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몰타영향 안받아”
  • 존 샤키 (워싱턴 포스트 외신부 차장) ()
  • 승인 1989.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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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선 철군 예정숫자 하루가 다르게 늘어

 몰타 미·소 정상회담 이후 주로 ‘유럽’에 관한 어록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아시아에 대한 언급 또한 없었던 것은 아니다.

 부시 미 대통령은 필리핀의 쿠데타에 관한 보고를 유럽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받았다. 그 자리에서 그는 필리핀 주둔 미군기지의 전투기를 발진시켜 고라손 아키노 대통령을 돕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선상회담에서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미군기지들로 빙 둘러싸인 소련지도 1장을 부시 대통령에게 건네주었다. 이번 필리핀 사태에 동원된 미군 전투기들의 발진처인 클라크 공군기지와 수비크만 해군기지가 그 지도에 포함돼 있었음은 물론이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미군기지들 때문에 우리가 불안해 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국인들은 이해해야만 한다”고 겐다니 게라시모프 소련 외무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들 기지들을 철거하자는 제안에 대해 특별하게 수용할 의사가 없음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강력한 해군력의 유지가 미국의 안보에 필수적이라는 것이 워싱턴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소련이 아시아 주둔 미군사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며 또 마지막이 될 것 같지도 않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소련도 아시아 지역에 기지를 두고 있고 또 이해관계도 가지고 있다. 고르바초프는 그의 군사담당 보좌관들로부터 아시아주둔 미군사력을 삭감시키도록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음이 분명하다.

 아시아 주둔 미군사력 중 특히 소련이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부분은 전략공군과 해군력이다. 지상군, 특히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4만의 미군에 대해서는 거의 염려를 하지 않는 것 같다.

 이와같은 사정으로 인해, 초강대국간에 활짝 열린 데탕트 무드가 오히려 주한미군문제를 국제적인 의제의 우선순위에서 뒷전으로 처지게 하는 작용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유럽으로부터 철수예정인 미군의 수는 하루가 다르게 엄청나게 불어나고 있다. 워싱턴에 가해지는 재정적자 완화 압력을 줄이기 위해 주한미군을 감축하게 하는 데에는 앞으로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 분명하다.

 또 동유럽에서 전개되는 극적인 드라마로 인해 북한은 앞으로 국제사회에서뿐 아니라 같은 사회주의권 안에서도 더욱 고립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한국정부와 미국은 그들이 원하기만 한다면, 상당수의 미군을 앞으로도 계속 한국에 주둔시키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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