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작가와의 대화
  • 청주 이문제 기자 ()
  • 승인 1989.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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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닦아낸 참교육 눈물

시집 <지금 비록 너희 곁을 떠나지만>의 都鍾煥씨

이땅에서 ‘한걸음 앞서나가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都鍾煥시인(34)은 그의 세 번째 시집을 통해 아름답고 슬픈 목소리로 들려주고 있다. <지금 비록 너의 곁을 떠나지만> 이란 제목에 ‘교육시집’이란 부재를 달고 있는 이 시집은 지난 여름 그가 청주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때에 썼던 시들을 앞에 내세우고 있다. 그를 <접시꽃 당신>의 시인으로만 알고 있는 독자들에게 ‘교육노동자 시인 도종환’은 낯설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데뷔시절부터 현실고 역사문제에 일관된 관심을 지녀왔다.

“이 시집은 나 개인의 것이 아닙니다. 지난 여름 명동성당에서 고생하시던 여러 선생님 그리고 교문 안팎에서 울어야 했던 학생들의 것입니다.”

전교조 충북지부 사무실로 그를 찾아갔을 때 그는 청주시내의 다섯 학교를 방문하고 오는 길이었다. 학교 교사들과 전교조 사이에 존재하고 있는 ‘막연한 거리감?거부감을 좁히기 위한’노력이라고 한다. 그는 교단에서 밀려난 요즈음이 더 바쁘다고 했다. 학교 방문, 조합원 학교 순회, 각종 강연참석 등으로 개인적인 시간을 거의 가질 수 없다고 했다.  ‘방학이 없는 선생님’이 된 것이다.

<지금 비록 너희곁을 떠나지만> <스승의 기도> <꼴찌반 아이들> <우리 거듭나야 합니다> 등 4부로 엮어진 이 시집은 참교육 실현을 위해 겪었으며, 또 겪고 있는 아픔과 절망 그리고 희망이 순교자적 분위기로 느러난다. ‘남의 자식 바르게 가르치자는 일로/소흘했던 내 자식들도 생각합니다./우리들의 가는 길에 경찰이 막아선 시대/한걸음만 앞서가면 오랏줄에 묶여가는 이 시대’를 통과하는 시인의 길은 현실적으로 해직과 투옥으로 연결된다. ‘간통죄를 지은 사람 도둑질한 사람과 한방에 앉아/국가 공무원법 위반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나는 무슨 죄를 지었던가’라고 자문한다. 그의 생각은 “악법은 지켜야 할 것이 아니라 고쳐야 하는 것”이다. 법정에서 그는 “교육법이 악법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라”고 말했다.

감옥에서 쓴 18편의 시 속에는 졸지에 ‘고아가 돼버린 두 아이들’에 대한 안스러움, 감옥에서 만난 소년범 제자, 이 싸움에 대한 단단한 신앙, 자신의 삶의 전부일 수밖에 없는 교육에 관한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수기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시들은 읽는 이의 눈물샘을 건드려서, 내처 보지 못하게 한다.

신앙과 같은 ‘교육노동자’로서의 결연한 믿음은 ‘남을 가르치는 이일이 내 삶의 전부’라는 자기 확인에서 비롯한다. 이 시집의 뒷부분은 ‘분재를 만들어내는’교육 현장의 모순과 시골학교에서의 경험들을 노래한다.

시인 윤재철씨의 지적처럼 ‘현실과 지향에 대한 과학적 인식과 사상적 전개가 자칫 관념적이고 종교적으로 처리되고 있다’는 비판도 가능하지만, 그의 시집<지금 비록…>은 다른 어떤 주장이나 이론?운동보다 효과적으로 우리 교육현실을 전달하고 있다. 시집 발간 두달만에 2만부가 나갔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우리 시인들 가운데 48.5%가 교사?교수라고 합니다. 80년 중반까지만 해도 자신이 교사라는 사실을 숨기는 편이었죠. 자연히 교육시는 없었어요. 80년대 초반 청주?대구지역 교사시인들이 모여 ‘분단시대’라는 동인을 결성, 참여하면서 저는 이미 교육현실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교사시인들의 활동은 교육운동의 발전과 그 시기를 같이 한다. ‘삶의 문학’, ‘오월시’ 동인을 비롯 ‘민중교육지 사건’등은 후에 전교협 창립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현재 전교조 충북지부 부지부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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