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熹甲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 박준웅 편집위원 ()
  • 승인 1989.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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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자의 양보 필요하다”

89년은 우리 경제의 성격과 ‘검진’에 대한 논쟁이 지루하게 되풀이되었던 한해였다. 장기간의 권위주의 체제하에서 숨가쁘게 진행됐던 산업화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폭넓은 의견의 스펙트럼을 일구어 놓았는지 더욱 분명히 타진된 한해이기도 했다.

‘경제민주주의’추제에 정부내에서도 서로 다른 견해가 보다 가시적으로 드러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경제팀이 경제상황을 ‘안정에서 위기로’진단하는데 합의하고 종합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대오를 맞추는 데도 긴 시간이 걸렸다.

이러한 상황의 한복판에서 ‘관운장’역할을 한 사람을 文熹甲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이라 보는 듯하다. 뚝심과 강한 축진력으로 평판이 나 있는 그는 37년생으로 경북 달성이 고향. ‘핏대’라는 별명을 스스럼없이 인정하면서 소신인 경제개혁의 과제를 밀어붙이기 위해서는 “상당한 신념과 자기희생을 각오하지 않으면 어렵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우리 경제의 현상황이 위기냐의 여부에 대해 각계에서 여러 가지 다른 시각이 있습니다. 정부내에서도 이에대해 다소 다른 시각이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만 文수석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왔지 않느냐 보고 있습니다. 30년 가까운 경제 개발계획을 추진해오는 과정에 있어서 권위주의적인 정부하에서 성장제일주의로 경제를 이끌어오다 보니가 성장목표는 달성이 되었지만 계속 쌓여온 구조적인 문제가 아주 심각한 상황까지 와 있다는데 그 근본적인 원인이 있습니다. 권위주의적인 통치체제하에서 경제주체들은 구조적인 문제에서 오는 불만을 참아왔는데, 민주화라는 정치변혁을 맞으면서 일시에 왜곡된 구조를 고쳐주기를 요청해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구가 수용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데 근본적으로 경제가 위기상황에 있다. 어렇게 진단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경제의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개혁에는 상당한 고통과 어려움이 수반됩니다. 이러한 수술을 할 수 있을 만큼 건강상태가 유지돼야 하는데, 우리 경제의 현상황이 이러한 개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수출이나 생산이 뒷받침해 주지 못하는 데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구조적인 개혁의 문제와 단기적인 경기가 그 뒷받침을 못해주고 있다는 것. 이 두가지가 겹친 데서 근본적으로 위기상황이 발생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 이러한 위기의식의 바탕 위에서 고위공무원의 내년도 봉급동결 등 조치가 나왔습니다마는 설명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도 당사자들에게는 큰 고통을 주는 고육지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고통을 상쇄할 만한 중요한 효과를 기대하시는지요.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이 방법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드릴 수 있겠습니다. 지금의 경제위기적인 상황을 극복하는 데에는 소득계층간?지역간?산업간 격차문제, 부조리 문제, 부도덕한 사회현상들을 해결하려는 경제주체들의 피나는 노력과 희생이 있어야 합니다. 자기개혁의 어떤 노력과정을 거쳐야만 우리가 그런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경제주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정부가 가장 먼저 솔선수범을하고 앞장을 서줄 때 기업이나 가계가 따라온다는 것입니다. 고급공무원의 이러한 자제에 정부투자기관이나 정부출연기관의 임직원들도 따라주고, 나아가서 정부의 희망입니다. 50대 대기업 내지 그에 가까운 기업들의 임원들이 좀 자제해주면 그보다 보수 수준이 낮은 하위직 공무원이나 또는 일반 근로자들도 이 어려움이 극복될 때까지 는 자제해주는 어떤 계기를 마련할 수 있지 않겠느냐, 여기서 출발해야 됩니다.

● 새해 우리 경제를 전망하는 데 내년 봄의 노사갈등이 어떠한 양상을 띨 것이냐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리라 봅니다. 내년봄의 상황을 어떻게 내다보십니까?

좀 싱거운 답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우리가 하기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정치권이 이런 상황으로 가다가는 민주화도 안되고 경제가 근본적으로 침몰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정치?사회의 안정이 먼저 이룩되도록 정치쪽에서 최선을 다해 주어야 합니다.

둘째로는 정부가 경제정책운영에 있어서 구조적이나 장기적인 개혁과제를 끈질기게 추진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지금 일부 기득권층에서는 경제가 이렇게 어렵고 수출이 안되는데 무슨놈의 개혁이냐는 불만이 나오는데 근본적으로 우리 경제를 이처럼 어렵게 만든 것이 자본주의 경제원CLR을 지키지 않는 부조리, 부도덕, 부정의에서 출발이 된 것이라 했을 때, 최선을 다해서 이를 치유해주어야 된다는 겁니다. 즉 기득권층 내지는 고소득층, 더 강하게 표현을 한다면 가진자들이 다소 부담을 하고 양보를 하고 스스로 나서서 이 체제가 온존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협조돼야 가능합니다.

