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이 경제 활성화 지름길
  • 김세영(단국대 사회과학연구소장) ()
  • 승인 2006.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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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삼 정부의 목표는 한마디로 개혁이다. 이미 여러부문에서 개혁이 진행되고 있다. 부패한 일부 고위 관리가 관직을 떠났고, 부정한 일부 국회의원이 자신이 소속했던 정당과 의사당을 떠났다. 교육계 금융계 등의 비리 인사들이 형사 처벌을 받았다. 지난 30년간 성역으로 여겨졌던 군에까지 개혁 바람이 불어닥쳤다. 사회 각 분야에서 일대 ‘수술’이 진행되고 있다.

 비록 그 폭과 속도에선 차이가 있지만 역대 정권들도 출범과 동시에 지금과 비슷한 개혁을 표방하고 추진해왔다. 또 많은 국민은 속속 발표되는 지도층의 부정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도 그들이 개혁을 주창했던 사람들임을 기억한다. 김영삼 정부의 개혁에 대해 국민들이 박수를 보내면서도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욱이 개혁에 대한 저항도 만만치 않다. 개혁에 저항하는 세력은 “개혁이 지나치면 경제에 해를 준다” 라든지 “경제를 활성화하려면 적당히 하고 끝내야 한다”라는 목소리를 공공연히 내고 잇다.

 그러나 개혁이 경제 활성화에 좋지 않다는 말은 납득하기 어렵다. ‘개혁바람’ 때문에 고급 외제차와 같은 사치품 수입이 줄어들고, 자칫 뛰기 쉬운 부동산 가격도 안정을 되찾고 있지 않은가. 건전한 경제 활성화는 개혁의 토대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경제계가 개혁을 막연히 두려워하는 것은 과거의 관행 때문이다. 한국 경제는 정치 경제 때문에 많은 비용을 치러 왔다.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비롯한 정부의 각종 규제는 막대한 시간적 손실뿐만 아니라 금전적 손실까지 초래했다.

 

사회간접자본 확충 게을리하면 성장 잠재력 잠식

 개혁으로 이런 관행을 바꾸면 기업가들은 뇌물로 기업을 ‘활성화’하려는 발상을 버리고 기술 개발에 전념하게 될 것이다. 공직자들이 동료와 구내 식당에서 도시락을 나누어 먹고 민원인에게 충정으로 봉사하는 최근의 광경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이번이 지속적이고 확실한 개혁을 위한 적기이다. 일부 기득권층의 저항에 못이겨 여기서 주저앉아 버리면 다른 정권과 다를 바 없다. 용두사미격이 안되는 것만이 그들과 달라지는 길이다. 시간이 좀 오래 걸리더라도 확실하고 근본적인 개혁을 해야 한다.

 오히려 정부는 개혁의 바탕을 제대로 다지고 나서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장기적인 행보를 구상해야 한다. 우선 한국의 기술 수준에 비해 높다고 판단되는 주요 생산 요소의 값인 임금과 금리를 안정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노사 간의 원만한 대화, 금융 개혁과 자율화가 필요하다. 높은 생산 요소의 값을 극복하는 최선의 길이 기술 혁신이라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으므로 정부와 기업은 기술 개발에 투자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서로 협력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구상 가운데 흔히 지나치게 되는 것이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것이다. 부족한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는 일을 게을리하면 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을 잠식당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 주도 관행 경계해야

 5공 초기 강력한 안정화 대책을 펴면서 사회간접자본 확충을 등한시한 결과 6공 후반기에 한국 경제가 ‘동맥경화증’을 앓아 왔다. 과거와는 달리 도로나 항만, 철도 등을 확충하는 일은 국민들에게 눈에 띄는 치적으로 비치지 않을 공산이 크다. 그래서 그런지 새 정부의 구상 가운데 이 부분이 소홀한 느낌이 없지 않다.

 ‘선 개혁, 후 경제 활성화’를 추진하되 또 하나 명심할 것이 있다. 자본주의 경제는 정부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나 국민이 중심이 되는 것이다. 정부는 관주도형 경제를 지양하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성장 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틀과 방향만 잡아주고 나머지는 민간에게 맡겨야 한다.

 물론 신경제 구상은 이런 방향에 부합하는 것이지만, ‘위로부터의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 주도 관행이 굳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다.

 새 정부는 정통성이 확고한 데다가 개혁에 대해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으므로 조금도 초조해 할 필요가 없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키워나가기만 하면 된다. 한국 경제가 건강하고 경쟁력 있게 거듭 태어나려면 개혁만큼은 확실하게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정부는 개혁이라는 ‘기초공사’를 하겠다고만 생각하면 된다. 지나치게 조급해 하거나 욕심을 부리는 것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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