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목자 量産시대, 무인가신학교 난립
  • 고명희 기자 ()
  • 승인 2006.05.22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교부 학력인정 42개교에 불과··· 교계에서도 ‘법제보완 시급 ’ 지적

1층에는 슈퍼마킷, 2층에는 당구장, 3층에는 독서실, 그리고 옥상에는 교회. 한국을 방문한 한 외국인이 서울의 야경을 수놓은 네온십자가를 ‘데커레이션 ’으로 착각했다고 할 정도로 교회가 부쩍 늘고 있다. 이러한 교회의 증가는 자격없는 목사를 배출하는 무인가신학교의 난립과 맞물려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신학교를 나서는 이들 중에는 소명감 없이 교회를 운영하면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적지 않아 무인가신학교의 정비가 시급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신학교 현황파악 불가능하다 ”

신학교의 현황을 파악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문교부 대학학무과 金益魯씨는 “문교부가 대학으로 인정한 신학대학 이외의 신학교 현황파악은 불가능하다 ”고 말한다. 따라서 신학교의 현황은 종교잡지에서 자체조사한 것이 유일한 자료라는 게 문교부나 종교계의 응답이다. 지난해 ‘한국의 신학교 실태와 현황 ’을 조사한 월간 종교잡지《현대종교》89년 5월호에 따르면 89년 4월 현재 신학교는 모두 2백49개인 것으로 나타났다(표 참조). 교계신문과 잡지에 게재된 신학교의 학생모집 광고를 수집?정리한 숫자여서 정확하다고는 볼 수 없는 ‘추측숫자 ’이지만 같은 방법으로 조사한 88년에 비해 39개가 늘어난 숫자여서, 1년사이에 신학교가 급증했다는 사실만큼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신학교가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70년대부터 기독교의 교세확장으로 교역자의 수요가 급증하면서부터. 개중에는 우체국에 사서함만 설치해 놓고 학생모집 광고를 내어 갖가지  명목으로 돈만 받고 졸업장을 발부한 ‘사기꾼 ’도 있었다. 이러한 무인가신학교의 난립이 문제시되자 문교부에서는 지난 80년 8월 ‘무인가신학교 정비계획 ’을 발표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대안으로 제시한 ‘1교단 1신학교 원칙 ’제도 자체가 문제점을 노출하면서 ‘무인가신학교 정비계획 ’은 큰 성과를 얻지 못한 채 흐지부지 방치되고 말았다. 그러다가 85년을 전후하여 지하로 숨어들던 신학교들이 다시 간판을 내걸고, 신문광고 등을 통해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 것이다.

신학교 중 문교당국으로부터 대학으로 인정받은 것은 일반대학의 신학교 7개, 신학대학 11개 등 모두 18개에 불과하다. 여기에 대학학력이 인정되어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는 ‘학력인정 ’학교까지 합한 42개 대학을 정규코스로 볼 때 대학으로서의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신학교는 2백49개 중 17%뿐인 것이다. 물론 학력이 ‘최우선 ’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입학하기도 쉬운 무인가신학교의 경우 교육기간이 단축되어 상대적으로 목사의 질을 떨어뜨릴 위험이 크므로 무인가신학교 난립이 문제시되는 것이다.

신학교란, 넓은 의미에서는 모든 신도가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진 聖務를 수행하게끔 신학교육을 실시하는 교육일반을 의미하지만, 좁은 의미에서는 교회의 지도자인 목사?전도사 등 교회의 봉사자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이다. 우리나라에서 목사가 되는 과정은 4가지로 설명될 수 있다.

△4년제 일반대학이나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3년 과정의 대학원(신학교이나 신대원)을 졸업한 뒤 목사자격시험인 ‘고시 ’를 치른다. 1∼2년간 각 교회에서 전도사로 봉사한 다음 자신이 속한 교단의 노회나 지방회에서 ‘목사안수 ’를 받아 목사가 된다. 가장 정통적인 과정이다.

△고등학교 졸업자로서 각 교단이 운영하는 4년제 신학대학(문교부인가?무인가가 섞여 있다)을 졸업하고 목회연구과에서 1년간 공부한다. 목사고시를 치르고 전도사로 봉사한 다음 목사안수를 받는다.

△고등학교 졸업자로서 중소교단(소속교회가 1천개 미만)이 직접 운영하는 4년제 신학교를 졸업하고 3년 과정의 상급과정을 거친다. 혹은 4년제 신학교를 졸업하고 목사안수를 받는 경우도 있다. 무인가인 경우가 많다.

