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망자일 뿐 개선장군 아니다”
  • 로스앤젤레스·이석렬(재미 언론인) ()
  • 승인 2006.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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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봉씨 LA기자회견 / “현정권은 자주ㆍ평화ㆍ통일 개혁도 해야”


 

 윤봉씨의 귀국에는 사법처리 문제가 남아 있다.  광주 항재 관련 부문은 불기소처분되었으나 미국에서의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는 살아 있다.  귀국 준비중인 그를 만나 그가 미국에서 어떤 세월을 보냈으며 귀국 후 어떤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수배가 해제됐다는 사실을 접한 심경은?

 담담한 편이다.  어느 정도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광주 문제를 해결하는 데 피안묻은 문민 정부가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집단 배상, 기념사업 추진, 명예회복등 다섯가지 중에서 진상 규명과 처벌 그리고 배상 문제를 빼고 두가지만을 수용한 것은 노태우 정권보다 진일보한 결단을 내린 것임에 틀림없지만 역시 실망도 크다.

 

들리는 말로는 정부에 질의서를 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어제 총리실에 나의 안전 귀국 문제에 대해 질의서를 냈다.  질의서 내용의 첫째는 정부가 나의 귀국을 허용한 것은 5ㆍ18의 정당성을 인정해 조건 없이 안전한 귀국을 보장한다는 뜻인지, 아니면 나를 풀어 놓는 것으로 생색을 내거나 나를 귀국토록 유인하고 당장 구속 수감하여 해외 운동에 타격을 주려는 것인지를 분명히해 달라는 것이다.  둘째로 만약 나의 귀국 허용이 조건 없는 것이라면 내가 밟아야 할 수속 절차가 무엇인지를 알려 달라고 했다.

 

언제 귀국할 생각인가?

 귀국 날짜는 여러 분들과 의논중이다.  우선 영사관에 여권 발급여부부터 확인해 봐야 한다.  친구들은 이번 광주 추모행사에 나가 성묘도 해야하지 않겠느냐고 성화를 부리고 있다.  영사관에서 여권을 발급해 준다면 5월22일 전에 일시 귀국해서 광주 5ㆍ18행사에 참가하겠다. 22일 전에 일시 귀국할 수 없다면 이곳에서 뒷일을 마무리 짓고 한달 후에 귀국하겠다.  망월동에 누워계시는 분들에게는 나는 일개 도망자일 뿐인데 개선장군처럼 돌아가 묘 앞에 선다는 것은 도무지 송구스럽기 짝이 없다.

 

안전 귀국에 대한 정부 보장이 없어도 귀국할 작정인가?

 그런 보장이 없으면 귀국하지 않을 생각이다.  귀국해서 자유롭게 활동하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해외에서 계속 뛰겠다.

 

귀국이 확정되면 미국 영주권은 포기할 생각인가?

 가서 한반년 내지 1년 동안 현장감을 익히고 난 뒤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겠다.


해외운동의 성과로 만들어진 조직의 규모는 얼마나 큰가?

  미안하지만 말하기 어렵다.  하도 심한 탄압만을 받다 보니 실세를 밝힐 입장이 아니다.  그러나 미국 말고도 유럽ㆍ캐나다ㆍ호주에 청년 조직이 있고 이를 규합한 해외 한국청년운동연합이 있다.

 

현정권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정치적으로 정당성을 인정받는 정부로 손에 피가 묻지 않은 것이 다르다. 집권 이후 아쉬운 점도 많지만 개혁을 하고 있고, 그런 면에서도 전두환 노태우 군출신들보다는 좀더 낫다고 평가한다.

 

김영삼 대통령이 잘 하고 있다는 말인가?

 마음에 썩 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인정을 한다.

 

무엇이 마음에 가장 안드는가?

 우선 개혁의 범주가 제한돼 있다.  자주ㆍ평화ㆍ통일에 대한 개혁이 빠져있다.  겨우 민주화를 위한 대내적인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개혁이 우리가 지니고 있는 모든 문제들을 한꺼번에 다 해결하리라고는 기대할 수 없지만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는 개혁과, 의지만 갖고 있는 개혁과는 전망이 다를 수밖에 없다.

 

미국에 있는 동안 가족들을 만난 일이 있는가?

 88년에 노모가 다녀갔다.  작년에는 동생도 다녀가고.

 

신변에 위협을 받았거나 매수의 손길이 뻗힌 일은 없었는가?

 그런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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