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이 무너지면 골대도 무너진다
  • 이인식(과학문화연구소장,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 ()
  • 승인 2006.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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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식의 시사과학] 스포츠 심리학으로 본 정신 훈련과 경기력의 상관 관계

 
2006 독일 월드컵 축구대회의 열기로 지구촌이 달아오르고 있다. 세계적인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튼튼한 근육과 심폐기관뿐만 아니라 강한 정신력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선수들의 신체적 조건이 갈수록 엇비슷해지고 있기 때문에 집중력·자제력·자신감 등 정신적 요소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요컨대 일류 선수들에게 정신 훈련이 필수불가결한 과정으로 여겨짐에 따라 스포츠 심리학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1983년 미국올림픽위원회가 공인할 때까지 30년 넘게 스포츠 심리학자들은 운동 선수들을 돌보았지만 독립된 전문가로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1986년 협회가 결성된 이후 급성장해 2004년 미국에서 개최된 총회에 4백50개의 논문이 발표될 정도였다.
스포츠 심리학자들은 운동 선수들의 정신력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마음속으로 보고(visualization), 자신을 믿고(self-confidence), 스스로 말하는(self-talk) 것 세 가지를 꼽는다.

1970년대부터 운동 선수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다듬기 위해 이른바 이미지 훈련이 실시되었다. 가령 테니스 선수는 두 눈을 감은 채 자신이 공을 때리는 장면을 마음속으로 그려보면서 ‘라켓은 내 팔의 일부이다. 나에게 날아오는 공을 상대방 코트의 어느 구석에도 보낼 수 있다. 코트는 충분히 넓으니까’라고 상상하는 훈련을 반복한다. 1975년 미국 심리학자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테니스 선수처럼 정신을 집중한 채 자신의 행동에 자신감을 갖는 마음의 상태를 일러 몰입(flow)이라고 명명했다. 운동 선수들은 몰입 상태가 되는 훈련을 실시해 마음의 눈으로 자신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지켜볼 수 있으므로 경기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두 번째 정신훈련 방법은 마음을 조절해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것이다. 자신감은 용기, 인내심, 마음가짐 등이 어우러질 때 생긴다. 우수한 선수일수록 물론 자신감이 넘치게 마련이다. 자신감은 운동 선수가 자신의 실력에 대해 확신을 가질 때 우러나온다. 선수들에게 일정한 목표를 제시한 뒤에 이를 성취하는 과정에서 동기 부여를 하고 의지력을 함양시키는 정신훈련을 실시함으로써 자신감을 갖게 해줄 필요가 있다. 특히 마라톤처럼 지구력이 요구되는 스포츠의 경우, 자신감은 고통이나 공포감을 극복하는 능력과 직결된다. 대부분의 운동 선수들 역시 끊임없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선수들은 정상의 자리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불안에 떤다. 따라서 선수들에게 고통이나 스트레스를 극복해서 자신감을 갖도록 해주는 것이 정신훈련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고 있다.

떠벌이 알리, 자기 격려로 불안감 떨쳐

스포츠 심리학자들은 정신력을 강화하는 세 번째 방법으로 자신에게 말하는 훈련을 권유한다. 운동 선수들치고 불안감에 떨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제시된 것이 자신에게 말 걸기이다. 이를테면 권투 선수인 무하마드 알리는 시합 때마다 큰 소리로 떠벌이면서 ‘나는 가장 위대하다’고 주장했다. 알리는 자신을 향해 확신에 찬 말을 쏟아냄으로써 불안감을 떨쳐버린 것이다. 이러한 기법은 미국의 올림픽 선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효과적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성적이 좋은 선수일수록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격려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자신을 스스로 북돋우는 방법은 승부가 주관적인 판정에 의해 결정되는 스포츠, 예컨대 체조나 피겨스케이팅에서 더욱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자기 자신을 격려해서 동기 부여를 하는 것은 축구와 같은 팀 스포츠에서도 중요하다. 팀이 한 덩어리가 되어야만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축구팀은 11명의 개인이 아니라 11명의 동지로 구성되지 않으면 결코 승리할 수 없다. 놀라운 투지로 똘똘 뭉친 태극전사들에게 기대를 걸만 하지 않은가.
(과학문화연구소장·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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