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군,옥석은 가려야”
  • 정희상 기자 ()
  • 승인 2006.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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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 공군 장교들 수사 방향 불만에 조기 인사 단행


 창군 이래 최대 규모의 ‘숙군’이라 불리는 이번 군인사 비리 수사는 군 안팎에 엄청난 충격과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수사에서 김종호 전 해군참모총장 구속을 시작으로 5월1일 정용후 전 공군 참모총장 구속에 이르기까지 해ㆍ공군 장성과 대령 등 15명이 구속되고 3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그러나 새 정부 아래서 단행된 군 수뇌부 교체, 기무사 전격 개편 등 일련의 군 개혁작업과는 달리 이번 수사는 군 내부에 상당히 심각한 동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해ㆍ공군 현역 장교들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는가 하면 집단행동 조짐마저 보인다. 4월30일 30여명의 현역 공군 장교들이 국방부 부근에 모여 이번 수사의 대책을 협의하고, 대표 다섯명을 뽑아 구속 위기에 몰린 정용후 전 총장 집을 찾아 가족들을 위로했다. 이들 대부분이 공사 25~27기 출신으로 공군 내에서 엘리트급들일 뿐만 아니라 각 전투비행단에 소속된 방공망의 핵심 지휘관들이라는 점에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해ㆍ공군 장교들이 이처럼 인사 비리 수사에 노골적 불만을 표출하는 이유는 “귀중한 군 개혁의 기회가 엉뚱한 방향으로 잘못 흐르고 있다”고 보는 데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정작 숙정할 대상자들은 따로 놔두고 제도와 관행의 애꿎은 희생자들만 잡아 가두는 것은 개혁 방향이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육군에서도 “이해하기 어렵다”

 해군의 경우 5ㆍ6공 아래서 해군의 요직을 독차지해온 대ㆍ경북 세력과 그 부인들이 진급 비리의 ‘제도적 관행’을 만들고 브로커 노릇을 해왔는데, 수사 방향은 이들을 제쳐둔 채 그 관행의 덫에 걸린 몇몇 비대구ㆍ경북 출신 장성에게만 맞춰져 있다는 게 일반 해군 장교들의 주장이다.

 공군 장교들의 반발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공군 내에서 지난 10여년간 배타적 지위를 누려온 대구ㆍ경북 세력의 부패 구조는 비껴간 채 당연히 진급됐어야 할 신망있는 장군들이 진급 후 사례금을 건넨 것만 문제삼은 점은 형평성을 잃었을 뿐 아니라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것이다.

 공군 장교들은 정용후 전 총장이 지난 90년 강제 예편당한 표면적 이유는 수뢰 혐의였으나 내면적으로는 공군 내 대구ㆍ경북 세력에 도전했다가 거세당한 것으로 믿고 있다. 정 전총장은 원래 총장 후보가 아니었으나 당시 그 후임인 한주협씨를 총장에 임명할 경우 이종구 육군총장, 김종호 해군총장에 이어 공군까지 대구ㆍ경북 출신으로 채운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정치적 배려로 총장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어쨌든 정총장은 취임후, 대구·경북 세력에 밀려 한직에 있던 실력있는 장교들을 대거 기용했다. 그런데 이번에 구속된 장군 5명이 그런 경우이며, 공교롭게도 이들 중 박종선ㆍ배기준ㆍ최성렬 장군 등 3명이 호남출신이다.

 이같은 수사 양상은 육군에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확인된다. 한 육군 중령은 “이번 해ㆍ공군 인사비리 수사 방향은 육군인 내가 봐도 의분이 느껴진다. 군 인맥을 알 만한 사람은 수사가 대구ㆍ경북 세력의 의도에 놀아난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라고 말했다.

 해ㆍ공군의 동요가 확산되자 국방부는 구속으로 자리가 빈 보직에 대해 조기 인사를 단행했다.

 현재 군 내에서 부패에 대한 숙정 자체를 불만으로 여기는 장교는 없는 것 같다. 그러므로 새 정부의 군 개혁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옥석을 혼동하지 말아달라”는 현역 장교들의 염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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