세 번째는 노사안정, 산업평화 유지, 임금안정 노력인데 산업평화나 임금의 절제 내지 안정이라는 것은 앞에서 얘기한 두가지 문제에서 상당한 개선이 보일때 근로자들 또한 자제하고 참을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국민들은 앞서 두가지는 빼버리고 세 번째 것, 즉 우리가 서로양보하고 근로자들이 참고, 허리띠를 졸라 매고 그렇게 해서 산업평화와 임금안정만 되면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것은 전체를 잘못 보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지요. 네 번째로는 정부가 oo하지 않고 순발력있게 적절한 경제의 부양책 내지는 올바른 경기진작책을 써줄 때 내년의 어려움은 극복이 되지 않겠느냐 하는 점입니다.

내년 상반기 내기 1/4분기를 우리가 잘 넘기기만 하면 하반기에는 정상적인 수준으로 상당히 복원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 최근 물가불안에 대한 우려가 높습니다. 예산은 크게 팽창하고, 경기부양과 증시대책을 위해서도 돈이 많이 풀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업계에서는 이러한 부양책으로는 부족하다는 소리도 여전히 있습니다. 따라서 내년에는 물가는 오르고 경기는 여전히 잠자는 스태그 플레이션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습니다만.

(文수석은 내년도에 부동산?농산물?공산품가격이 비교적 안정될 것이라고 상세한 이유를 들어가며 설명했다.)

총수요 관리측면에서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것인데 그러한 점이 없잖아 있긴 합니다. 그렇지만 예산이나 통화증가에 관한 논의는 두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가령 예산은 19.7%늘었습니다만 국민들이 내준 세금의 범위내에서 늘어났다면 그것은 물가에 대해서 중립입니다. 다시말해 내년도 예산은 3년 연속 고도성장에 따르는 세수 증가이기 때문에 물가에 대해서 중립적이라는 겁니다.

그 다음에 통화증발 측면에서 봤을 때에도 부동산투기라든지 또는 서비스 쪽이라든가 호화사치업 쪽으로 돈이 들어가면 심각한 문제인데, 그것을 얼마나 막을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개혁작업을 통해서 그런 쪽으로 돈이 흐르는 것을 이미 상당히 많이 막아내고 있고 앞으로 계속해서 막아야 되겠습니다. 사우나탕이나 호화요식업 등 서비스업 쪽으로 목돈이 들어가는 것을 막고 생산적인 제조업 쪽으로 흘러들게 하면 총수요가 늘어나면서 총 공급도 늘려주어 물가상승을 상쇄시킬 수 있는 작용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총수요 관리측면에서 우리가 잘만 하면 내년도 물가는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지 않겠는가, 이렇게 봅니다.

● 토지공개념 관계법률들의 경우 이 정도로는 부동산투기를 반본색원하기에 미흡하다는 견해가 만만치 않습닏. 내년동 토지는 공개념 관계법을 더욱 강화할 계획은 없으신지요.

현재 마련된 법이나 시책만 가지고 우리가 서구 민주주의 자본주의 국가들처럼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투기가 없는 그런 상태로 만들어 가기에는 미흡한 면이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우선 이것을 일단 시행해보고, 그 초기에나 2기에 뭔가 허점이 있다든지 할 것 같으면 신중하게 검토해 다시 무슨 법을 만든다든가 하기보다는 그것을 보완할 수 있는 철저한 대책을 그때에 세워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몇단계를 거치든지간에 결국은 투기와 불로소득을 근원적으로 단절시켜 어떠한 경제주체든지간에 땅을 가지고 소득을 늘린다든지, 자산을 증식한다는 것은 발상부터 하지 못하게 만드는 그런 목적을 달성해 가야 되지 않겠는가 봅니다.

● 금융실명제의 실시에 대해서는 어떠한 계획을 갖고 계신지요?

금융실명거래제를 위해서는 이미 보도된 대로 91년1월1일부터 시행하기 위해서 재무부에 그 실무작업단이 구성되어 지금 상당한 연구와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년6월말까지는 대략 그 실시 바탕을 만들고 6개월 동안 여러 가지 준비단계를 거쳐서 91년1월1일부터 시행을 하는데, 실제로 상당히 어려운 과제입니다. 금융거래실명제라는 제도가 어렵다고 하는 것은 이것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 또는 자유기업주의의 본질에 위축을 가할 수 있는 제도의 개혁이기 때문입니다. 한편에서는 실행은 못한 체 또 질질 끌고나갈 것이지 않느냐 하는 우려가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이것이 너무 과격한 것이 되어 수술하다가 사람을 죽이는 것과 같은 그러한 우믈 범하지 않겠느냐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잘 수용해서 조화롭게 해나가되 추진은 강력하게 펴나간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입니다.

