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백원짜리 담배, 어떻게 나왔지?
  • 김은남 기자 (ken@sisapress.com)
  • 승인 2006.06.05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금 면제 덕에 가능…7월부터 ‘특혜’ 없어져 모습 감출 듯

 
“2백 원짜리 담배, 어디서 살 수 있나요?”
요즘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는 이런 질문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끽연가 사이에서 초저가 담배가 화제다. 지난 5월29일 담배 수입 판매상인 니드트레이드는 한 갑당 가격이 2백 원인 담배 ‘니드(Need)’를 6월부터 전국적으로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이 담배는 라오스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제조, 수입된다.

2001년 국내 벤처 회사가 제조한 첫 민간 담배로 눈길을 끌며 등장했던 ‘이프’ 또한 지난 3월부터 2백 원에 팔려나가고 있다. 3월 이전 이프의 소비자 가격은 2천5백 원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들 담배를 시중에서 구하기는 쉽지 않다. 영세한 유통망으로 인해 현재까지는 종로·강남 등 서울 도심 몇 군데와 지방 몇몇 도시에서만 이들 담배를 취급할 뿐이다. 

맛에 대해서도 평이 엇갈린다. 니드트레이드 이보훈 사장은 “저가이되 한국인이 좋아하는 담배 맛과 향을 내도록 개발했다. 굳이 비유하자면 국산 ‘타임’ ‘레종’과 비슷한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니드’를 피워봤다는 한아무개씨(34)는 “첫 모금을 빨아들이는 순간 너무 독해 폐가 구겨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니드’는 개비당 타르 함량이 11.5mg, 니코틴 함량이 1mg으로 KT&G '디스'의 두 배, ‘에쎄’의 열 배에 달한다.

흥미로운 것은, 니드와 이프 담배가 6월 말까지만 한시적으로 유통된다는 사실이다. 오는 7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초저가 담배는 존립이 불가능해진다. 세금을 대폭 면제해주던 특례 규정이 삭제되기 때문이다.

현재 2백 원짜리 초저가 담배가 가능한 것 자체가 세금 때문이다. 이제까지 시중가 2백 원을 기준으로 담배에 붙는 세금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이를테면 시중가 2천 원인 디스 담배에 붙는 세금은 무려 1천5백 원에 달한다. 2천5백 원짜리 에쎄나 레종 담배에 붙는 세금은 1천5백42원이나 된다(아래 그림 참조).  

이에 반해 2백 원 이하 담배에 붙는 세금은 66원에 불과했다. 이제까지는 이들 저가 담배에 대해 담배소비세며 국민건강증진기금이 면제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7월부터는 이것이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질 나쁜 원료 사용해 인체에 더 유해할 수도”

그렇다면 이들 초저가 담배는 왜 법 개정을 한두 달 앞둔 시기에 반짝 등장한 것일까. 먼저 고도의 마케팅 전략설이 있다. 저가 전략으로 소비자의 입맛을 붙잡아 이를 제품 충성도로 연결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저가로 팔 수 있는 시기가 제한돼 있는 만큼 업체로서는 부담도 크지 않다.  

 
실제로 중국에서 OEM 방식으로 이프를 제조, 수입하고 있는 구강물산 박재현 전무는 “최근 프리미엄급 브랜드인 ‘이프 노블’(판매가 3천 원)을 출시하면서 홍보용으로 기존 이프를 염가에 보급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품질에 자신이 있지만 유통망과 홍보력이 약한 만큼 일단 초저가 전략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려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재고가 소화되는 효과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니드 또한 7월부터 2천 원 안팎의 중저가 담배를 출시할 계획이다.   

단지 우연의 일치라는 주장도 있다. 니드트레이드 이 사장은 OEM 계약을 체결한 뒤에야 법 개정 사실을 알았다며, “외국은 2만~3만 원짜리 프리미엄급 담배와 초저가 담배가 공존하고 있다. 국민 건강도 중요하지만 저소득층의 흡연권도 존중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담배 수입상들은 정부가 저가 담배를 원천 불허할 경우 노점상 등을 통한 외국산 저가 담배의 불법 유통이 기승을 부릴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금연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정부 태도는 단호하다. “저가 담배야말로 저급 담배 원료를 사용해 인체에 유해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건강 관련 세금을 면제하는 것은 부당하다”라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담뱃값을 5백 원 더 올린다는 전제 아래 복지 예산을 편성해놓은 상태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