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공들인 인물은 소서노다”
  • 노순동 기자 (soon@sisapress.com)
  • 승인 2006.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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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몽> 작가 정형수씨 인터뷰/“한혜진씨의 연기 기대 이상이다”

 
  드라마가 방영 중일 때 작가 인터뷰를 청하는 일은 결례에 가깝다. 매주 머리를 쥐어뜯고 있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29일. 미안한 마음을 무릅쓰고 집필실에 들렀을 때 정형수 작가는 의외로 말끔한 모습이었다. 그는 “어제 집에 들러 자고 왔다”며 웃었다. 원고를 공동 집필 중인 최완규 작가에게 넘겨놓은 참이었던 것이다.  

  <주몽>은 최완규씨와 정형수씨가 함께 집필하고 있다. 최완규씨는 <허준> <상도> <올인> 등으로 유명한 히트 작가. 정형수씨는 늦게 등단했지만 2년 전 새로운 형태의 사극 <다모>로 돌풍을 일으켰다. 

  중량감 있는 두 작가가 협업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최인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사극 <상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상도>가 원래 예상보다 10부가 늘어나면서 이미 다른 작품 <올인> 집필 약속에 묶여 있던 최작가의 뒤를 이어 정작가가 작품을 마무리했다. 이로써 늦깎이 신예였던 정작가로서는 역량을 확실히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 <주몽>은 그렇게 인연이 닿은 두 작가와 보조 작가 두명, 총 네명이 원고 작업에 매달려 있다. 

고구려 건국 초기 이야기, 대부분 상상력

  필진이 든든해 보이지만, 걸머지고 있는 부담을 생각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최근 <서동요>가 백제 무왕을 소재로 삼아 등단을 하기는 했지만, 한국의 사극 지형에서 삼국시대는 미답의 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구려 건국까지 거슬러 올라가자니 막막한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고구려 건국 초기는 사료가 그나마 풍부한 삼국 시대와 달리 설화와 영역이 겹친다. 주몽과 해모수는, 그동안 아동 인형극에서 곧잘 다루어지는 설화 속 인물이었지 정극에서 주인공으로 다뤄진 적은 없다. 정형수씨는 “남겨진 사료가 별로 없어 그만큼 상상력의 몫이 크다. <주몽>을 통해 그 시대에 대한 관심이 환기되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상력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일 또한 녹록지 않은 과제다. 

  정작가는 등장인물 가운데 공을 많이 들인  인물로 소서노를 꼽았다. 소서노는 나라를 두 번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 여인. 그는 “워낙 그릇이 큰 여성이어서 재발견의 보람도, 어떻게 성격을 부여할 것인지에 대한 부담도 크다. 배우가 과연 소화를 잘 해낼지도 우려스러웠지만, 한혜진씨의 연기는 기대 이상이다”라고 설명했다.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여서 두루뭉수리 넘어간 대목도 있다. 고조선 멸망과 고구려 건국 사이에 시차가 꽤 나는데, 그 간격을 크게 줄여놓았다는 것이다.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설정하다보니 벌어진 일인데, 그는 ‘눈 밝은 시청자라면 알아챘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그 밖에 한사군이 과연 실재했느냐는 논란에 대해서도 후에 현토성을 폐했다는 기록이 사료에 남아 있다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6회를 마친 <주몽>은 탄생에 얽힌 뒷얘기를 풀어준 설화의 시대를 끝냈다. 본격 레이스가 시작된 것이다. 문화방송 정운현 국장은, “초반은 장쾌한 무협 장면으로, 혹은 출생의 비밀 등으로 눈길을 잡아끄는 데 성공했다. 앞으로 초반과 같은 볼거리를 만들기는 어렵다. 이야기의 힘으로 밀고 가야 한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현재 <주몽>의 원고는 고작 2주 앞서가고 있다. 대작치고는 너무 촉박한 것이 아닌가 싶은데 정작 작가는 그다지 긴장한 기색이 아니다.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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