● 우리나라 경제를 장기적으로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일부에서는 이를 단순화해서 일본과 같은 선진국으로 가느냐 아니면 아르헨티나처럼 후퇴하느냐는 갈림길에 서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만.

90년대는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의 틀을 더욱 고도화시키고 정의로운 경제체제를 만들어내는 것이 주어진 과제입니다. 90년대를 잘만 보내면 90년대말, 2000년대초에는 1인당 국민총생산이 지금 가격으로 2만달러 수준으로 가리라고 봅니다. 여기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게 깃ㄹ의 낙후입니다. 어떻게 하면 기초과학을 발전시키고 첨단과학을 정착시키느냐 하는 과제입니다. 우리는 선진국이 될 수 있는 좋은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도 안가지고 있는 훌륭한 인력이라는 보배로운 자산을 가지고 있어요, 좋은 교육을 받은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과학기술 쪽에 우선순위를 두고 토자를 집중적으로 하면 일본을 따라잡거나 따라가는 상태까지 가지 않느냐, 그렇게 봅니다. 따라서 90년대를 굉장히 희망적으로 봅니다.

경제개발계획을 시작한 이후 석유파동, 유신, 10?26등 많은 사건을 겪어왔지만 지금은 그에 못지않게 그 어느때보다도 구조적으로 훨씬 어려운 시기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국민들은 이러한 위기가 주어진 실상에 대해서 올바른 이해가 안되어서 그렇지 알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 경제팀내에 불협화음이 있다는 보도가 계속되고 경제대책이 ‘실기’했다는 지적도 번번이 나옵니다만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6?25이후 민주화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통치스타일, 청와대의 위치, 그리고 내각의 위상이 과거에 비해 상당한 정도까지 달라졌습니다. 사람은 비슷한 사람인데, 제도라든지 운영이 이렇게 달라지니까 여기에 쉽게 적응하는 것은 좀 어렵지 않느냐, 그리 되니까 과거 같으면 말 한마디에 일사불란하게 되던 것들이 이제는 상당한 절차와 협의, 논의 그리고 이해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안되게 돼 있습니다.

이건 민주화가 진척되면서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과도기적인 현상인데 그런 과정에서는 이견이 나오는 것이 도리어 민주화가 되어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나는 보고 있습니다. 만약에 청와대에서 이야기하는 것이라든지 결정된 것이 하등의 논란없이 진척되면 굉장히 효율적인 측면도 있지만 그걸 민주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 토지 공개념?신도시건설?주택가격안정이나 이를 위한 여러 가지 조치, 또는 분양가 현실화나 이런 몇가지만 보면 과거보다 더 효율적이고 일관성있고 강력하게 추진돼가는 면이 있습니다.

● 스스로 어떤 성격의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좀 추진력이 강한 사람입니다. 어떤 시책이나 정책방향을 결정할 때까지는 좀 오래 걸립니다. 현장에도 직접 나가보고 으뜸가는 전문가한테도 물어보고 나서 ‘이건 틀림없다’할 때에는 주저하지 않습니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고집을 지킵니다. 정책을 결정할 때에 상당히 신중한 동시에 고집이 세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단 과감하게 추진하다보니까 정말로 화기애애하게 추진을 못한는 그런 결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평소의 경제운용 철학과 현직에 계시면서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한마디로 경제개혁입니다. 과학기술의 진흥이다, 산업재편이다하는 것은 누구든지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개혁의 과제라 하는 것은 상당한 신념과 자기회생을 각오하지 않으면 굉장히 어렵다고 봅니다. 이것은 희생되는 계층의 힘이 너무나 강하고 또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는 그 힘이라고 하는 것은 정치를 움직이는 힘이기 때문에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대항해 개혁작업을 한다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제가 경제각료로 봉직하는 한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개혁과제를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아야 하겠다는 게 저의 꿈입니다. 경제개혁만 된다면 선진국으로 들어가는 데 큰 어려움이 없지 않느냐, 그런데 이런 개혁과제를 하려 하지 않으면서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 저는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목표로 하고 있는 선진 산업복지국가가 이 세계에 10개 밖에 없어요. 이 선진 복지산업 국가는 1백%실명거래제가 돼있고 부동산투기가 없고 경제가 정의롭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질서를 지키고 부의 편재와 집중으로부터 벗어나 있습니다. 이렇게 해야 선진 복지산업국가가 되는데 실명거래제도 안하려 하고, 투기는 투기대로 하고, 경제력을 집중시켜놓으면서 그런 선진 복지산업국가를 만들려고 한다는 것은 일종의 망상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이것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고 겪어서 극복해야 할 과정이기 때문에 이런 ‘개혁’을 한번 해보는 것이 경제관료로서의 보람이 아니냐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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