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서평]언론의 껍질 깨고 본질 파헤쳐
  • 원우현(고려대 교수 언론학) ()
  • 승인 1989.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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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언론》李孝成지음 이론과실천사 펴냄

이책은 저자가 평소 일간지로부터 학술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발표했던 글을 새로 체계 세운 내용으로 채워졌다. 모두 14편의 독립된 글을 14장으로 하여 4부로 꾸미고 있다. 언론과 지배, 언론과 정치의 현실, 언론의 민주화, 언론의 비판이론으로 그 4부를 구획짓고 있다.

 서문에서 밝힌 대로, 제1부에는 언론이 금력과 권력을 가진 지배세력의 지배도구로서 기존질서 유지에 기여하는 측면을 논점으로 삼은 글들을 묶어놓았다. 제2부에는 현실을 놓고 언론과 정치와의 관계를 다룬 내용을 주로 해서 언론의 정치적 실상을 파헤치려는 뜻을 담은 항목을 모았다. 제3부에는 민주적인 정의사회 실현에 이바지하는 사회변화 수단으로서의 언론의 위상을 올바로 정립하여, 그에 필요한 요건을 대안으로 제시하여 새롭게 밝히려는 시도를 부여주는 글들이다. 제4부에는 언론의 정치성을 밝히는 학문적 줄거리를 배경삼아서 이론적 섭렵을 주로 한 내용이 실렸다. 언론의 정치성을 중시하는 비판적 언론연구의 접근법과 대중문화의 정치성에 대한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비판론 그리고 민주적 권력과 합리적 사회를 지향하는 하버마스의 커뮤니케이션이론이 일부 논의되고 있다.

 이 책은 모음집이 갖기 쉬운 산만함이나 불연속적인 평면성을 탈피했다. 오히려 “책은 우리내부의 얼어붙은 바다를 개는 도끼로 쓰여야 한다”는 프란츠 카프카의 말대로 언론의 표피를 깼다. 정치와의 불륜의 관계가 언론 속에 본질적으로 상존하고 있음을 일관성있게 주장하고 있다.

 철저한 문제의식을 갖고 언론의 본질을 파고 들어보겠다는 학문적 소명은 그동안의 언론학분야에서 별무한 편이었고, 대부분 외형적이고 서술적인 내용의 나열로 그치는 경향이 없지 않은 실정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언론의 정치성을 드러내기 위해서, 저자가 단언하고 있는 대로 지엽적이고 표피적인 현상을 꿰뚫어 그 이면에 가려진 본질을 구조적으로 파헤치는 작업을 펼쳐보였다. 언론의 소유관계, 정치권력의 속성, 언론의 제도적 속성, 언론인의 속성, 언론의 생산과 소비관련 요인, 언론의 이데올로기와 언론생산물과의 관계를 심도있게 발굴해보려는 노고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책은 한국 언론학의 빈 곳을 메워주고 언론이 지배의 도구소서 현상유지적 기능을 해온 지난 발자취를 반성적으로 성찰하며 민주언론의 큰 길을 닦아나가는 길잡이로서의 몫을 해내고 있다.

 그러나 “언론은 정치적이다”는 명제를 언론의 본질로 전제하여 출발한 도식적인 이론전개에 대한 견해의 차이가 있을 수 있겠다. 이 신념을 독자들이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서 이 책의 전체 논지는 명쾌한 감동으로 수용될 수도 있지만 반면에 그만큼 비학문적이고 지나친 독선으로 배척될 여지도 남겨놓고 있다.

 저자는 권력투쟁이나 지배?피지배라는 정치의 본질적 측면에서 언론이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실질적 역할을 수해앟고 있다고 주장한다. 언론의 정치성은 언론의 발생사에서, 언론의 역사에서 그리고 오늘의 언론의 존재양식에 의해서 증명되오 있다고 단언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이 항시적으로 규격화되고 정형화되고 만다면 여론 형성을 통해서 민주적 기본질서가 형성되어간다는 소중한 명제가 어떻게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따라서 ‘정치언론’도 정치체제와 언론의 사회적 배경에 따라 상대적으로 그 몫을 달리한다는 점을 주의깊게 연구하는 안목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언론이 갖는 생활문화, 과학, 사회, 경제 등 다양한 기능과 시청자의 개별적 특성을 오로지 정치영역으로만 연계지우려는 시도가 언제나 보편화될 수만은 없다는 한계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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