한 정보체제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또 반란에는 수도권 인근 부대가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수방사·특전사·보안사는 현실적인 부대 임무·기능·배치 및 기구 편제에서 정치적·군사전술적 차원을 전문적으로 재검토해 개선해야 한다고 봅니다.

 

12·12사태 당시 승리한 측을 법정에 세우려 준비하신다는데, 그들의 죄목이 뭡니까?

12·12사태 주역들의 그날 행위는 헌법 형법 군형법 계엄법 군인복무규율법 등 여러법규 중 최고의 범법 행위입니다.군 형법은 반란죄를 가장 큰 범죄로 다루고 있습니다. 12·12 군사 반란을 주도한 자들이 군형법상 적용받아야 할 주요 범죄 조항으로는 제1장 반란죄 중 제5조, 제2장 이적죄 중 제94조 8항, 제3장 지휘권 남용죄 중 제20조, 제4장 지휘관의 도피죄 중 제24조, 제5장 수소이탈죄 중 제27조, 제6장 군무이탈죄 중 제30조, 제8장 항명죄 중 제45조(집단 항명) 등 총 94개 조항 대부분이 적용됩니다.

 

어쨌든 당시 승자측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 실세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한 개인의 힘으로 그게 가능할까요?

민족 정기와 민주 헌정의 정통성을 굳히기 위해서 새 정부는 국가적 차원에서 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합니다. 요즘 군 곳곳에서 드러나는 비리들도 따지고 보면 다 12·12 주역들이 뿌려놓은 해악에서 기인합니다. 고장난 심장은 외면하고 발의 무좀만 치료하면 사람이 성할 수 있습니까. 그리고 저 개인이 12·12 진상을 규명하고 단죄하자는 게 아닙니다. 그것은 국가와 국민들 몫이자 순수 직업 군인 전체의 소망입니다. 따라서 그 준비도 당시 피해자는 물론 양심적인 법조인, 퇴역군인, 원로 장군단 등이 총망라되어 해 나갈 것입니다.

 

요즘 군이 여러가지 홍역을 치르고 있는데 이 문제가 제기되면 혹시 후배 현역군인들이 분열의 소지로 오해하지 않을까요?

당치 않습니다. 이 작업은 궁극적으로 후배 현역군인들을 위하는 길입니다. 군이 참되게 단합하는 길이 무엇입니까. 12·12사태로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군의 고통은 6·25 및 월남전쟁 등에서 산화한 수많은 호국영령과 병상에 있는 전우들이 비통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을 것입니다. 그들이 무엇을 원하겠습니까. 군의 명예 회복은 12·12사태 진상 규명으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