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 트랙백 퇴치 블로거 ‘대동맹’
  • 민경배 (경희사이버대학교 NGO학과 교수) ()
  • 승인 2006.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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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 블로그 공습하는 음란 광고 등 퇴치 나서 ‘집단 프로젝트’ 통해 필터링 DB 구축

 
그동안 제도적, 기술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스팸은 근절되기는커녕 오히려 활동 반경을 넓혀가며 날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메일과 게시판을 거쳐 휴대전화로 이어졌던 스팸의 횡포가 이제는 블로그라는 새로운 영토를 향해 발진했다. 스팸 트랙백의 공습이 시작된 것이다.

흔히 ‘먼 댓글’이라고도 불리는 트랙백은 블로그의 고유한 기능이다. 다른 사람의 블로그에 직접 댓글을 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블로그에 관련된 글이 등록되어 있다는 것을 다른 블로거에게 알려주는 기능을 말한다. 그러나 스팸 트랙백은 해당 글과 전혀 상관없는 광고성 글을 다른 사람의 블로그에 도배하다시피 게시해 놓음으로써 사이버 공간을 오염시키는 또 하나의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스팸 트랙백을 블로그에 끌고 들어오는 장본인은 각종 검색 로봇들이다. 검색 로봇이란 검색 엔진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해 여러 웹사이트를 무작위로 돌아다니며 자동으로 정보를 수집해오는 프로그램. 특정 블로그가 검색 로봇에 노출되면 그 정보를 통해 스팸 트랙백이 발송된다. 

‘올블로그’나 ‘블로그코리아’ 같은 메타 블로그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글을 보면 스팸 트랙백의 피해를 호소하는 내용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스팸 트랙백의 내용은 기존 스팸 메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스팸 메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성인용 음란 사이트 광고를 비롯해 도박 사이트나 비아그라와 같은 약품 광고가 대부분이다. 특히 외국에서 들어오는 스팸 트랙백의 경우에는 국내에 금지되어 있는 마약성 약품 광고까지 무차별적으로 들어오고 있어 더욱 심각하다.

스팸 메일이 남의 집 안에 광고 전단지를 밀어 넣는 행위라면 스팸 트랙백은 남의 집 담벼락에 낙서를 해놓고 가는 행위와 같다. 스팸 메일이야 그래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내 메일함에 쓰레기가 쌓이는 것이지만, 스팸 트랙백은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개된 블로그 공간에 쓰레기를 쌓아두는 꼴이다. 그대로 방치해둘 수도 없으니 운영자 처지에서는 큰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수시로 침입해 들어오는 스팸 트랙백을 매번 일일이 지우는 것도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다.

스패머들, 엉뚱한 유인용 트랙백으로 ‘역공’ 피해

가장 간단한 방법은 트랙백 기능을 아예 막아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블로그의 가장 핵심적인 네트워크 기능을 포기한 채 고독한 섬으로 남게 되는 셈이니 그리 권장할 일은 못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많이 쓰고 있는 방법이 필터링이다. 스팸일 가능성이 높은 특정 단어(이를테면 Sex, Casino, Viagra 등)가 들어간 트랙백은 등록되지 않도록 금칙어로 설정하거나, 스팸 트랙백을 보낸 IP 주소나 URL의 접근을 차단시키는 방식이다.

그러나 스패머들의 대응도 만만찮다. 전혀 엉뚱한 내용의 유인용 트랙백을 보내 금칙어를 피하거나, 발송자의 IP 주소와 URL를 수시로 바꾸기 때문에 이 역시 완전한 해결책은 못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애초에 검색 로봇이 블로그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버리는 것이다. 로봇 배제 표준으로 국제적으로 채택되어 있는 robot.txt 파일을 블로그가 설치된 서버의 루트 디렉토리에 올려놓으면 검색 로봇의 접근이 차단된다. 하지만 자신의 블로그가 구글 같은 검색 사이트에 노출되지 못하는 아쉬움을 감수해야 하며, 이러한 국제 표준을 준수하지 않고 있는 국내산 검색 로봇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한계가 있다.

이렇듯 개인적인 노력만으로는 만족스러운 해결책이 보이지 않자 최근에는 블로거들이 스팸 트랙백 퇴치를 위한 집단 프로젝트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각자의 블로그에 들어온 스팸 트랙백들의 문자열을 한 곳에 모아 거대한 필터링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사이트(http://innori.com/antispam)에는 현재 2백개가 넘는 스팸 트랙백 데이터가 등록되어 있다. 앞으로도 블로그 운영자들이 이곳에 스팸 문자열을 등록하는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할 계획이다. 스팸 트랙백의 공격에 대대적인 역공에 나선 블로거들, 뚫으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 간의 숨바꼭질은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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