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급동결 확산 노사갈등 새 불씨로
  • 조용준 기자 ()
  • 승인 1989.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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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선수범이라지만 강요 분위기 조성될 수도

지난 13일 전경련 20층 경제인 클럽에는 3백명의 기업인들이 모여 oo부총리의 연설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날 oo부총리는 “금리인하나 원화의 인위적인 평가절하 같은 경기부양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못박아 가뜩이나 6?19 및 11?14경기부양조치에 미흡함을 느꼈던 업계 대표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오찬 연설 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정부의 경제정책에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다. 경제위기, 경제파탄이라는 소리가 높은 만큼 정부의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 환율과 금리를 다시 한번 재고해 달라”는 주문이 이어졌다. 간담회 형식이었기 때문에 별다른 뚜렷한 결론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해도. 현재 한국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에 ‘政과 經’이 다시 한번 합의하게 된 셈이다. 같은날 청돠대에서 열린 생산성 oo 대책회의에서 ooo상공장관은 “내년에도 금년같은 노사분규가 계속될 경우 우리 경제는 마지막이라는 각오 아래 o?o?o이 일치 단결해 산업평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노사교섭은 보장하지만 불법 노동운동에는 강력히 대응하고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과도한 임금인상은 방지하겠다. 생산성 향상의 범위 안에서 임금을 올리도록 하는 생산성 임금제를 정착, 정부 및 정부투자기관, 대기업 등이 솔선수범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기업들 사이에 확산 움직임

이에 앞서 정부는 11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다분히 선언적 의미로서 3급 이상 고위 공무원의 봉급 동결이라는 강력한 대응 방침을 정했다. 이에 해당하는 공무원의 수는 약3천명 정도 이어 민간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현대그룹이 1만여명의 과장급 이상 임직원들의 내년도 봉급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선경그룹의 유공은 지난 11월의 상여금을 회사에 반납한 데 이어 연말상여금도 반납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경련, 무역협회 등 경제단체들도 임원들의 임금을 올해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고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는 삼성?금성 등 대기업들도 다른 재벌기업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계열의 경인지역 9개서 노조간부들은 비상회의를 열고 간부직원에 대한 임금동결조치를 노동자의 생존권과 자주적 노조활동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규정하고 이의 철회를 요구했다. 하지만 현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어차피 노동자들은 내년도에 높은 폭의 임금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간부진의 임금동결 자체가 내년도 생산라인의 임금협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라고 전제하고 “정치가 나라를 제대로 이끌어나가지 못하고 있는 지금 우리라도 앞장서야 되지 않겠느냐”고 화살을 정치인들에게 돌렸다.

정부와 각종 연구기관이 내다보는 내년도 경제전망은 매우 어둡다. 경제기획원은 경기가 계속 하강 국면을 보일 경우, 성장률은 5%이하로 떨어지고, 경상수지도 균형 또는 적자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올초에 ‘보수적’으로 잡았던 앞으로 3년간의 경제성장률 7%를 훨씬 밑도는 수준으로 지난 3년간 보였던 호경기 이후 가장 어두운 전망치이다.

 

‘과격한 노동운동 강력진압’분규 악순화 소지

그러나 고위 공무원의 봉급동결은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국민에게 이해시키려는 노력으 일환으로 수범을 보인 것이라는 점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과거의 경험에 미루어보아 자칫 강요되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도 있다. 또한 정부가 표명한 과격 노동운동의 강력진압 의지는 이에 길항관계를 보이는 노사분규의 악순환을 불러일으킬 위험마저 안고 있다. 내년 1월말 전노협(전국노동조합협의회)결성 문제와 함께 전체 산업체가 임금협상을 포함한 노사 문제에 타결점을 찾지 못할 경우, 이미 상실돼가는 국제경쟁력의 회복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한편 노총은 집값이 지난 10년 사이에 15배나 뛴 반면, 근로자 임금은 3배도 오르지 못했던 점 등을 지적하면서 기본적인 경제정책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임금동결의 명분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근 임시 국무회의를 여는 등 예상 밖으로 심각한 현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각계의 욕구 자제와 특히 노사안정이 최우선 과제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정부로서는 아직까지 국민들이 이러한 위기의 실상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제위기관리위원회의 구성 등 정부의 종합적인 대책이 과연 얼마만큼 국민을 포함한 경제 주체들의 호응을 받아낼지가 최대의 숙제이자 관심사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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