△돈독한 신앙심을 가진 전도사로서 지방교회에서 10여년간 봉사한 공로를 인정받아 신학교에서 단기 교육과정(4학기)를 거쳐 목사안수를 받는다. 올 3월호로 통권 100호를 펴낸 월간 교회평론지《풀빛목회》발행인 姜春五목사는 “목사의 자질은 영적 자질을 의미하는 것인 만큼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곤란하다 ”고 전제하면서도 “정통성을 지니지 못한 목사의 숫자가 많아진 것은 분명한 사실 ”이라고 말한다. 한편 성루 개봉동에 사는 개신교신자 申石南씨는 “서울 변두리의 한 빌딩에도 여러 개척교회가 층을 다투어 들어서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는 반응을 보이면서 “목사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것은 ‘길 잃은 어린양 ’을 인도하려는 소명의식보다는 개인적 편안함을 앞세우기 때문이 아니냐 ”고 반문하기도 한다. 사실 4만여개로 추산되는 교회 중 5분의 2가 서울 등 대도시에, 5분의3은 지방에 산재해 있지만, 목사의 임지는 이와 비례하지 않는다고 교계는 진단하고 있다. 장로교신학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金成晩씨는 “2년간 농촌에서 목회를 하면서 보니 읍단위 교회에는 대부분 목사가 있었으나 면단위에는 없었다 ”고 전하면서 장로교 신학대학에서 목사안수를 받는 조건으로 농어촌 개척을 위해 실시해왔던 2년 동안의 ‘시골 목회제도 ’를 3년전에 없앤 것도 이런 제도가 목사 지망생들에게 별 호응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감리교 신학대학 李園圭교수가 월간 종교잡지《목회와 신앙》89년 2월호에서 “대부분의 교회가 중산층화면서 도시빈민지역?공단지역은 선교의 사각지대가 되었다 ”며 이를 한국교회의 문제점으로 지적한 것도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서울 등 대도시에 편중된 목사와 신학교

지난해 신설된 40개교 중 39개가 서울에 몰려 있을 정도로 극심한 신학교의 서울편중은 목사의 자질을 논하기에 앞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소명감에서 신학교를 택했다기보다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경우, ‘그저 학력이나 쌓고 보자 ’는 생각으로 신학교를 택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편승해 상업적인 목적으로 신학생을 모집하는 일부 신학교를 문교부가 재수생을 흡수하는 방편으로 방치하는 것도 목사의 자질을 떨어뜨리는 데 한몫 한다고 어느 목사는 말하고 있다. 현재 신학교의 전국 분표현황은 서울에만 1백52개교로 전체의 61%를 차지하고 경기도가 21개교로서 8%, 나머지는 그것에도 못미치는 실정이다. 그나마 제주지역은 신학교란 이름조차 찾아볼 수 없다(표). 그러나 이러한 신학교를 졸업한다 해도 이들 목사 지망생의 앞길은 막연할 뿐이다. 목사의 ‘무더기 생산 ’이 계속될 경우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인교회의 어두운 실태를 국내에 재연시킬 위험마저 안고 있다. 김용준교수(美 로드아일랜드주립대학 철학과)는 “미국에 2천여개의 한인교회가 있는데 그 대부분이 30∼70명 정도의 교인수를 가진 소교회로서 목사들의 직업과 생계를 위해 세워졌다는 인상도 짙다 ”고 지적한다. 생계가 어려운 목사들은 ‘페인트 목사 ’ ‘잔디깎는 목사 ’의 별명을 가질 정도로 이런저런 직업을 갖고 생계를 꾸리며 목회하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것이다.

 

“과감한 통폐합 운영이 바람직 ”

한국교회는 샤머니즘적 내세관을 배경으로 급성장했다. 개신교도 1천만명, 교회 4만여개소, 목사 4만5천여명. 그 엄청난 양적 팽창 때문에 한국의 개신교는 그 자체의 정화능력을 잃었다고 진단하는 사람이 많다. 신학교 양산 역시 기독교를 종교적 본질에서 이탈시키는 원인의 하나라고 교계는 지적하고 있다. 교단을 만들 야심을 가진 사람들이 무인가신학교를 세우고, 이 신학교는 또 다른 교단의 모태가 되는 등 일부 신학교의 설립?운영은 ‘복   음 ’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개신교 원로들은 무분별하게 설립되고 있는 무인가신학교의 정비와 각 교회 및 교단 설립 신학교의 과감한 통폐합운영이 바람직하다고 진단하면서 ‘법률제도의 보완 ’도 지적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서울대 종교학과 정진홍교수는 “신학교 난립은 종교계가 성숙하지 못해서이기도 하지만 일반인의 의식속에 ‘목사는 특정한 직업 ’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박혀 있어 생긴 것 ”이라며 목사에 대한 인식의 재평가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나아가 “목사문제는 종교문제로 국한시키지 말고 한국의 전문직 교육제도와 연결시켜서 파악해야 한다 ”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